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 해 공화당은 연방하원에서 54석을 더 얻으며 40년 만에 첫 다수당이 됐고 연방상원 의석도 9석이 늘어나면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차지한 것은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집권한 후 60년 동안 단 4년뿐이었다.
공화당의 이런 승리는 ‘공화당 혁명’으로까지 불렸고 그 공은 뉴트 깅그리치와 그가 제안한 ‘미국과의 계약’에 돌아갔다. 대대적인 감세와 웰페어 개혁 등을 골자로 한 ‘미국과의 계약’은 워싱턴의 개혁을 바라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화당이 몰표를 얻는 바탕이 됐다.
공화당의 대승을 이끈 깅그리치는 의기양양했고 워싱턴의 실세로 떠올랐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1995년의 연방정부 폐쇄다. 클린턴 행정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을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밀어붙이자 클린턴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결과 연방정부가 두 차례 폐쇄됐다. 그 중 그 해 12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계속된 21일 간의 정부 폐쇄는 당시로서는 최장이었다.
공화당은 정부가 문을 닫은 것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탓으로 돌렸지만 대다수 유권자들 생각은 달랐다. 과반수가 정부 폐쇄 책임을 공화당에 지웠다. 이 바람에 바닥을 기던 클린턴의 인기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1996년 대선은 클린턴의 압승으로 끝났고 깅그리치의 몰락이 시작됐다.
35일이라는 사상 최장의 정부폐쇄를 자기 결정으로 돌리며 57억 달러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 장기 폐쇄를 불사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주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말로는 3주 후까지 장벽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정부를 폐쇄하거나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게 할 거면 계속 연방정부를 닫거나 지금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백기 투항’이란 조롱을 무릅쓰고 트럼프가 아무 조건 없이 정부를 다시 연 것은 장기간의 폐쇄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공화당 일각에서 반기를 드는 조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난 주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월급을 받지 못한 관제사들이 집단 병가를 내면서 비행기들이 연착하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한 달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별 관심이 없지만 내 비행기가 1시간 연착되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당내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두번째 연방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와 도널드 트럼프와의 한 판 대결은 펠로시의 완승으로 끝났다. 트럼프는 수많은 트윗과 국경 방문으로 국경 장벽 건설이라는 자신의 핵심공약을 실현하려 애썼으나 펠로시의 노련함과 뚝심에 밀리고 만 것이다. 트럼프는 펠로시와의 첫 대결에서 지면서 정치적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됐으며 2020년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트럼프가 이 싸움에서 진 것은 대다수 미국민이 국경장벽 건설과 정부폐쇄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에 역행하는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이에 책임 있는 당에 정치적 타격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 현실 앞에 ‘협상의 대가’를 자처하는 트럼프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정부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 가운데도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폭스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공화당 여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10% 포인트 떨어진 83%를, 백인 개신교 사이에서는 7% 포인트 내린 71%를 기록했다. 공화당 여성의 83%가 아직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트럼프는 그러지 않아도 연방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각종 청문회와 세금보고서를 비롯한 자료 제출 등 정치 공세를 앞두고 있다. 거기다 최근 그의 최측근 로저 스톤이 특별검사에 전격 체포되는 등 그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와의 유착 관계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공화당 내에서도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면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트럼프 집권 후반기가 몹시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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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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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그저 무식한 부정적인 보도 ....
민주당... 역겹다. 민주당 끼고도는 뉴스매체... 토 나온다.
아니도대체.국경작벽 즉 국가안보vs다카?불체자 보호? 이개말이나되는이야기인가
트럼프의 체면은 많아 꺾였지만 패배 한 쪽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들은 외면 한 체 오직 장벽 예산 껀수 하나로 트럼프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무리수를 유도 하려던 펠로시측 계략은 트럼프의 한시적 휴전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치킨 게임의 승자 민주당은 실익 도 못생기고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한 치의 타협과 양보를 모르는 꼴통 정당이라는 실체만 부각시켰다
아랫분 꺼꾸로 트럼프 라면 거품무는 민두당과 선동언론도 갔습니다.어떻게 언론과민주당은 현 대통령에 대해 한번도 좋은말을 안하는지.문재인 깔라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한국언론이그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