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무부, ‘차 보고서’ 제출… 90일내 조치 결정 한국. 무역수지 11조원↓… 캐나다 등 면제될수도
미국이 해외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관세 대상이 되는 국가의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합>
연방 상무부가 17일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가 오히려 투자 위축과 실업자 양산 등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당시 자동차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월 수입 자동차가 국가안보에 해를 끼치는지 조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이번 보고서 제출은 조사 시한 270일을 2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
다만 대변인은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보고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나 수입 물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90일 동안 결정하게 된다.
자동차 업계는 상무부의 발표에 강력히 반발했다. 업계는 상무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완성된 자동차와 부품에 20~25%의 관세나 신에너지 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인터넷 연결 자동차와 관련된 부품과 기술을 겨냥한 관세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관세의 부과로 수입차 가격이 상승하면 미국 자동체 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단 미국 자동차 중 미국산 부품으로만 생산되는 차량은 없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차 가격 인상은 소비자 물가와 고용, 국내총생산(GDP)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 자동차 시장을 위축시켜 소비자들의 구매에 다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5일 미시간주 앤아버 소재의 자동차 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차량 중 미국에서 생산된 차종은 117대에 불과하며 234대는 미국 외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센터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포함한 경차의 가격이 평균 2,750달러 상승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연간 미국의 경차 판매량이 130만대 줄고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몰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미국에서 자동차 관세로 인해 연간 830억달러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계 이익단체인 자동차·장비제조업협회(MEMA)는 업계가 판매 부진과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시기에 (높은) 관세가 또 붙으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MEMA는 성명을 통해 “관세가 적용된다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 개발과 시행은 미국이 아닌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도 미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독일 싱크탱크인 이포(IFO) 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 15일 내놓은 분석에서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약 50%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브리엘 펠베르마이르 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독일의 전체 자동차 수출은 7.7%(184억유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도 5%(70억유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는 약 250억유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최대 자동차 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에 미칠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 무역수지는 연간 최대 98억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IFO 국제경제연구소도 미국의 관세 부과시 일본과 EU뿐 아니라 멕시코와 중국, 한국, 캐나다 등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후속인 USMCA 협정을 체결한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과 FTA 개정협상을 한 한국은 면제를 받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거치며 미국에 수출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25%)를 20년 연장하는 등 미국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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