‘아~아,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60년대 청춘을 살았던 세대들에게 ‘맨발의 청춘’은 허세가 아니라 꿈이요, 야망이요, 도전이었다. 까짓것 한번 부딪쳐 볼만한 세상이었다. 그때라고 세상이 녹록한 건 아니었다. 주변엔 부자들도 있었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부자라고 오만하지도 않은 듯 했고, 학벌 좋다고 마냥 부러워만 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겸손했고, 쓰는데 인색하면 손가락질 당하기도 했다.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주술 같은 이야기들이 오기인지 허세인지 광범위했다.
가난하고 못 배운 자들의 호기가 선술집 대포 탁자에서는 오히려 드높았다. 취해 돌아오는 골목 어귀에서 자조적으로 불러제꼈던 노랫가락 같은 세태의 한 단면이 이 ‘출세타령’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서로간의 차이라는 게 손에 닿을 듯 했다. 설령 내가 아니라도 자식은 그걸 가능케 할 수도 있겠다는 배포들을 안고 지나오길 60여년, ‘널려진 자유주의’ 그 환희와 이상의 끝자락, 우린 오늘 그 무엇을 붙들고 있는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지 ‘제 2차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끝났다. 세계적인 이벤트임에는 분명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 변호사 코언의 의회청문회가 동시에 열리는 바람에 미국내 정치상황은 훨씬 더 화급해 보였다. 한국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회담의 진행과 결과 도출에 대한 기대로 초조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의 결과를 놓고, ‘합의는 실패했지만 협상은 지속한다’고 자위적(自慰的)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갈길 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앞만보고 가기에도 바쁠 글로벌 시대에 뒤돌아보지 않아도 될 일들이 참 많은 게 한민족의 미래다.
3.1 민족항쟁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행사들이 예년에 비해 훨씬 자주적이고 활기차다. 민족의 독립, 그리고 압제로부터의 해방, 그걸 민족 모두가 진정 원하고 바랐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독립만세가 불안했고, 힘도 없는 것들의 미친 짓이며, 불편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해방이 되니 ‘망했다’고 숨고, 도망가기에 정신없는 사람들이 엄청났다. 설마 그랬을 리가 있었겠냐고? 사실이었다. 아주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다. 분단 75년이 되어가지만 남북이 전쟁하지 말자는데, 평화롭게 지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독립되고 해방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그 동안의 노력(?)으로 훨씬 더 많아졌다. 알면서도 그렇고, 모르면서 그런 사람들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08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관광객 사건으로 어렵게 남북이 이어오던 금강산 교류를 단절시켜 버리고 ‘5.24 조치’를 취해 버린다. 2016월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버린다. 그러고 나서 날마다 ‘전쟁하겠다’고 전쟁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았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정당의 새로운 대표란 분은 한국에 전쟁이 나면 그 ‘전시작전권‘을 누가 갖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는 불과 열흘 전 이야기다.
미국과 북한, 규모 상으로 뭘 더 비교하고 말 것도 없는 나라다. 걸맞지 않는 끼리들이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건지, 주눅 들지 않았다고 헛웃음을 켜야 하는 건지, 자유가 가져다 준 비대해질 대로 커져버린 ‘세기의 교만’ 앞에 하고 싶은 이야기마저 못다하고 허공만을 응시한 채 왕복 6일간의 거리를 기차로 되돌아가는 한반도의 다른 반쪽을 착잡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여전히 한쪽에서는 도울 힘도 없으면서 ‘억울해?’ 비루하게 비아냥대면서 허무한 출세타령을 건네는 듯하다. 그들이 유난히도 즐겨왔던 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주(自主)라는 말이다. 자주국방, 자립이다. 하 세월 70년이다. 속이는 것도 지나쳐 이제는 자기 자신들마저 누구인지도 모르는 듯하다.
점어상죽(鮎魚上竹), 메기는 비늘이 없어 매끄러운 물고기다. 그 메기가 표면이 매끄러운 대나무에 오른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대나무 잎을 물어 잡으면서 대나무를 오른다고 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이루어가는 일에 빗대는 말이다. 10년 뒤면 어쩌랴, 또 다른 백년이라도 ‘민족’으로서 해야 하는 건 해 보겠다는 일념이라면 설마 ‘출세를 못한다 한들 억울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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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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