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오는 11월에 주 상-하원 의원을 비롯해 각종 로컬 정부 선출직 공직자 선거가 열린다. 수퍼바이저, 검사장, 보안관을 비롯해 교육위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지역 담당 위원 9명과 카운티 전체 담당 광역(At-Large) 위원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광역위원 선거에는 항상 많은 후보자들이 출마한다. 3명을 선출하기에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후보자가 때로는 10명에 육박한다. 그리고 2015년 선거 때까지는 후보자들의 이름이 투표지에 알파벳 순으로 실렸다. 문제는 알파벳 끝자리에 가까운 이름을 가진 후보자는 투표지 아래 부분에 실리게 되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교육위원 선거는 매 번 다양한 다른 선출직들과 같이 실시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모든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투표장에서 처음으로 교육위원 선거가 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런 유권자들이 광역 교육위원 후보자들 중 3명을 그냥 투표지 위에서부터 선택하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투표지 하단에 이름이 실리는 후보자에겐 불리하다는 거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5년 선거 후 법이 개정 되었다. 법 개정의 직접적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그 법을 “테드 벨코프(Ted Velkoff) 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당시 현역 위원이던 테드 벨코프는 4년 전 페어팩스 카운티 광역 교육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는데, 간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성이 “ V”로 시작해 투표지 아래 쪽에 이름이 실렸다는 것이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교육위원들의 경우 투표지에 실리는 후보자 이름은 후보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은 서류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한 순서대로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결국 서류 접수에 경주가 벌어지게 되었다. 나도 올해 광역 교육위원에 재도전 하면서 가능하면 빨리 선관위에 서류를 접수시킬 계획을 세웠다. 성이 “M”으로 시작하는 나의 이름은 과거에는 늘 투표지의 중간 아래쯤에서야 볼 수 있었는데 그 보다는 위 쪽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유권자 서명은 1월 1일이 지나야 받을 수 있었고, 많은 숫자의 서명을 받기위해서는 또 주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 다니면서 필요한 모든 서명을 받으려면 제법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 주위의 후원자들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서명이 된 서류에 공증도 받아야 했는데 월요일 오전까지 공증을 마치고 오후에 접수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광역 위원 후보자들 가운데 이미 서류를 접수시킨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지난 주 토요일에 듣고 나자 내 마음이 급해졌다. 월요일 오후까지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까지 공증을 받아 월요일 아침 선관위 사무실이 열리자 마자 접수하기로 했다. 또한 선관위 사무실에도 아예 문 열기 30분 전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도 월요일 아침 선관위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나 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후보자는 없었다. 그리고 사무실 문 밖에 서서 기다리는데, 일찍 출근한 선관위 직원 한 명이 나를 알아 보고 들어와 앉아서 기다리라며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10여 분을 기다리고 있자 또 한 명의 광역 후보자가 서류를 들고 왔다. 아직 담당자 출근 시간이 안 되었는데 그 후보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일찍 선관위 사무실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서류 접수는 먼저 도착한 내가 먼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서류를 접수시키게 되었고 올 가을 11월 선거의 투표지에는 나의 이름이 이전에 치룬 선거 때 보다 위 쪽에 실리게 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선관위에 서류 접수 경쟁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경쟁이 자칫하면 과열될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서류 접수 기한을 여유 있게 주고, 그 기한 내에 접수시킨 후보자들은 모두 추첨으로 순위을 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필요한 서명을 받는데 도움을 준 여러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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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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