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주 전 여러 해 전 부터 알던 데이빗 밥진 (David Bobzien) 씨의 고별 미사에 다녀 왔다. 레스턴에 위치한 어떤 천주교회에서 집례된 이 미사에는 주 중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조문객들이 참석했다.
내가 밥진 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0년 1월에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플래닝 커미셔너 일을 시작할 때다. 당시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의 케이트 핸리 의장이 1999년 11월 교육위원 재선에 실패했던 나를 공직에 붙들어 놓으려고 카운티의 각종 개발 계획 일을 검토, 승인하는 플래닝 커미션의 광역 커미셔너 직을 제안했다. 그런 일을 했던 경험이 없었지만 배워서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수락했다. 그 후 나는 2003년 선거에서 교육위원에 또 다시 당선되어 교육위원회에 복귀함에 따라 플래닝 커미셔너 일은 단 4년으로 마쳤다.
그렇게 플래닝 커미셔너로 일 할 때 밥진 씨는 카운티 정부의 법무실장 (County Attorney) 으로 카운티의 법률 문제를 총 책임지고 있었다. 플래닝 커미션도 법률 자문은 카운티 법무실로부터 받았고, 회의 때 종종 카운티 법무실장이 배석하기에 밥진 씨를 알게 된 것이다. 중량감과 유모 감각을 동시에 소유한 밥진 씨의 법률 조언은 모두로부터 높은 인정을 받았다.
밥진 씨는 법조인으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카운티 법무실장으로 1993년부터 2016년에 은퇴할 때까지 23년간 재직했고, 2004-5년에는 버지니아 주 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로컬 정부의 법무실장이 그런 역할을 맡은 것은 그가 최초이기도 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법무실에서 일하기 전에는 연방 법무부에서 13년 간 검사들을 감찰하는 일을 담당해 검사들에게는 무서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는 또한 버지니아주 로컬정부 변호사협회, 변호사를 돕는 변호사 모임, 버지니아 법률재단, 그리고 페어팩스 법률재단의 회장을 역임했고, 미국변호사협회에 버지니아 주 변호사협회 대표 역할도 맡았으며, 미국변호사협회의 가정-성 폭력 방지 위원회와 버지니아 법률재단의 연장교육 위원회에서 봉사하기도 했다.
1971년에 로스쿨을 졸업한 후 육군 법무관으로 4년간 복무한 독실한 천주교인인 그는 고별 미사가 집례 되었던 천주교회의 창립 멤버로 재정적 후원에도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이 스카우트 리더와 레스턴 지역 이사회 멤버로도 봉사했다고 한다. 달리기를 즐겨했던 그는 가족들에게는 시간 준수에 엄했고 동료 법조인들에게는 문법에 철저했다고 한다.
이 날의 고별 미사에는 조사를 맡아 준 페어팩스 카운티 순회법원 판사를 비롯해 많은 법조인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또한 그가 오랫동안 법무실장을 하면서 알게 된 선출직 공직자들과 공무원들을 볼 수 있었다. 엄숙히 진행된 미사를 드리며 밥진 씨의 생전 모습과 활동을 돌이켜 보면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그 날 미사 참석자들의 면모를 살펴 보면서 나에게 다가 온 큰 질문 하나는 소수계는 극소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밥진 씨가 살아오면서 고별 미사에 참석할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백인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가 일부러 소수계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신 법조인으로 한창 활동 할 때 주위에 소수계는 많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카운티 정부에서 법무실을 책임지고 있는 20여년 동안에도 그가 접촉하는 사람들 가운데 소수계는 별로 없었을 수 있다. 그 만큼 로컬정부였지만 책임 있는 자리들은 백인들의 독무대였을지 모른다.
현재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의 절반 정도는 소수계이다. 아시안은 20%나 된다. 그렇다면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지 소수계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절반, 그리고 아시안계도 20% 정도는 되어야 정상이다. 특히 민생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는 꼭 그만한 비율을 소수계가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비율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다. 스스로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날 고별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이 다음에 내가 죽을 때 고별 예배 참석자들의 면모는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