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만국 공통 인사는 아마도 “Happy New Year!(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작년 보다는 좀 더 행복한 새해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런데 과연 “행복”은 무엇인가? 그 뜻은 몸으로는 느껴져도 언어로는 표현하기도 힘들고, 사실 행복의 개념은 개인마다 해석이 틀릴 것이다.
미국 이민 초기에 유명 호텔의 식당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해이티에서 온 동료 아저씨는 “나는 잘 먹고, 잘 자고, 성적 만족을 얻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하고 정말 행복해 하는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40년 가까이 장애인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K목사는 “어려운 이웃의 눈물을 주님의 이름으로 닦아 주고 그들과 함께 하는 일에 쓰임 받는것 자체가 큰 축복이다”라고 말한다. 그 사역에는 실로 눈물과 가시밭길이 많지만, 내가 곁에서 수십년 지켜 본 그의 삶은 행복해 보였다.
행복은 단순하지 않은 개념이므로 어떤 삶의 공식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이러니하게도 추구할수록 점점 더 멀리 도망하는 것 같다. 그러므로 행복은 과연 인간이 염원하는 지선의 목표인가 하는 질문을 해 본다. 중국의 순자 (荀子)는 “복이란 어떤 행운이 굴러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재앙없는 생활이 이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복은 순간적, 찰나적일 수밖에는 없다. 반대로 혹자는 “편안을 추구하면 권태가 오고, 편리를 추구하면 나태가 온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실은 내게 필요한 것이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가 행복을 논할 때 결정적 두개의 큰 틀은 “외부적 상황이나 조건”과 “내적인 성숙, 삶의 태도, 가치관”으로 집약될 수 있다. 만일 행복감을 위해 외적 조건에 지나친 비중을 둔다면 그 행복감은 심히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단적 예를 하나 들어본다. 노벨 과학상 수상 소식을 통보받은 어떤 과학자는 그 소식을 듣고 약 30분간 기쁘고 행복했으나, 곧 다시 무엇인가를 걱정하기 시작하는 자기를 보게 되었다고 말한 사실이 생각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척 스윈돌 목사의 “태도가 사실보다 더 중요하다. 내 인생의 10%는 나에게 발생한 사건(일)들이고, 90%는 그 사건에 대해 내가 반응한 행동들이다”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빅토르 유고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나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라고 말했다. 나의 경험으로는 사랑을 받을때 보다는 이웃에게 사랑을 주어 그 사람이 행복해 할 때 나도 더욱 행복해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감사, 나눔, 그리고 자기 부인(否認)은 행복감의 큰 촉매제라 말하고 싶다.
성경에서 말하는 행복의 의미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이 단어는 구약에 두 번 나올 뿐, 신약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행복의 다른 모습인 감사, 평안, 만족, 기쁨, 소망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성경에는 이러한 단어들을 가슴에 품고 산 구름같이 많은 믿음의 증인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 유독 사도 바울은 나에게 언제나 가장 큰 도전을 준다. 그 분은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다고 고백했지만, 단 한번도 불평하거나, 포기하거나, 불행하다고 말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나는 자족(自足)하기를 배웠노라.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라고 고백한다(빌 4:11-12).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그 고백의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가 가진 철저한 사명의식과 하나님의 사랑에 온전히 붙잡혔다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 그리고 육신의 장막을 벗은 후에는 약속된 영광의 소망의 나라에 들어간다는 견고한 믿음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올 한 해에는 무엇보다도 이분의 믿음 안에서의 행복한 삶을 나 자신도 좀 더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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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약물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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