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還甲)에 관해 여러 사람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저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은 인터넷으로 알아본 환갑.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예순 한 살을 이르는 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만 60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한국의 전통문화>(위키백과), <60갑자가 한 바퀴 돌았다는 뜻이다. 즉 60세인 해가 아니라, 61세, 만으로 60세가 되는 해>(나무위키), <사람이 태어나서 60년 만에 맞는 생일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를 치는 법으로 하면 예순 한 살에 맞는 생일>(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만 60세(한국식 나이로는 61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양의 전통문화>(제타위키), <만 60세를 이르는 말, 또는 만 60세를 축하하는 일>(우리말 1000가지).
검색결과는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다. 환갑은 나이(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 1000가지)를 말하기도 하고, 문화(위키백과, 제타위키)를 말하기도 하고, 해(나무위키)를 말하기도 하고, 생일(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말하기도 하고, 일(우리말 1000가지)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 인터넷을 유일한 근거로 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환갑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만 나이로 따진다는 것이다. 환갑의 ‘갑(甲)’이라는 글자에서 알 수 있다시피 환갑은 ‘60갑자(甲子)’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니 음력으로 따져야 한다. 환갑은 생일에 나이를 더하는 서양식 양력의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설날에 나이를 먹는 우리의 세는 나이로 따진다.
환갑에 관한 다른 오해는 ‘환(還)’의 의미이다. 60개 갑자를 모두 거치고나서 태어난 해의 갑자로 ‘다시 돌아왔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이 다시 갑자년을 맞으면 그게 환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음력은 해 마다 각각 고유의 기운(氣運)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60갑자를 한 묶음으로 친다. 60갑자 한 묶음의 모든 기운을 다 맞이해보는 것, 그게 환갑이다. 즉 환갑의 ‘환’은 60개 갑자 한 묶음을 ‘모두 지내 보다, 맞이해 보다, 겪어 보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은, 돌아온 갑자년이 아니라, 60갑자 한 묶음의 모든 기운을 받아보는 마지막 해인 계해년(갑자년의 직전 해)이 환갑인 것이다. 60개 갑자가 한 묶음인데 그 한 묶음의 모든 기운을 다 맞이해 보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러니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환갑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갑자년에 태어났다면 갑자년에 한 살이다. 음력에서 나이는 매년 새로운 해의 새기운을 받는다는 뜻이기에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에 나이를 더한다. 그래서 을축년 설날에 두 살, 병인년 설날에 세 살, 정묘년 설날에 네 살이 된다. 이렇게 진행되다가 60갑자 한 묶음의 마지막인 계해년 설날에 60살이 되어 환갑이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온 갑자년이 아니다. 따라서 무술생은 다시 돌아오는 무술년의 직전 해인 정유년이 환갑이고, 기해생은 돌아오는 기해년의 직전 해인 무술년이 환갑이다.
그리고 생일이 되어야 환갑이 되는게 아니라 설날에 환갑이 되어 그 해 전체가 환갑이 된다. 60갑자를 모두 맞이하는 것의 시작은 설날이기 때문에 생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다만 생일이 되면 다른 해의 생일과 달리 큰 잔치를 여는 것뿐이다. 즉 이 때의 생일은 ‘환갑잔치가 있는 날’이고 ‘생일에 비로소 환갑’이 되는 것이 아니다. 환갑과 환갑잔치는 다르다.
말 나온 김에 진갑(進甲) 얘기까지. ‘환갑 진갑 다 지낸 나이’라는 말이 있듯이 환갑 다음에 진갑이 있다. 진갑의 진(進)은 ‘나아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아간다는 것은 60갑자 한 묶음을 모두 맞이해보았고 ‘새로운 60갑자 한 묶음’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갑자생이 다시 갑자년을 맞이하고, 을축생이 다시 을축년을 맞이하면 새로운 60갑자 한 묶음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이게 진갑인 것이다.
요약해보자. 환갑은 ‘만 60살’이 되는 해가 아니다. 만 60살이 되는 해의 ‘생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환갑은 갑자 즉 음력으로 따질 때에만 의미가 있고, 음력으로 따져서 ‘60갑자 한 묶음의 기운을 모두 맞이해보는 그 마지막 해’가 환갑이다. 그리고 생일이 아니라 ‘설날’에 환갑이 시작된다. 태어난 해의 갑자를 다시 맞이하는 것은 환갑이 아니라 진갑이다.
<김성식 스프링필드,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