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ns Catalina Trail <상>
Two Harbors 전경.
섬에 자연상태로 살고있는 버팔로(Bison).
섬에 자연상태로 살고있는 여우(Fox).
●Dec. 29~30, 2018
Angels Gate를 막 벗어난 Ferry는 비교적 잔잔한 푸른 바다에 장쾌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힘차게 나아간다. 이따금씩, 시리도록 차가울 바닷물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는 고래들이 눈에 띈다. 바다위로 스러지는 아름다운 낙조 또한 덤으로 누리는 복이다. San Pedro항을 떠난(16:15) 배가 23.8마일 거리라는 Santa Catalina Island의 Two Harbors에 입항한 것은 출항 후 75분쯤이 지나 섬 전체가 온통 어둠에 잠겨 갈 저녁 무렵이었다(17:30).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의 열쇠를 받아들고는, 먼저 부둣가에 있는 Harbor Reef Restaurant에서 우리 일행 모두가 함께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즐긴다. Jason, Sunny, Kendra, Fariba와 Ali 부부, 그리고 이 부부의 22세인 딸 Mona, 19세인 아들 Kian 그리고 나, 이렇게 8명이 일행이다. 모두 4개의 방에 2인1실로 여장을 푼다.
토요일인 내일 아침에 섬 전체를 관통 종주하는 TCT( Catalina Trans Trail )를 통하여 하이킹을 시작하여, 서쪽 끝의 Silver Peak(1804’)에 오르고 그 아래의 Starlight Beach에 들린 후, 섬의 서쪽 부분을 크게 Loop형으로 돌아 이곳 숙소로 와서(21마일) 다시 1박을 하고, 일요일에 TCT를 따라 섬의 이모 저모를 살피며 Avalon항까지 간(24마일) 다음, Long Beach항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Catalina Island Hiking의 개요이다. Trans Catalina Trail 전체구간 38.5마일에다 Sierra Club의 Lower Peak List에 실린 Silver Peak의 6.5마일을 더해 총 45마일의 하이킹을 하려는 것이다.
섬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본다. 제주도(714평방마일)의 10분의 1정도인 75평방마일의 면적을 가졌고,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지녔다. LA County에 속하며, Channel Islands의 일부이다. 섬의 모양이 딱히 무엇을 닮았다고 말하기가 애매하다. 억지로 비유하자면, 배불뚝이 ‘복어’(동쪽 부분)의 꼬리를 ‘소라’(서쪽 부분)가 살짝 물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하겠다. Catalina라는 섬 이름이 스페인 Isabella여왕의 3녀이며 영국의 Henry 8세의 왕비였던 Catherine(=Catalina)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옛 스페인의 탐험가 Sebastian Vizcaino가 태평양에서 건저 올린 특산품을 그녀의 제사상에 올리도록 진상한 ‘복어와 소라’라고 상상해 본다.
제 1일토요일의 날이 채 밝기도 전에 기상(04:30)하여 별관인 공동취사장에 나가 각자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숙소 앞에 대원 모두가 다 모인다(06:00). Jason, Sunny를 리더로 하여 TCT표지가 있는 서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어둠을 밝히며 하이킹을 시작한다. 꽤 가파른 고개를 30분쯤 오르고 나니 차츰 몸이 더워지고 여명이 밝아온다. 길 옆 내륙으로 쑥 들어온 포구의 해면이 어두운 육지 속에서 먼저 밝게 드러난다. 아마도 이 포구가 우리가 어제 입항했던 Two Harbors와 약 반마일 정도로 아주 좁다란 육지를 격하여 섬 남쪽 편에 있는 Catalina Harbor일 것이라 짐작해 본다. 즉, 복어와 소라가 맞물린 접속부를 일컫는 ‘지협(Isthmus)’에 면한 남쪽 포구이겠다.
물과 뭍의 명과 암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뭍의 지형은 대체로 고도의 변화가 심한 편이라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다가 보이다가 가려지기를 거듭한다. 바다의 잔잔함과 넉넉함이 한결같다고 하면, 섬은 되려 출렁이고 강팍하며 변덕스럽다고나 할까, 대조적인 풍경이다.
말로만 듣던 Bison(=Buffalo)을 만난다(06:37). 대략 50m쯤의 거리를 둔 풀밭에 미동도 없이 우리들을 향하여 비스듬히 서 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Bison의 이런 자세가 실상은 더욱 잘 경계해야 하는 거동이었다. Bison은 대체로 온순한 성격을 지녔지만, 그래도 40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되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는 특히 조심하라는 안전지침이 있었다. 그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라는 권고일 것이다. 체중이 800kg까지 나갈 수 있고 시속 35마일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원래부터 이 섬에 살던 토착동물은 아니고, 영화촬영을 위해 1924년에 14마리를 이 섬으로 반입하였는데, 나중에 다시 본토로 반출해내는 비용이 커서 그냥 섬에 풀어놓은 것이 그 연원이며, 현재 약 150마리로 늘어나 자연상태로 살아가고 있단다.
오름길이 지속된다. 바다의 전망도 넓어지고 색깔도 밝아졌다. 27마일이라는 도로의 표지가 있다(07:23). 이 TCT 마일표지의 기산점은, Catalina섬의 4000여명의 거주민 중 90% 이상의 인구가 밀집되어 살고있다는 Avalon이다. 하이킹을 시작한 Two Harbors는 TCT마일표지로는 24마일 지점이었으니 이제 3마일을 온 것이다. 저만큼 멀리 앞에 보이는 붉은 빛깔 봉우리가 Silver Peak임을 Jason이 알려준다(08:00).
Silver Peak을 얼추 1마일을 앞둔 4.4마일 지점에 이르니, 길이 갈라지며 자세한 이정판이 있다(08:13). 여기서 TCT는 우측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우리는 섬의 서쪽 끝부위의 Silver Peak과 Starlight Beach(3.5마일)를 가기 위해 계속 직진한다. 잠시 TCT경로를 벗어나는 것이다.
황톳빛으로 솟아있는 Silver Peak의 형상에서 상형문자인 한자의 산(山)이란 글자가 자연스레 연상되어 진다. 불룩히 솟아 오른 봉우리가 중앙에 있고 그 좌우로 조금 낮은 봉우리가 각기 완만한 형세로 벌려 있다. 이렇다할 관목이나 수풀이 거의 없이 Prickly Pear Cactus들만이 처처에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산줄기가 그대로 다 드러나 매우 깨끗해 보인다.
Silver Peak의 정상(1804’)에 오른다(08:35). 모든 방향으로 망망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가없이 아름다운 수평선을 이루고 있다. 덩실덩실 춤추듯 부드러이 오르고 내리는 곡선들로 이어지고 어우러진 섬의 윤곽들 또한 아름답다. UC Santa Barbara 학생인 Mona가 벅찬 감동을 억제치 못하는 듯 두 손을 활짝 벌리며 즐거운 함성을 지른다. 여기서는 섬의 맨 서쪽 끝자락이 아주 가까운데, 건조한 산에서 가끔 보게 되는 Horned Toad의 등껍질을 보는 듯 하다. (08:55).
자못 가파른 내리막이다. 고도가 많이 낮아지면서 섬의 북쪽 해안이 가까와지니 차츰 다양하고 무성한 식물의 생태가 펼쳐진다. 해안의 맨 끝에 이르니 ‘Starlight Beach’라는 표지판이 있다(10:04). 특히 아름다운 별빛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지명이겠는데, 별이 아니더라도 발 아래로 전개되는 해안의 경치가 빼어나다. 다소 가파른 해안절벽을 조심조심 걸어내려 백사장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간식을 먹으며, ‘촤르륵 싸악, 촤르륵 싸악’ 쉼없이 밀려 들고 밀려 나는 물결과 바다의 풍광을 즐긴다(10:25).
섬의 북쪽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뻗어가는 ‘Old West End Road’라는 팻말이 있는 길을 따라 간다. 수백 수천만년에 걸쳐 바다와 육지가 바람과 비의 협조를 받으며 빚어냈을, 변화무쌍 예측불허의 굴곡을 이룬, 자연산 예술품이랄 아름다운 해안을 굽어보며 가다보니, 길이 TCT에 합류된다(11:36).
길의 어느 모퉁이를 돌아드니, 눈 앞으로 “아! ~ ” 하는 감탄성이 절로 나는 대단한 정경이 펼쳐져 있다(12:06). 달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빼어난 풍경이다. 밝은 청색과 진한 녹색이 공존하는 한없이 너른 바다, 들쑥날쑥 수려무비의 해안, 깨끗하고 밝은 빛을 발하는 백사장, 높은 줄기로부터 완만히 낮아지며 해면으로 잦아드는 구릉들의 부드러운 곡선, 싱그런 녹음이 빚어내는 전원적인 온화함 평화로움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로 이 곳이 ‘Parsons Landing’이라고 Jason이 알려준다.
해변에 앉아 고요한 풍광과 점심을 즐긴다(12:33). 백인으로는 Nathaniel Parsons라는 이가 처음 이곳에 정착했었기에 붙여진 지명이란다. 백사장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Picnic Table, Fire Ring, 화장실, Shower Booth 등이 정결하게 갖추어져 있다. 두서너 가족들이 텐트를 쳐놓고 여가를 즐기는 정경이다. 해변에서 아주 가까운 아담한 바위섬을 온통 수많은 물새들이 덮고 있다. 자세히 보니 하얀 갈매기들과 부리가 긴 Pelican들이다. 서로 다른 종류인데도 전혀 구별없이 한데 어우러진 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특한 정경이다.
다시 전원 분위기가 물씬한 지역을 관통하여 이어지는 TCT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13:15).
Boy Scouts의 야영시설인 Camp Emerald Bay를 지나며, 한마리 여우를 보게 된다. 사람을 두려워 하는 기색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흘끗 흘끗 눈치를 살피는 동정인데 하릴없어 심심한 듯 쭈삣쭈삣 서서히 멀어진다.
Emerald Bay Pier 근처 바다에 검은 물새들이 길게 떼를 지어 떠있다. 아마도 10열 종대는 될만한 너비로 거의 일직선으로 길게 줄을 지었는데, 모두가 한 방향을 보는 자세로 정렬되어 있는 정황이다(13:40). 어림짐작으로 1000마리는 족히 될 듯 한데, 흰 빛깔의 새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이고, 모두 진한 검은 색 일색이다.
해변이 길게 내륙으로 들어온 곳을 만(Bay, Cove, 灣)이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이 많기도 하다. 이런 ‘만’ 마다 거의 백사장이 있고 피어가 있고 캠프시설이 되어 있다.
‘Howland Landing’이란 간판이 있는 곳을 지난다(14:04). 역시나 아름답다. Cherry Cove의 Camp Cherry Valley를 지나는 길은 특히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갔다가 거의 비슷한 자리로 다시 되돌아 나오는 지형이라 내딛는 걸음 걸음이 다소 팍팍하다.
마침내 오늘의 종착점인 Two Harbors의 포구에 들어선다(15:45). 한가로운 작은 포구 마을이 한눈에 굽어 보인다. 바닷물의 빛깔이 청명하기만 하다. 요트에서 바닷물로 첨벙 뛰어 내리는 비키니 여인이 있고, 유유히 스노클링을 즐기는 남자도 있다. Parsons Landing에서 떠 올랐던 “굳이 멀리 하와이로 휴가를 갈 이유가 없겠다”는 느낌이 다시 든다.
어제 저녁에 한 차례 눈에 익은 부두 인근을 지나 숙소에 돌아 온다(15:54). 섬의 서쪽 부분, 즉 ‘소라’의 몸통 한바퀴를 빙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10시간 쯤이 걸린 21마일의 여정이었다.
내일은 갈길이 더 길고 또 오늘 지친 몸들이라 혹여 보행속도가 느려질지도 모르는 점을 감안하여 출발시각을 앞당겨 05:30에 모이기로 한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눕는다. 왁자지껄 떠들썩한 취사장의 분위기에 되려 잠시 친밀감을 느끼며 잠을 청한다. <2월8일자에 계속>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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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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