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은 비켜라. 이제는 ‘라틴의 봄’이다.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진에. 그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고 선언했다. 부정선거로 대권을 찬탈한 니콜라스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같은 날, 그러니까 2019년 1월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바로 뒤이어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대다수 미주지역 국가들, 또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 국가들도 과이도 정부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의 정권을 잡은 해는 1999년이다. 그리고 바로 내건 표어는 ‘사람이 먼저다’다. 이와 함께 차베스 체제는 좌파실험에 착수했다. 그 실험은 그의 사망 후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체제 하에서도 계속됐다.
그러기를 20년. 실험은 비극적 대실패로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마침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본래 차베스 골수 지지층이다. 그런 도시 빈민층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자 마두로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 거기에 국제사회도 동참, 반(反)마두로 운동이 들불같이 번져나가자 일부 미 언론이 보인 반응이다.
빈정거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재자들을 끔찍이 사랑한다. 그런 트럼프가 어째서 마두로는 내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일부 언론의 논평이다. 트럼프라고 하면 반사적이라고 할 정도로 부정적 시각을 내비친다. 그런 미국의 주류언론이지만 이번에는 칭찬일색이다.
베네수엘라의 피플 파워운동을 이끌어 낸 막후 공로자로 트럼프에 크레딧을 주어도 된다는 것. 조용한 외교를 펼쳤다. 이를 통해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14개국 리마그룹 국가들을 반 마두로 진영에 결집시켰다.
그 다음 착수한 것이 사분오열 상황의 베네수엘라 야권을 새 국회의장 과이도를 구심점으로 뭉치게 한 것. 그리고 1월23일 과이도는 임시대통령을 자임하며 마두로 퇴진운동 선봉에 나선 것이다. 그 일련의 막후 외교노력에 미 주류언론은 A 플러스의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해피엔딩으로 이미 종결됐다는 것은 아니다. 군부는(주로 고위 지휘관 중심으로)여전히 마두로에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때문에 베네수엘라 사태는 시리아 내전과 흡사한 상황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일각에서의 우려다.
대다수의 관측은 그러나 상황은 이미 기울었다는 쪽이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은 이제 필연이라는 것.
이 베네수엘라 사태는 다른 한편 여러 부문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좌파혁명은 결국은 디스토피아(dystopia- 유토피아의 반대란 의미의 암흑향)로 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다.
그 시작은 포퓰리즘이다. 그 다음은 퍼주기가 제도화된 웰페어 국가 단계다. 그러면서 파워는 한 곳으로 몰린다. 뒤따르는 것은 좌파 논리만 수용되는 정치적 일원화다. 그 다음 단계는 전제정치, 폭정이다. 그 기간 동안 경제는 파탄상황을 맞게 되고.
‘좌파 간의 연대가 여간 끈끈한 게 아니다’- 이 역시 베네수엘라 사태가 알려준 또 다른 교훈이다. 차베스와 그 후계자 마두로는 카스트로 숭배자로 좌파실험 20년은 아바나에서 파견된 고문관들의 지도하의 ‘베네수엘라의 쿠바화’ 기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제는 진작 거덜 났다. 그 마두로 체제가 그런데 어떻게 유지돼 왔나. 개인 사찰에서, 검거 고문에 이르기까지 쿠바로부터 체제수호의 노하우를 전수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마두로 체제는 최근에는 시진핑의 중국으로부터 인공지능을 이용한 디지털 감시체제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 대가로 중국이 바라는 것은 에너지원 확보와 중남미지역 교두보 구축이다.
수많은 국민을 비탄과 죽음으로 몰아냈다. 그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독재체제는 마두로 체제뿐이 아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도 그 중 하나다.
‘그런 체제들의 효과적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방안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 않을까’-.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던져주고 있는 또 다른 시사점이다. 직접적인 군사개입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구사‘하라는 것이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혼용한 것이 스마트 파워다.
인베스터 비즈니스 데일리는 이를 ‘외교적 강공책’으로 규정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하고 강력한 연합세력을 구축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독재체제에 저항해 싸우는 세력을 강력히 지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사태 접근정책은 북한, 이란 등의 레짐 체인지에 원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마두로 체제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고 며칠 후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난다. 김정은으로서는 같은 ‘형제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장본인 트럼프와 대좌하게 된 것이다. 그 때 그의 심정은 어떨까.”
3월에 열릴 예정이라고 했나. 그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문득 떠올려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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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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