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상 속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가자 2018년 봄 핀란드는 전 국민에게 AI를 무료로 교육시킬 온라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Elements of AI’라는 이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은 이웃 나라 스웨덴 등뿐 아니라 전 세계에 소개되어 나도 호기심에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일을 마치고 와 저녁 식사를 한 후 한국 드라마를 TV에 틀고 랩탑을 앞에 놓고 이 프로그램을 공부한다. 첫 장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로 시작해, 두 번째 장에서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데 한 과제물이 나온다.
강을 앞에 놓고 로봇이 배를 저어 여우, 닭, 닭의 사료를 강 건너편으로 옮겨가야 한다. 배엔 로봇이 한 번에 하나씩만 이동할 수 있는데 최소한의 이동으로 모두 강 건너편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봇, 여우, 닭, 닭의 사료가 모두 강 이편에서 시작하는 상태를 NNNN로 모두 건너편으로 간 상태를 FFFF로 표시할 때 옮겨가는 각 단계를 N과 F로 표시해야 한다.
문제를 앞에 놓고 풀어가기 위해 먼저 관계(R: Relationship)를 생각해야 했다. 여우를 먼저 데리고 가고 닭과 사료만 함께 남겨놓는다면 (FFNN) 로봇이 없는 사이 닭이 사료를 다 먹어치울 것이고, 사료를 가져가고 여우와 닭을 함께 남겨놓는다면 (FNNF) 여우가 닭을 먹어치울 것이다. 따라서, 닭을 가장 먼저 데리고 가야 한다. (FNFN) 인생의 모든 문제에서 관계에 대한 고려가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애써야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을 테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남긴 감정은 결코 잊지 않는다’고 한 마야 안젤루의 말을 기억하며.
다음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 (P: Prioritization) 관계를 파악해 닭을 먼저 옮겨야 한다고 알았지만, 여우를 좋아한다고 여우를 먼저 데리고 떠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가. 밤에 아이스크림이나 스낵을 먹으면 살이 찌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먹는 즐거움에 우선순위를 두는 일이 한두 번인가.
생명의 가치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난과 폭력에 시달려 살기 위해 도망쳐오는 이웃이 바다를 건너오다 물에 빠져 죽어도 국경을 넘어 격리된 수용소에 갇혀 아이가 죽어가도 내게 이득이 되지않는 이라고 외면하며 우선순위를 망각하지 않는가.
이 과제물의 가장 힘겨웠던 부분은 닭을 옮겨놓고 돌아와서 여우냐 사료냐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강 건너가 둘 중 어느 쪽을 남겨놓아도 문제가 되니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답은 여우나 사료 중 하나, 예를 들자면 여우를 데리고 가서 강 건너편에 내려놓은 후 다시 닭을 데리고 원래 시작한 자리로 다시 데리고 온 후 닭을 남겨놓고 사료를 강 건너편에 데려다 놓은 후 다시 돌아와 닭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살면서 때로는 옮겨놓은 닭을 다시 제자리로 데리고 오듯 애써 해놓은 일을 되돌려야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마치 역풍을 맞아 나아갔던 길에서 되돌려져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오뚜기 같은 정신(R: Resilience)과 같은 강을 오가는 지루한 일을 반복해내는 지속성(P: Persistency)이 필요하다 - 삶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이 문제해결 방식인 ‘RPRP’를 망각할 때, 각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한 관계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감정만 우선시하고 한번 실패하면 무너지고 인내와 끈기로 가치 있는 것,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 한 번쯤 해보았던 수수께끼 같은 이 문제를 풀며 나는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인생에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꼭 같구나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AI는 결국 인간의 문제해결 방식을 모방하도록 훈련받은 것이니...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 원칙을 잊고 인생의 미로에 빠진 듯한 때, 이 ‘RPRP’를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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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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