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① 마차의 모습. ② 시청 광장 제일 번화가에서 우리 일행들. ③ 첫 혁명이 시작된 카롤로스 기념관. ④ 음악과 모히또 칵테일의 거리.
#쿠바의 힘의 원천은
나는 지금 마이애미에서 떠나 쿠바로 향하는 크루즈 방에서 CNN news를 보고 있다. 온두라스(Honduras)의 카라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미국 국경을 향하는 길목에서 과테말라 국경을 통과하려고 하고 있다.
두 시간 후면 쿠바의 시엔푸에고스(Cienfuegos)라는 항구에 도착한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방 청소 담당자가 ‘굿 모닝’하며 인사를 한다. 아이세어(Isaiah)이다. 공교롭게도 온두라스 출신의 남자다. 그를 보면서 식당으로 가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중남미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을 보면 미국에 삐딱하게 나간 나라들은 나라가 망가졌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그 예가 될 것이다. 원주민 민족주의하고 까불던 파라과이, 페루 같은 나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 그러나 미국에 철저하게 바싹 엎드린 나라는 코스타리카, 파나마처럼 그런가 하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처럼 대통령이 부패해서 국민은 가난하고 대통령은 돈 떼어 먹고 해외로 도망가고, 이것이 중남미의 현황이다.
중남미 여러 국가 중에서 쿠바라는 나라는 1963년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은 뒤 오늘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장장 55년 넘게 중남미의 미국 영향권 내에서 꼭 외딴섬처럼 공산국가로 유지한 그 힘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더구나 사유재산 몰수 정도가 아니라 카톨릭 종교까지 문을 닫고 신부들을 추방시키며 버티어온 그 원천의 힘이 무엇인지 이번 여행 중 알고 싶어졌다.
#시엔푸에고스에서
드디어 배가 시엔푸에고스라는 항구에 도착했다. 제주도에 비교하자면 쿠바 수도 아바나가 제주라면 시엔푸에고스는 섬 반대편의 서귀포에 해당한다. 바다의 수심 때문인지 배가 부두에 접안이 안 되어 소위 텐더보트라고 꼬마 나룻배로 갈아타서 부두에 닫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입국심사와 환전을 해야 한다. 우리는 크루즈 배에서 75달러를 주고 일괄해서 이미 Visa를 받았지만 오래 지속된 공산국가답게 비능률로 입국 수속에는 우리 배에서 내린 사람들뿐인데 환전까지 끝내는데 거의 1시간 반이나 걸렸다. 달러를 쿠바 화폐 쿡(CUC)으로 바꾸는데 초등학교 수준의 아가씨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늦장을 부렸다.
드디어 시내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시엔푸에고스라는 도시 이름이 쿠바 혁명의 카스트로와 동료이자 영웅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그리고 카스트로 정권이 세워진지 2년 후인 1961 년 그 유명한 피그만 침공지인 피그만 근처이다. 한때 시엔푸에고스는 노예시장으로 꽤나 번성했다고 한다.
#호화 택시와 인력거
그 동안 쿠바 하면 보여주던 1950년대 초호화 자동차 택시가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있다. 2시간 대절에 40쿡(약 48불)이었다. 우리 일행이 6명이었으나 정원초과라는 단어는 없다. 타고 보니 차에 스프링이 없는지 덜컹덜컹 요란하다. 게이지 표시판은 덩그러니 붙어 있었으나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몇 마일로 지금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좌회전 우회전 깜박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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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우선 시내 중심 시청건물이 있는 광장으로부터 해변 가에 궁이라고 불리는 곳까지 1시간 반을 돌아다보고 광장으로 돌아 왔다. 한때 좋은 별장 같은 집들이 수리 유지를 안 해서 귀신이 나올 듯 했다. 과거에 번성했던 도시라는 기분이 안 난다. 무엇보다도 이곳 사람들이 관광객이 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이었다. 두 시간 호화(?) 택시를 전세냈지만 한 시간 반 만에 시내 구경을 끝내고 돌아온 광장에서 호객을 하는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친구가 소개한 음식점에 들렀다. 12쿡(약 14달러)로 모히또(Mojito) 칵테일과 식사이었는데 음식 맛은 별로이었다. 기타를 치는 남자, 노래 부르는 여자가수 수준 역시 그저 그랬다.
광장에서 잠시 거닐다가 크루즈 배를 타러 가면서 2쿡을 주고 2인승 자전거 인력거를 타고 갔다. 관광 인상이 별로이어서 인력거에서 거리를 다시 살피며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무엇이 달라도 다르겠지 기대를 하면서 시엔푸에고스의 일정을 끝냈다.
#아바나에서
크루즈 배 맨 위층에서 아바나 시내 풍경을 보자니 역시 시엔푸에고스와는 아주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흥분되기도 했다. 보석류, 담배, 향신료, 목화 등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상품들의 종합 터미널,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 노예 시장으로 분주했던 도시,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으로 미국 부호들이 별장처럼 집을 짓고 온갖 향락을 누렸던 룸바춤과 음악의 도시, 이 향락과 시끄러운 곳의 그늘에서 모히또 칵테일에 파묻혀 정신세계에서 해매이던 헤밍웨이가 거닐던 아바나 해변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코앞에 Hop on Hop off 빨간색의 관광버스가 기다린 듯 서 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가격은 10쿡이다. 첫 번째 내린 곳이 독립의 아버지 호세 마르티 이름을 딴 광장이다. 건물의 규모, 건축미가 대단했다. 이어서 쿠바 혁명 탑이 있는 공원 그리고 이제 한국 드라마에도 등장하는 말레콘 방파제를 지나 국립 호텔 등을 구경했다.
아바나서는 지금 양면을 볼 수 있다. 아주 멋진 별장, 주택, 상가이었을 건물들이 보수, 유지를 하지 않아 흉물스럽기까지 한 곳들이 있는가 하면 해변에 새로운 호텔 건물을 짓느라 곳곳에 커다란 크레인이 보인다. 우리는 흉물스러운 주택가에 새로 단장하고 문을 연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깨끗했고, 음식 맛도 합격점이고, 값도 쌌다.
그날 저녁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정열의 춤과 음악 쇼를 즐기는 것 그리고 하나는 해가 질 때까지 가이드를 따라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후자를 택했다. 쿠바 독립은 3 단계이다. 카롤로스 마누엘이 사재를 털어 노예해방과 독립 운동, 호세 마르티의 국제적인 독립운동 그리고 피델 카스트로 일당의 혁명이다. 이들의 기념관, 식민당시의 풍속을 그린 대형 벽화, 그리고 낭만과 음악과 사랑이 넘쳐나던 뒷골목, 국립 호텔의 정원등 꽤나 볼 것도 많았다.
#기념품 가게의 여인
다음날 아침은 좀 아쉬운 날이었다. 비가 오는데도 우리 일행은 그 호화스러운 택시를 전세 (120쿡) 내어 헤밍웨이 자택 박물관을 찾았으나 불행히도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그저 그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현장을 찾고 또 그가 항상 찾고 그리고 모히또 칵테일을 마셨던 카페에 들리는 것으로 끝냈다. 비속에서 특히 그가 즐겨 찾았던 카페에 앉으니 나도 꽁트 하나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다.
크루즈 배로 오는 길에 한때 기차 차량 창고인지 엽연초 창고인지 좌우간 아주 커다란 건물에 500개의 기념품 가게가 있는 곳에 들렀다. 가죽제품, 쿠바의 전통 옷들, 그리고 몇 가지 풍경과 인물 유화 이것이 전부이었다. 상품의 단순함에 놀랐고, 값이 싼 것에 놀랐고, 판매하는 여종업원들이 물건을 팔려고 애쓰는 것이 없이 담담하게 앉아있는 모습 속에서 그들의 조용한 아름다움에 놀랐다.
#쿠바에 없는 것들
이제 내일 아침이면 쿠바를 떠난다. 나는 쿠바에서 무엇을 보았나? 우선 없는 것을 보았다? 무슨 말인가? 셀폰이 없다. 간판이 없다. 물건 사라고 떼쓰는 잡상인이 없다. 물론 맥도날드 같은 미국 프렌차이즈 가게도 없다.
그리면 무엇을 보았나? 누구나 원하면 받을 수 있는 무료 교육,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료 병원치료, 그 속에서 빈부 격차가 없이 그저 밥은 먹으면서 모두 적당히(?) 가난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안하고 느긋한 얼굴 표정들의 사람들, 그것을 보았다.
10년 후에 내가 다시오면 아마도 모두 셀폰을 들고 있겠지, 모두 바삐 움직이고, 가게들은 요란해지고, 부자들도 많이 생기겠지. 나이가 먹어서인가? 무엇이 삶의 행복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찌 되었던지 쿠바는 변하지 말았으면 오늘의 이대로 남았으면 하는 기분이 든다. 마음속으로 소리쳐 본다. 쿠바여 영원하여라! 글·사진/ 이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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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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