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옷과 구두들을 종종 수선해서 사용한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키가 작은 내가 미국에서 맞는 옷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직업 상 정장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와이셔츠를 백화점에서 구입하면 팔 기장이 길다. 팔 길이에 맞추다 보면 가슴 폭이나 목 둘레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와이셔츠를 미국에서 구입하게 되면 일단 목 사이즈에 맞추고 팔 기장은 당연히 수선해야 한다.
양복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내 백화점에서 내 체격에 맞는 양복은 당연히 없다. 그래서 팔 기장과 바지 기장을 다 줄여야 한다. 그런데 웃도리 전체 기장은 보기 좋게 줄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대로 입으면 또 너무 커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부터 가능하면 양복과 와이셔츠를 한국에서 구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맞춤 양복은 비싸기에 기성 양복을 구하는데, 대부분의 기성 양복들도 조금씩 줄여 입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고쳐야 되는 정도가 작기에 훨씬 더 낫다.
와이셔츠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맞춤으로 구입해 입고 있다. 미국 백화점에서 사고 수선비까지 지불하는 것에 비교하면 한국에서 맞추어 입는 것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 단골 가게를 정해 놓고 한국에 갈 때 마다 몇 장씩 구해온다. 한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가기 전에 미리 주문해 놓고 가서 픽업만 하면 된다. 그 가게는 나에게 옷감 선택을 위해 샘플을 보내 주기도 한다. 단골이기에 미리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며 택배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 머무는 호텔로 직접 배달도 해 준다. 또한 오래 입어 목 칼라나 팔 소매가 해어질 경우 부분적으로 수선을 해 입기도 한다. 한국에 가기 전에 우편으로 먼저 보내어 수선을 부탁해 놓기도 한다.
구두도 미국에서 내 발 사이즈에 맞는 것을 사기가 쉽지 않다. 요즈음은 그래도 인터넷으로 맞는 사이즈를 찾아볼 수 있어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그래서 한 번 산 구두는 정말 못 신게 될 정도로 낡을 때까지 계속 수선해 신게 된다. 어떤 때는 수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새 구두를 사는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신던 구두처럼 편한 것도 없고 그만한 구두도 새로 찾기 힘들 것 같아 꾸준히 계속 구두 메이커에게 보내 수선해 신는다.
그런데 작년에 드디어 20여 년 동안 신어 오던 구두가 더 이상 수선이 가능하지 않다는 통지를 구두 메이커로부터 받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수선을 잘 한다는 가게에도 가져가 보았으나 역시 같은 답을 들었다. 그렇다고 그 구두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음 한국 방문 때 꼭 시간을 내서 서울역 옆 염천교 구두거리에 가볼 생각이다.
옷과 구두 외에 내가 또 수선해 사용하는 것으로 넥타이가 있다. 넥타이도 오래 매다 보면 맨 아래 끝이나 모퉁이들이 해진다. 그리고 통 자체가 뒤 틀리는 넥타이도 있다. 길이가 내 키에 비해 너무 긴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넥타이를 수선해 사용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 가운데 조금 값이 나가는 것이나 특별히 선물로 받아 버리기 미안한 것들이 있다. 그래서 수선비가 제법 들지만 그래도 수선하는 게 더 경제적이거나 선물한 사람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아 여러 해 전부터 그렇게 해 오고 있다.
그런데 넥타이 수선 해 주는 곳을 내가 사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서는 찾아 보지 못 했다. 그래서 뉴욕시에 위치한 전문 수선 가게에 우편으로 보내 의뢰한다. 최근에도 4개의 넥타이를 수선했다. 그 중 두 개는 모서리 수선을 겸해서 넥타이 길이를 줄였고, 한 넥타이는 양쪽으로 제법 해진 것을 폭을 줄여 해결했다. 어느 한 넥타이의 뒤틀림을 바로 잡기도 했다.
이렇게 오래 입고 신던 옷과 구두를 계속 수선해 사용하는 게 어쩌면 내가 이제 나이가 조금씩 더 들어 가면서 변화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20년째 교육위원 직을 맡아 일해 오면서 교육 발전에 필요한 변화에도 혹시 대응이 느리지는 않나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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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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