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나이를 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만 나이’와 ‘세는 나이’. 여기에 ‘세는 나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이는 최근에 등장하는 말인 것 같고, 전에는 ‘우리 나이’라고 말했었다.
만 나이는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 앞에 ‘채웠다’는 뜻의 만(滿)이라는 글자를 덧붙인다. ‘만 한 살’ 또는 ‘만 1세’는 ‘1년을 채웠다<滿>’는 뜻이다. 즉 태어난 후 첫 번째 맞이하는 생일에 ‘만 한 살’ 또는 ‘만 1세’가 된다. 그 전에는 일, 개월의 단위를 쓴다. 즉 1월 1일에 태어났다면 1월 2일에 만 1일이 되는 것이고, 2월 1일에 만 1개월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태어난 후 60번째 맞는 생일날에 만 60세가 되는 것이다. 이 만 나이는 양력을 근간으로 하며, 생일에 나이를 더한다. 서양문물이 도입되면서 시작된 나이 계산법이다. 생일 케익을 먹으면서 한 살 더 먹는다.
다음은 세는 나이. 이 방법으로 나이를 세면 ‘태어나는 즉시 한 살’이다. 한 살이 되기 위해 1년 후의 생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태어나면 그 즉시 한 살이므로 생후 XX일, 생후 O개월이라는 표현은 없다.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 된다면 두 살이 되는 것은 언제일까? 태어난 후 처음 맞는 ‘설날’에 두 살이 된다. 생일과 상관없다. 세 살이 되는 것은 그 다음해 ‘설날’. 이렇게 매년 설날이 되면 한 살씩 더 먹는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설날에 ‘떡국’ 먹는 것이 ‘한 살’ 더 먹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기억하리라. 전에 우리는 나이를 그렇게 계산했다. 매년 ‘설날’에 ‘한 살’ 더 먹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설날은 음력에서 나온 것이다. 세는 나이는 음력을 근간으로 하며 설날에 나이를 더한다. 서양문물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사용해오던 나이 계산법. 설날 떡국을 먹으면서 한 설 더 먹는다.
세는 나이로 하면 음력 12월 마지막 날에 태어난 아기는 태어났기에 그 즉시 한 살이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즉 음력 새해 첫 날인 설날에 두 살이 된다. 만 나이로는 ‘만 1일’이지만 세는 나이로는 하룻밤을 자고 났을 뿐인데 ‘두 살’이 되는 것이다.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전에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계산했다. 왜 그럴까?
음력은 갑을병정으로 시작하는 10간(干)과 자축인묘로 시작하는 12지(支)를 이용해서 그 해의 이름을 붙인다. 이 10간과 12지를 조합하면 모두 60가지가 나오는데 이를 60갑자(甲子)라고 부르고 이 순서대로 매해의 이름을 매긴다.
우리의 세는 나이를 이해하려면 음력이 갖는 독특한 성격을 알아야 한다. 매해가 60갑자 순서대로 진행되는 음력에서는 한 해 한 해에 각각 고유의 기운(氣運)이 있는 것으로 본다. 갑자년에는 갑자의 기운이, 을축년에는 을축의 기운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은 갑자의 기운을, 을축년에 태어난 사람은 을축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갑자의 기운을 받고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은 갑자년의 어느 날에 태어났든 상관없이 모두가 태어난 즉시 한 살이 된다. 즉 태어난 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한 살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에 한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을축년의 첫 날인 설날이 되면 새로이 을축의 기운을 받는 것이므로 새로운 해의 기운을 받은 즉 두 번째의 기운을 받은 두 살이 되는 것이다. 즉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매해 ‘새로운 해의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즉 음력을 사용해왔던 우리는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음력 새해 첫 날인 ‘설날’에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한 살씩 더 먹었다. ‘사람마다’ 자기가 태어난 ‘생일’에 ‘각자’ 한 살씩 더 먹는 만 나이 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나이를 세어온 것이다.
음력에는 우주만물을 기(氣)로 이해하는 철학이 깔려 있다. 그것을 알아야 음력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세는 나이가 이해되는 것이다. 음력이 낯설고, 세는 나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하게 볼 것은 아니다. 세상만사는 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는 법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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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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