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준 변호사
최근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이 변했다. 처음으로 워싱턴 동포신문에 선천적 복수국적 설명에 대한 전면광고를 냈기 때문이다. 2005년 홍준표 법이 통과된 지 14년이 지난 뒤 첫 조치이다. 그러나 전면광고는 오히려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모순을 확실히 노출시키고 있다.
첫째, 지난 14년 동안 한국정부가 통보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 위반이다. 나는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가 영주권자인 크리스토퍼 멜베이 군을 통해서 5차 헌법소원을 접수했다. 멜베이 군은 만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한국 국적이탈을 해야 하는 홍준표 법을 몰랐고 한국 정부가 통보를 해주지도 않았기에 ‘적법절차 위반’이 되는 것이다. 멜베이 군처럼 한국어를 모르는 다문화 가족을 위해서 영문 전면광고를 워싱턴 포스트나 미전역에 했어야 했다.
그러나 영문 광고를 하면 미 정부나 국민이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 내용을 알게 될 것을 우려해서였을까? 아니면 현재 공직이나 정계에 있는 한인 2, 3세들에 대한 ‘이중국적의 폭로’ 로 작용하여 불이익이 걱정되어서일까? 정부는 영문 광고를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대다수의 전 세계 한인 2, 3세는 아직도 홍준표 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4차 헌법소원에서 5-4로 패소했을 때, 필자는 적법절차 위반을 강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아예 이 이슈를 회피하였다. 따라서 5차 헌법소원에서 재차 주장하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헌법소원의 핵심은 원정출산자나 병역기피자는 한국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호적에도 없는 해외동포 한인 2세까지 확대하여 한국 국적이탈을 의무화하여 이를 이행하거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38세까지 국적이탈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헌법의 국적이탈의 자유와 국적선택에 관한 자기 결정권의 침해 그리고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임시구제안을 통해 국적이탈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홍준표 법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또한 알아도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국적이탈 절차를 2, 3세들이 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도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임시법을 구상한다니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에 그칠 확률이 크다.
두번째,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도 국적이탈을 해야 한다. 2010년 개정법에 의해 남성뿐만 아니라 군대와 관련 없는 여성까지도 국적이탈을 하여야 한다. ‘국적선택 불이행’으로 인한 국적자동상실 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여성도 국적을 이탈하지 않는 한 이중국적자로 남게 된다. 이번 대사관 광고에는 ‘여성’이란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마치 남성만 국적을 이탈해야 하는 것처럼 착각을 유도하는 듯 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장애가 되는 홍준표 법의 내용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셋째, 해외 인재등용은 거짓 슬로건이 되었다. 2018년 5월 이후부터는 국적이탈을 해도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한 40세까지 재외동포 비자를 받을 수 없어 해외 인재등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인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한인 후예들에게 “한국 오지마”라고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법 제정 시 예상하지 못했던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한 개선이나 개정은커녕,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기에 홍준표 법은 분명 한국의 세계화를 막는 적폐법이다.
‘2세 국적이탈 신청 사상 최고’라는 제목아래 이제 겨우 몇백명이 국적이탈 한 것을 과장 보도하는 영사관의 의도는 국적이탈 홍보 내지는 유도에 있는 듯하다. 반면 이 기사를 한국에서 보면 마치 병역기피를 위해 조국을 버리는 파렴치한 동포 2세로 비쳐져 해외동포에 대한 부정적 국민정서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바른 국민정서와 세계화를 위해, 미국 태생 한인 2세가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되는 국적유보제나 국적 당연 상실제도로 바뀌어야 한다.헌법재판소는 5차 헌법소원을 통해 홍준표 법이 세계화를 막는 적폐법임을 하루속히 판결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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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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