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주 월요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가 지역사회의 봉사기관이나 단체에 제공하는 그랜트 운용에 대한 한인 동포사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모임이 있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는 현재 1년에 1,300만불 정도의 그랜트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랜트가 사용되어야 할 분야나 방향에 대해 지역 사회로부터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되어 한인 사회를 접촉한 것이다.
이 날 모임에서는 카운티 정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택, 교육, 재정 안전, 건강을 포함한 6가지 분야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한인사회의 다양하면서도 시급한 여러가지 필요 사항을 2시간 정도 나누었던 이 날의 진지했던 모임이 앞으로 카운티의 그랜트 운용에 있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모임에서 나는 카운티 정부에 그랜트 운용에 대한 정책자문위원회와 그랜트 수여 심사자문위원회에 한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운티 전체 인구 가운데 한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작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자문위원회에 한인들이 참여해 한인사회의 시각을 대변하고 반영시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그랜트는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되며 한인들도 납세자이기 때문이다.
나도 십 여년 전에 그랜트 신청서 심사 일을 맡아 해 본 적이 있다. 유나이트 웨이(United Way)의 페어팩스/폴스처치 지부에서 그랜트 신청서 심사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문의가 있었다. 그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어 조심스러웠지만 배운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약 3년 정도 그 일에 참여하면서 그랜트 신청서 작성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배웠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의 필요가 존재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필요 가운데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도 습득했다. 그런데 그 당시 아쉬웠던 것은 그 일에 참여하는 아시안이 나 하나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랜트 신청 기관 중에는 한인사회에서 제법 알려진 기관들도 있었고 한인사회가 필요한 부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그랜트 신청도 있었는데, 심사 때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내 나름대로 아는 정보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명에 불과했지만 내가 어느 정도 강력하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심사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경험했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한인사회에 주어질 때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번 주 월요일 모임 후 카운티 담당자로부터 또 한 번 비슷한 형태의 모임을 원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이번에는 카운티가 준비하고 있는 장기계획에 대해 주민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 적절한 사람들을 모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영어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동시통역이 가능하도록 헤드세트를 준비한다고 한다. 카운티의 장기계획 수립이 우리에게 당장은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이러한 계획에 의해 카운티의 정책이 결정되고 재정이 운용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참여는 절실하다. 예를 들어, 우리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체들의 육성방향이나 노인들을 위한 복지, 영어교육, 저렴한 렌트의 아파트 확충 등 우리가 현재 느끼고 있는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등에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3월 중으로 열리게 될 이 모임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연락 주기 바란다.
이렇게 지난 월요일과 앞으로 있을 모임에 대해 카운티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으면서 느낀 것은, 이러한 연락은 나보다는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들에게 갔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카운티 담당자들이 그러한 단체들과 평소에 교류가 없어 연락할 방법을 몰랐거나 아니면 과거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한인사회 대표 단체들이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준비에는 단순히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단체나 한인사회를 대표해 그러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카운티에서 공직자로 활동하면서 이런 부분에 한인 동포사회의 미흡함을 많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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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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