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분기 340억달러 발급, 전년동기 대비 24% 증가
▶ 금융기관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주택시장 위험 커질 우려
정규 모기지 대출 자격 미달자에게 낮은 대출 기준을 적용하는 ‘비정규 모기지’(Unconventional Mortgage) 대출이 늘고 있다. 이자율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정규 모기지 대출 신청이 감소한 사이 비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 모기지 대출은 과거 ‘묻지마’식 대출 관행과 달리 엄격한 대출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정규 대출 기준과 비교할 때 대출 기준이 다소 느슨해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 모기지 대출에 대해서 알아봤다.
■ 은행 잔고로 소득 증명
간호학을 전공하는 아리아나 헤링은 지난해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을 알아봤다. 그러나 파트타임직 간병인으로 일하는 탓에 정규 모기지 승인에 필요한 소득 증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한 모기지 대출 기관으로부터 약 61만달러에 달하는 대출 금액을 내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간병인 고객들로부터 받은 소득 관련 서한과 12개월치 은행 잔고 증명서만으로 대출 기관은 그녀의 대출을 흔쾌히 승인했다.
헤링의 사례는 마치 10여 년 전 주택 시장을 한순간에 침체로 몰아넣었던 서브 프라임 융자를 연상시킨다. 최근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거 서브 프라임 융자와 비슷한 형태의 비정규 모기지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정규 모기지 대출 수요가 감소한 사이 비정규 모기지가 대출 자격 미달자들의 대출 수요를 하나둘씩 흡수하고 있다.
■ 1년 새 약 24% 급증
모기지 시장 조사 업체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Inside Mortgage Finance)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발급된 비정규 모기지 대출은 약 340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4% 급증했다. 비정규 모기지는 같은 기간 전체 모기지 대출 발급액인 약 1조 3,000억 달러의 약 3%에 불과한 낮은 비율이다.
하지만 이 기간 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액이 약 1.2%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 현상으로 비정규 모기지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금융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 소득 증명 없이 발급된 비정규 모기지의 대부분이 부실 모기지로 전락했다. 당시 발급된 비정규 모기지는 이른바 ‘허위 융자’(Liar Loan)란 오명이 있을 정도로 심사 및 발급 과정이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반면 최근 발급이 늘고 있는 비정규 모기지는 과거와 다르고 위험이 높지 않다는 것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정규 모기지를 칭하는 과거의 부정적인 명칭 대신 ‘비적격’(Nonqualified) 모기지란 용어가 새로 사용되고 있다.
■ 수익 목마른 대출 업계 높은 관심
비정규 모기지 대출 증가와 관련, 금융 감독 기관 및 소비자 보호 단체들은 찬성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출 기관들이 비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에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주택 시장 위험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모기지 대출기관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United Wholesale Mortgage)의 매트 이시바 CEO는 “융자 업계가 ‘미끄러지기 쉬운 언덕’(Slippery Slope)을 오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유나이티드 홀세일 모기지는 대형 비은행계 대출 기관으로 비정규 모기지를 취급하지 않는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모기지 대출에 뛰어드는 대출 기관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자율이 상승하며 정규 모기지 수요가 감소하자 수익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정규 모기지 대출 발급을 계획 중인 대출 기관이 증가하고 있다.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대출 기관이 비정규 모기지를 취급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 아직은 안전, 경기 하강하면 문제
비정규 모기지는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 맥의 보증 기준에 미달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비정규 모기지 대출에는 소득에 비해 대출액이 지나치게 높아 이자만 내는 대출 또는 상환 기간이 30년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긴 대출 등 고위험 대출이 많다. 크레딧 기록이 좋지 않거나 자영업자 또는 은퇴자로 소득 증명이 어려운 대출자들도 비정규 모기지 대출을 많이 찾는다.
모기지 대출 기관 ‘뉴 아메리칸 펀딩’(New American Funding)의 경우 최근 18개월간 비정규 모기지 수요가 2배나 급증해 현재 전체 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출 자격 미달로 지난 몇 년간 융자 시장에서 소외됐던 대출자들이 주요 고객층”이라는 것이 톰 제솝 융자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고위험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 때문에 비정규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까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DBRS Inc.’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 모기지 담보부 증권 발행액은 약 123억 달러로 전년도의 무려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DBRS 측은 “아직까지 비정규 모기지 담보부 증권의 연체율 증가 등 위험 현상은 없지만 경기가 하강할 경우 연체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전에 없던 신규 대출 방식까지 등장
최근 발급되는 모기지 대출은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연체 위험이 높지 않아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모기지 대출 심사시 ‘상환 능력’ 점검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승인이 결정되는 등 강화된 대출 기준이 여러 대출 기관들에 의해 최근까지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비정규 모기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소비자 옹호 단체 ‘책임 대출 센터’(the Center for Responsible Lending)의 스콧 아스트라다 디렉터는 “비정규 모기지가 과거 발급된 대출에 비해 위험이 낮아도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여전히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가이 체카라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 대표도 “비정규 모기 대출 발급 경쟁이 높아질 경우 위기 때와 같이 대출 기준이 다시 느슨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비정규 모기지 대출 승인을 심사할 때 필요한 소득 증명을 위해 헤링의 경우처럼 은행 잔고 증명이나 대출자의 기타 자산이 활용되기도 한다. 소득 증명이 힘든 대출자가 보유한 총자산 가치를 대출 상환 기간으로 나눈 뒤 해당 금액을 월 소득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신규 대출 관행에 대해 ‘통화 감독국’(the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은 지난해 12월 “일부 은행들이 정부 규제를 적절히 따르지 않고 신규 대출 관행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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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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