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의 최고위 선출직인 주지사, 부지사, 그리고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3명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지사의 의과대학 졸업 앨범 페이지에 실린 인종차별적 사진들로 시작된 논란은, 이에 대한 주지사의 시인과 부인이 연이어지면서 증폭되었다. 그러더니 부지사의 과거 20대 중반 때와 대학 시절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법무부 장관도 과거 대학 시절에 흑인 래퍼 가수를 흉내 내느라 얼굴을 검게 분장하고 파티에 간적이 있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으면서 주지사, 부지사, 법무부 장관에게 사퇴 압력들이 거세게 있었다. 그러나 사임을 하겠다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한 명이 사임하면 다른 둘도 사임을 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인지 몰라도 현재는 사건 발생 초기만큼 사임 압력도 큰 것 같지 않다. 대부분이 관망 상태로 돌아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세 공직자들 모두의 사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그 자리는 누가 승계를 하느냐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버지니아 주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어느 주에서도 이렇게 세 명의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의 사임이 동시에 거론된 적이 없었기에 승계에 관해 잘못된 정보가 제법 나돌기도 했다.
이 세 자리의 승계에 관한 규정을 확인하려면 버지니아 주 헌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면 그 내용을 주 의회가 제정하는 주 법으로 바꿀 수 없다. 주 헌법이 주 법에 비해 상위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 헌법에 의하면 주지사 자리의 경우 승계 제 1순위는 부지사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 뒤를 법무부 장관과 주 하원의장이 따른다.
부지사 자리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주 헌법에 의하면 주 헌법이나 주 법에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한, 주지사가 모든 공석에 대한 임명 권한이 있다. 그런데 주 법에 부지사의 자리가 공석일 경우 부지사의 역할을 주 상원 임시의장이 대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얼핏 보면 이러한 주 법 규정에 따라 부지사 자리를 주 상원 임시의장이 승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 법에 명시되어 있는 상원의장의 부지사 역할 대행은 자리 승계와 다른 의미라는 해석이다.
부지사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 상원에서 의장 역할이다. 그 외에 도 주 법 규정에 따라 맡는 역할이 더 있는데 주 상원 임시의장은 공석이 된 부지사 자리가 주지사에 의해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기 전까지만 하는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는 1982년에 주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법률의견 (Legal Opinion)에 근거한다. 법무부 장관의 법률의견 자체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 구속력은 없지만 법원이 존중한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법률의견에 주 의회가 상충되는 법령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 주 의회도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1982년의 법무부 장관 법률의견에 의해 부지사 자리 공석 시 주지사가 다른 사람으로 채우기 전까지만 주 상원의 임시의장이 부지사의 역할을 임시적으로 한다고 보아야 한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에는 주 법 규정에 의해 주 상원과 하원의 합동회의에서 다수결로 승계자를 임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버지니아 주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민주당에 비해 각 2석이 많은 만큼 결국 공화당 의원들의 결정에 의해 승계자가 정해진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지사 자리를 승계한 부지사는 주지사의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임기를 마친 후 주 헌법의 주지사 연임 제한 규정에 상관없이 주지사 자리에 바로 출마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에서 만 연임이 제한되고 승계는 연임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지사나 법무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되어 승계자로 채워질 경우에는, 승계자는 바로 다음 11월 보궐 선거 날짜까지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보궐 선거에서 선출된 사람이 그 자리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승계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는 상황이 올지는 모르겠다. 아마 시간이 더 갈수록 이번 논란으로 사임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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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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