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 1도 내려가면 혈압은 1.3㎜Hg 상승
▶ 아침^취침 전 하루 두 번 가정서 혈압 재는 습관을
혈압을 낮추고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정기 검진을 통한 꾸준한 치료, 생활습관 개선, 아침저녁 혈압 측정 등 3박자를 고루 갖춰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날씨가 추워지고 일교차가 커지면 고혈압 환자에게 더 위험하다. 몸이 찬 공기에 노출되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최고) 혈압은 1.3㎜Hg 올라간다. 특히 11~1월은 혈압이 여름보다 더 높아진다. 혈압 상승이 무서운 이유는 고혈압 자체보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가 겨울 추위를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쥐어짜는 듯한 가슴통증, 호흡곤란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수축기) 압력은 140㎜Hg 이상, 혈액을 받아들일 때(이완기) 압력은 90㎜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고혈압 환자가 벌써 1,100만명이나 된다. 성인 3명 가운데 1명 꼴이다.
그렇지만 고혈압이어도 평소 특별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한 해 900만명이 고혈압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기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이 다치기 쉽고, 심장에 부담이 커져 심근경색ㆍ뇌졸중(뇌출혈ㆍ뇌경색) 등 심뇌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고혈압인데 가슴 중앙이나 왼쪽이 답답하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평소 느끼지 못했던 호흡곤란 등 새로운 증상이 발생하면 심장질환의 발생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협심증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기름때(동맥경화)가 끼어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다. 이 때 가슴 압박감이나 쥐어짜는 통증으로 나타난다.
가슴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심하면 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한다. 일부는 명치 끝 통증과 더부룩함을 급체로 오인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원 경희의료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최근 심근경색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40대 남자 환자가 29% 증가한 만큼 젊다고 심장질환을 방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얼큰한 국물, 고혈압의 적
고혈압 환자가 심뇌혈관 질환을 노출되지 않으려면 혈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겨울철에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복용하고 있는 고혈압약을 끊지 말아야 한다. 고혈압약을 먹는 환자가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반동현상으로 원래 자기 혈압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때,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접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둘째, 혈압을 자주 확인한다. 전 세계 고혈압 전문가들의 공통된 권장 사항이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다.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가정혈압포럼 회장)는 “가정에서 혈압을 정기적으로 재는 습관을 들이면 건강 관리에 더 좋다”며 “가정혈압은 환자가 가장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므로 수치가 비교적 정확하며, 이를 통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측정법은 가정용 전자 혈압계로 아침ㆍ저녁 2회 측정한다.
아침은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본 후 △아침식사 전 △고혈압약 복용 전에 앉은 자세에서 최소 1~2분 안정한 뒤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측정 빈도는 1~3회 정도 한다. 혈압이 조금 높게 나온다고 너무 조급하거나 걱정을 많이 하면 오히려 혈압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럴 때는 반복 측정하고 혈압이 계속 높다면 의료진을 찾는다.
혈압을 잴 때는 조용한 장소에 팔꿈치 높이의 테이블과 검증된 전자혈압계를 두고, 5분간 등을 기대어 편안하게 안정을 취한다.
측정 버튼을 누른 뒤에는 측정이 끝나기 전까지 가능한 한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는다. 등을 기대지 않으면 5~10㎜Hg, 다리를 꼬면 2~8㎜Hg, 커프와 심장의 높이가 다른 10~40㎜Hg까지 높게 측정될 수 있다. 측정 중 말을 해도 혈압이 더 높게 나온다. 가급적 자주 집에서 혈압을 재고 날짜, 시간, 수축기 혈압, 확장기 혈압, 맥박 수를 기록해두면 혈압 조절 여부, 치료 효과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전체 고혈압 환자의 20~25%가 아침 고혈압이나 야간 고혈압 형태를 갖고 있다”며 “합병증 위험이 높은 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 적절한 체중을 유지한다. 환절기에는 운동량이 줄어들고,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므로 비만을 주의해야 한다. 2018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중을 1㎏ 감량할 시 수축기 혈압을 1㎜Hg 이상 낮출 수 있고 체중 감량으로 최고 5㎜Hg 정도 떨어질 수 있다. 겨울철, 따뜻하고 얼큰한 국물요리를 선호하는 한국인은 나트륨 섭취가 늘어날 수 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혈압을 5㎜Hg 이상 올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는 필수다.
넷째, 새벽 운동은 삼간다. 혈압은 보통 잠에서 깨는 새벽에 가장 높다. 새벽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응급상태가 올 수 있다. 춥다고 무작정 운동량을 줄이기 보다는 다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키면서 운동하기를 권한다. △과음한 다음날 아침 운동은 삼가고 △보온이 충분히 되는 편한 옷을 입고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10분 정도 충분히 하고 △평소 운동 능력을 넘는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새벽보다는 해가 뜬 오전이나 오후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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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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