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하 17도 강추위에 찾아간 나이아가라 폭포
지난 주 우연히 보게 된 뉴스에 계속되는 강추위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몇 년 만에 다시 얼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4년 전에 갔을 때 얼어붙은 폭포의 모습이 너무도 장관이었던 것이 생각 나 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고 있었다.
뉴스를 본 후부터 나이아가라 폭포 쪽 날씨를 계속 보는데 날마다 흐리고 눈이 오고 영하 15도 이하로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어 감히 가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갑자기 금요일 하루만 해가 반짝 나온다는 예보가 있어 무작정 달려갔다.
-막힌 고속도로
네비게이션의 안내로 보면 워싱턴에서 8시간 운전하면 넉넉히 도착할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 목요일 새벽 네 시쯤에 출발하여 맥도날드에서 아침도 먹고 차에 기름도 넣고 계속 달려가는 동안은 도로상태가 아무 이상 없이 좋았다.
이대로 가면 오후 한시쯤엔 캐나다 쪽으로 가서 따끈한 순두부찌개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달리는데 나이아가라를 두 시간 정도 남겨놓고 버팔로 쪽을 향해 가는데 밤새도록 내린 눈을 미처 치우지 못해서인지 고속도로 자체를 막아버렸다.
그래서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동네 길을 따라 가는데, 이리 가도 큰길이 막혀 있고 저리가도 막혀 있고 참으로 난감하여 할 수 없이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순 없지 하는 마음에 무조건 동네 길을 따라 나이아가라 쪽을 향하여 달려가 보았다.
-얼음왕국의 환상적 풍경
길엔 눈도 쌓여 있고 빙판 같아 차 속도는 25마일 이상은 달리지도 못하고 엉금엉금 그렇게 한 시간 이상을 벌벌 기듯 운전했다. 길은 위험했지만 길가 풍경은 보너스를 받은 듯 환상적이었다. 집집마다 지붕 끝 땅에 닿을 것 같은 기다란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주차 되어 있는 차들은 창문만 살짝 보이고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나무는 가지마다 온통 하얀 눈꽃으로 코팅되어 있었다. 마치 엘사가 출연하는 ‘얼음왕국’에 온 듯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차는 걸음마 하듯 천천히 움직여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아름답고 환상적인 겨울왕국 같은 풍경에 빠질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그 순간을 기억하는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
엉금엉금 기어 가다가 고속도로가 열린 곳이 있어 그때부터는 열심히 달려 두시반쯤 캐나다에 입국하여 식당으로 직진, 점심식사는 세시반이나 되어 먹을 수 있었다. 보글보글 순두부찌개….
-형형색색의 폭포
식사 후 호텔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커다란 창문 넘어 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뭉게구름 같이 하얗게 피어 올라가는 물보라 기둥은 마치 솜사탕처럼 맛있고 포근해 보였다.
가지고 온 옷이란 옷은 다 끼어 입고 카메라를 가지고 밖에 나오니 얼굴이 싸하니 차가운 기운이 감싸온다. 옷을 너무 많이 끼어 입어 몸은 곰처럼 두루뭉술하고, 몸이 둔하니 걸음걸이는 자연히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내 모습이 내가 봐도 우습다.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 폭포는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만났던 간헐천처럼 하얀 연기 기둥을 하염없이 뿜으며 하늘로 치솟고 땅에는 바위들마다 온통 하얗게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미국 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폭포는 중간중간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 말고는 위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왕국이다.
바위들에 물이 튀어 얼어붙은 것들은 마치 버섯 같은 모양에 고드름이 돌아가며 달려있었다.
추위도 잊은 채 사진을 열심히 찍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폭포에 색색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색이 바뀌면서 조용히 비추어주는 조명 덕분에 폭포는 더 위엄을 뽐내고 있고 영하 17도 강추위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손가락은 잘려져 나갈 듯 시려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수시로 바뀌는 형형색색의 폭포를 찍을 수 있었다.
새벽부터 잠도 못 자고 장시간 운전하고 추위에 떨었더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저녁은 간단히 피자로 때우고 들어와 따뜻한 물로 씻으니 마치 온천에 온 것처럼 피곤이 확 풀린다. 듣던 대로 캐나다는 물이 정말 좋다.
-세계 3대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사이에 위치하고 세계 3대 폭포 중에 하나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수량, 이과수 폭포는 넓이, 빅토리아 폭포는 높이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세계 3대 폭포 모두 두 나라의 국경에 걸쳐 있으며, 두 나라에 각각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폭포의 다른 모습을 보려면 출입국 심사를 받고 넘어다니면서 봐야 한다는 점이 똑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모든 것이 거의 다 캐나다 쪽에 있기 때문에 캐나다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차로도 이동이 가능하고 걸어서도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쪽에서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니까….
나이아가라 폭포는 50m가 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이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쏟아져 내리고 그 위로 연신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햇빛의 각도에 따라 무지개가 걸쳐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거대한 스케일의 대자연을 느끼실 수 있고 여름에는 배를 타고 폭포물이 떨어지는 바로 앞에까지 들어갈 수 있으나 우비를 입어도 완전히 젖을 각오를 하고 배를 타야 한다. 이 배는 더운 여름에만 탈 수 있고 9월부터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헬리콥터를 타면 폭포 주변 도시와 폭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물과 헬리콥터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환상적인 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
-하얀 상고대의 장관
다음날 아침엔 일기예보처럼 해가 반짝, 고맙게도 아주 화창한 날씨다. 어제 오후에는 흐린 날씨라 사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빛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화사하게 빛 받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뒤뚱뒤뚱 펭귄 걸음으로 이리저리 위로 아래로 다니며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찍고 강 건너 미국 쪽으로 향했다.
폭포에서 뿜어내는 물안개의 방향이 미국 쪽으로 밤새도록 날려서 나무에 하얗게 상고대(눈꽃)가 피어 있는 것을 찍기 위해서였다. 파란하늘에 하얀 상고대가 있고 폭포 쪽으로는 하얀 물안개가 뭉개 뭉개 피어오르고 정말 일기예보가 적중해 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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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젬마 <글·사진/ 사진작가·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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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
자주올려주세요
좋은글 앞으로도 또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