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태생 캐나다 출신 작가 라파엘 로자노 헤머(Rafael Lozano-Hemmer, 1967-).
그의 워싱턴 데뷔 전시가 허쉬혼 뮤지엄에서 오는 4월까지 진행된다.
전시 작품은 3가지의 맥박(Pulse) 시리즈
이다.
<펄스 룸, 2006>은 관객의 심장박동에 맞춰 전구가 깜빡이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이 작품은 어두운 공간에 백열전구 240개가 반짝인다. 지상엔 하나의 백열전구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로 다가가 심장박동을 기록하면 불이 켜진다. 심장이 뛰는 속도대로 전구가 깜빡이며 강도만큼 빛을 낸다. 그렇게 240명의 심장박동이 모여 240개의 전구를 밝히고 있다. 누군가의 심장은 희미했고 누군가의 것은 밝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아내가 임신했을 때 들은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에 아이디어를 얻었다.
<펄스 인덱스, 2010>는 현재까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이 작업은 참가자의 지문을 심장 박동수로 감지하는 동시에 사용자 10,000 여명의 데이터를 기록하여 규모가 큰 투영된 그리드에 표시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지문이 모아져 거대한 벽화같이 펼쳐져 전시장 한 쪽 벽면에 설치되었다. 미디어 아트의 색다른 만남이다.
<펄스 탱크, 2008>는 뉴올리안즈 비엔날레에서 초연한 작품. 새로운 전시 때 마다 업데이트 되고 확장된다. 조명 된 물탱크에서 센서가 파동을 일으키면 그 파동이 전시장 벽에 반사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 패턴은 마치 붓으로 펼쳐낸 풍경 같다.
미술품이 모두 그렇듯이 이렇게 난해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글로 전한다는 게 참으로 어렵다. 특히 이런 경우는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이 외에도 전시 관련 행사로 아부 다비, 토론토, 뉴욕 등지에서 작업한 생체 인식에 대한 비디오로 펄스 작품 3편의 짧은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라파엘의 작품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 콘텐츠, 기술의 삼박자가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보다 중요한 것의 가치를 얘기한다. 이제 예술에서의 일방적 소통의 시대는 끝났다는 그의 작품에서 관객은 절대적인 결정권을 갖는다. 열린 소통과 상호작용이란 가치를 추구해 온 그의 작품을 경험하면 깊은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작품에는 움직임을 주요소로 하는 키네틱 아트, 생체 측정 설치 작품, 사진, 나노 기술 등의 첨단 문명이 등장한다. 여기에 일상을 둘러싼 소재로 우리의 맥박, 목소리, 지문, 초상, 말할 때의 공기 파장과 움직임 등이 주요 매개체다.
그는 26년 동안 공공장소에서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인터렉티브 프로젝트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구현된 작품들은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된다. 관람객은 작품과 소통하며 스스로 작품이 되는 특별한 체험과 기억을 가진다.
그는 현재 몬트리올에서 안티모듈러라는 리서치 기반의 미디어아트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1990년대 초부터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일상의 공간을 찾아가 대중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왔다.
신기한 과학 체험장을 방불케 하는 그의 작품에 대하여 라파엘은 말한다. “내 작품이 뉴 미디어로 불리는 것이 싫다. 나는 모든 기술을 노출하며 작업에 전혀 새로운 게 없다. 예를 들어 시가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듯 그런 부분이 내 작품과 많이 닮아 있다”라고.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멕시코관의 작가로 알려진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가졌다.
이 전시가 끝날 때 까지 수많은 방문객들의 심장 박동이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질 것이다. 나는 세 작품 모두 참여하여 깜박이는 불빛과 소리의 풍경 그리고 파도와 지문에 따라 흐르는 내 마음의 맥박을 경험했다. 라파엘은 앞으로도 이러한 체험을 그만의 새로운 표현법으로 계속 나타낼 것이다. 과연 이후엔 어떤 작업으로 관람객과 함께 할 지 궁금하다.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KBS, 월간 미술경제지 ART PRICE, 월간 대전예술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도정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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