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19 의거 그리고 5.16 쿠테타 때에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나의 대학 시절이 나름대로 민주, 자유 이러한 생각을 자각하고 모두 공감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가운데에 그 시절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여가 취미가 있었는데 그것이 당구였다. 사실 거의 모든 대학교 정문 앞에는 몇 개의 당구장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또 왜인지 모르겠으나 시대정신과는 아주 다르게 당구에 관한한 모든 용어, 단어가 거의 모두가 일본 말이었다. 우선 ‘우리 다마(공) 치러 가자’ 로부터 시작해서 게임 중에는 ‘히끼’ ‘오시’ ‘히네리’ 등의 말을 썼고, 그리고 상대방에게 좋은 공의 위치를 안주려는 것을 ‘겐세이’ 라고 불렀다. 그리고 상대가 게임 중 마음이 흔들리게 떠들어 대는 말을 ‘구찌 겐세이’ 한다고 하며 낄낄거렸다. 겐세이 보다 견제(牽制), 구찌 보다는 입(말)이라고 쓸 만도 한데 말이다.
내가 느닷없이 이 단어를 끄집어 낸 것은 지난주에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보면서 잠시 생각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첫째가 연초에 어느 TV에서 2018년 10대 망언(?) 장면이라며 보여 준 것이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회의 발언 중 의장이 말에 끼어들자 ‘겐세이 놓지 마세요’ 라고 한 장면을 보여 준 것이었다. 두 번째는 모 신문에 실린 기사인데 1972년 북한 김일성이 ‘남조선을 갓이라 한다면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유지되고 있다. 그 끈 중 하나만 잘라버리면 갓이 바람에 날아 가버리듯이 남한은 무너지고 만다’ 라고 했고 그 이후 북한은 끈질지게 일본과 한국과의 사이에 이간질, 또는 일본 미워하기를 열심히 공작하여 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국회의원이 회의 중에 순화된, 그리고 외국어 대신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으나 종종 영어 같은 외국어는 괜찮고 일본어를 쓴 것을 그리 큰 기사거리로 꼭 취급을 해야 하느냐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아니 그것을 당연시 하는 시청자가 대부분이라는 데에 ‘참으로 모든 국민이 일본 때리기에 완전히 세뇌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북한과의 동조 내지 조종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는 의미에서라도 지금 일본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들 예를 들자면 일제 때에 강제 징용 노동자 배상 재판에 플래카드를 들고 데모하는 분들이 ‘우리는 종북이나 북한의 조종을 받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하면서 시민단체가 균형감각을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으면 어떨까 한다.
예를 들자면 연평도 주민이 북한이 느닷없이 쏘아댄 포탄으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그러니 김정은을 상대로 살인죄목으로 고소도 하고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해 준다든지, 강제징용보다 훨씬 후인 6.25 전쟁에 부모가 살해 또는 납치되어서 가정이 파탄되어 비참하게 살고 있는 자손을 대신해서 김일성 또는 그의 후손인 김정은을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해 주었으면 어떨까 한다.
나의 말은 현실성이 하나도 없는 소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운운 할 때에 롯데 수퍼마켓이 중국에서 부당하게 다 쫓겨나도 말 한마디도 못하고, 북한에게 쌀을 준 것이 아니라 꾸어준 것의 상환 날자가 이미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꾸어준 쌀 언제 갚을 생각이냐’ 하면서 어느 누구도 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유독 시종일관 모두 일본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현실에 이해가 안된다. 사실 지금 한반도 정세로 볼 때에 한국의 국익과 안보차원에서 미국 일본 한국이 삼각편대로 북한에 대응해야 하는데 큰 틀에서 국익이 무엇인지를 외면하고 일본 때리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현 정부와 언론이 잘못 가는 것 같다.
지금도 한국군함과 일본 초계기간에 레이더를 쏘았다 아니다 하고 삐걱 거리고 있는 등 양국 간에 다툼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겐세이’ 한마디에 SNS에 이은재 국회의원을 탄핵해야 한다고 5,000 명이 글을 올렸다는 그 한국 사람들의 의식에 메카니즘의 근원, 근본이 단순한 종북좌파의 과격한 행동인지 아니면 정말 북한정권에 조정을 받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국가 안보의 큰 차원에서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니 또 무척이나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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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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