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정부 셧다운 삭풍이 몰아치던 1월 초, 캘리포니아에선 개빈 뉴섬의 새 주정부가 순풍에 실려 출범했다. 마치 ‘거액의 신탁기금 상속자’처럼 뉴섬 신임 주지사는 215억 달러 흑자 예산과 더욱 막강해진 민주당 주의회라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사흘 후 자신의 첫 예산안을 발표하는 뉴섬은 마치 “예산쇼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 같았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교육예산 대폭 증액, 무료 프리스쿨과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헬스케어 확대, 웰페어 증액, 하우징, 홈리스 쉘터, 유급 가족병가, 저소득 근로자 택스 크레딧, 산불예방과 소방작업, 국경 이민행렬 ‘캐러밴’ 임시 셸터…“우리의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전제한 그의 예산안은 수많은 부문에 대한 지원 확대가 주를 이루었다.
물론 전임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절대 명제였던 재정 ‘절제’ 지속을 천명한 만큼 부채상환과 비축금 배정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지난 수십년 어느 주지사보다 좋은 여건 속 출발이라 해도 뉴섬은 머지않아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민 5명 중 1명은 빈곤층에 속하고 무보험자가 300만명에 이른다. 치솟는 주택가격으로 내집 마련은 상당수 주민들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이 된지 오래며, 도시에서 교외까지 거리엔 노숙자가 넘쳐나고 있다. 산불위험과 피해규모는 갈수록 악화되고, 공립교육은 여전히 전국 하위권을 맴도는 상태다.
이 같은 난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무료 프리스쿨에서 전 주민 건강보험 유니버설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그의 캠페인 공약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일까. 동시에 브라운의 책임있는 재정정책을 이어가겠다며 표밭을 안심시키려했던 또 다른 약속도 지켜질 수 있을까.
이 두 약속이 동시에 지켜지지 못해 4년 후 “살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의 재선은 힘들어질 것이다.
야심찬 뉴섬의 발목을 잡을 도전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그가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교육, 헬스케어, 노숙자 대책 등 마치 ‘진보의 희망사항 목록’ 같은 주요 어젠다들을 실현시킬 재원 확보다. 2,090억 달러 규모로 브라운의 마지막 예산안 보다 80억 달러나 새 지출이 늘어난 그의 예산안은 새 회계연도의 흑자증가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그가 예측한 흑자규모 215억 달러는 의회분석관의 예측보다 60억 달러나 많다.
캘리포니아의 세제는 불안정하고 불건강하기로 악명 높다. 등락 심한 최고 부유층의 소득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경기가 좋을 땐 장밋빛이지만 경기가 둔화되면 양도소득세 등이 대폭 감소하면서 주정부 운영이 휘청할 정도로 세수입도 타격을 받게 된다.
무료 프리스쿨에서 유니버설 헬스케어, 홈리스 대책, 6개월 유급 가족휴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막대한 경비를 필요로 하는 뉴섬의 복지혜택 확대 정책은, 안정적 세수입을 보장하는 세제개혁 없이는 그 재원 확보가 계속 숙제로 남을 것이다.
재원 마련 못지않게 뉴섬에게 어려운 도전은 자당인 ‘민주당 천하’ 주의회와의 관계로 꼽힌다.
뉴섬이 브라운의 그늘 아래서 8년을 조용히 기다려왔듯이 민주당 주의회 역시 브라운의 강력한 긴축재정에 고삐 잡힌 채 8년간 진보 어젠다 실현에 필요한 예산 지출의 갈증을 참아왔다.
민주당 주의회는 카리스마와 경륜만으로도 ‘넘사벽’이었던 브라운이 퇴장한 지금, 고비용 정책들의 입법화를 잔뜩 준비하고 주지사와의 ‘평등한’ 관계 정립을 벼르고 있다. 새크라멘토가 ‘새로운 파워 역학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브라운에겐 ‘경외심’, 뉴섬에겐 ‘호감’으로 표현되는 의원들의 주지사에 대한 시각이 변화의 단면을 말해준다.
이제 주의회의 민주당은 세금인상과 주 헌법 개정에 필요한 전체 의석 3분의 2의 ‘수퍼 머조리티’를 넘어 4분의 3을 차지한 ‘메가 머조리티’의 막강한 다수당으로 군림했다. 주의회에 상정된 법안의 입법화 여부는 주지사가 서명 혹은 거부권으로 최종 결정하지만, 민주당 의회는 주지사의 거부권을 번복시킬 수 있는 파워까지 확보한 것이다.
뉴섬은 흥청망청 지출을 경계하며 아무리 자당 의회라 해도 “노우”라고 거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 “일단 최고경영자가 되면 방안의 어른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주지사의 임무다.”
앤소니 렌던 주 하원의장도 주저 않고 대응했다 : “때로는 주지사에게 ‘노우’라고 말하는 것 역시 우리의 임무다, 그것이 권력의 균형이다.”
민주당 주의회와 ‘진보의 희망사항’ 상당부분을 공유한 뉴섬은 ‘스파링 파트너’ 보다는 ‘워킹 파트너’로 주의회와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지출에 허기진 의원들의 지나친 요구에 제동을 걸며 견제역할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캘리포니아의 건강한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뉴섬이 넘어야 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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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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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는 행복하겠어 ~~ 약쟁이 주지사를 두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