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희망 가운데 2019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물론 민족이나 문화에 따라 새해의 시점을 춘분이나 동지 혹은 음력 정월이나 자기 종교의 고유한 종교력에 두어 새해의 시점(始點)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지구촌민들의 마음과 삶은 벌써 새해이다.
비록 새해가 시작되는 날짜는 민족이나 종교 혹은 문화에 따라 다를지라도, 나름 자신들의 특별한 의식(ritual)을 통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려는 점은 동일할지 싶다. 다양한 새해맞이 의식의 핵심은 마음을 새롭고 바르게 하는데 있다. 한 마디로 이미 지난 묵은 것은 털어버리고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일 것이다. 새해에 가장 중요한 자리는 마음이다. 마음은 본래 큰 것으로 말하자면 능히 하늘과 세상을 품을 수 있고 원수도 품을 수 있기도 하지만, 작은 것으로 말하자면 작은 바늘도 품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조차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작다.
그러므로 새해맞이의 핵심은 마음을 세우고 지켜내는 일이다. 새해에 다짐하는 특별하고 남다른 마음이 첫 마음이다. 첫 마음이 중요하다, 첫 마음에서 새해를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다짐과 각오가 나온다. 새해에 더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기위한 꿈과 목표와 계획이 나온다. 자신에게 맞는 첫 마음을 세우고 지켜야 한다. 성경은 항상 마음을 지키라고 말씀한다.(잠언4;23) 새해에도 세속에 흔들림 없이 살려면,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함에 졸렬하지 않고 배포 있게 살려면, 널리 사랑하고 베풀며 구애됨 없이 살려면, 바르고 곧으며 넓고 따뜻하게 살려면 무엇보다 첫 마음 곧 초심인 본래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새해 희망과 기대를 모아 자신의 마음에 첫 마음을 새기거나 신년사나 신년송(新年頌)의 형태로 새해의 포부와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해를 맞으며 새해의 첫 마음이나 꿈과 계획을 담아내는 일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만의 일도 아니요, 또한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새해의 첫 마음 세우는 일을 가볍게 여긴다면 이는 마치 설계도 없이 집을 지으려 달려드는 사람과도 같으며, 자신의 앞발로 거대한 수레를 멈추려 했던 <장자>에 나오는 무모한 사마귀의 당랑거철(螳螂拒轍)과 다르지 않다.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것인가? 아마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에 가득한 것은 ‘바람’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고,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람이요 소원(wish, hope, desire)이다. 고국의 어느 여론조사기관에 의하면 2019년 새해를 맞은 구직자나 직장인들이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마고소양(麻姑搔痒, 마고라는 손톱이 긴 선녀가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는 의미로, 일이 뜻대로 됨을 비유), 소원성취,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 정도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에 이른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 등을 꼽았다고 한다. 모두 간절한 바람과 소원을 이루기 위한 각오를 담고 있다.
마음에 바람이나 희망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새해를 시작하며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큰 기쁨과 복이 될 ‘탐스럽고 선한 바람’들이 우리들 마음에 알알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올해에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욕심을 따라 사는 마음은 사납고 어두우며, 시류(時流)를 쫓아 사는 마음은 가볍고, 시대를 외면한 마음은 고루하고 편벽하다. 그러므로 날마다 정밀하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듬어야 한다. 올해에는 더 마음을 써 ‘옳음’을 지키고, 모든 이들과 ‘평화’를 세우며, 자연의 뭇 생명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는 마음을 새해 첫 마음으로 삼고 싶다.
“그렇게 너는 모든 사물에게, 형제이고 자매여야만 한다. 그것들이 네게 아주 스며들도록, 네가 내 것 네 것 구별할 수 없도록.… ”헤르만 헤세의 금언(Maxim)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맞이하고 보내는 햇수가 늘어날수록 세상 사는 일이 쉬울 법도 한데 그렇지 못함을 느낀다. 새해를 시작하며 마음의 옷섶을 여미며, 모든 이들의 행복과 세상 특별히 조국 한반도의 평화와 뭇 생명과의 조화로운 세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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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교회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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