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 우선주의’리스크에 직면 글로벌 신기술협력체제 선도 등
▶ 강점 활용해 재도약 틀 마련을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을 필두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고점을 돌아 올해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세계 경제는 3.5% 성장해 지난 2018년의 3.7%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의 심화, 미중 통상분쟁의 장기화, 신흥국의 금융 불안 가능성 등 하방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요→생산→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조짐이며 신흥국가들도 국가 또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과 함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신흥국에서는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의 경우 미중 통상분쟁이 최대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7.0%(홍콩 포함시 34.7%)와 11.9%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중 통상분쟁은 단순히 무역수지 불균형의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관세전쟁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양국의 장기전략 충돌로 풀이되는 세계 질서 재편의 서막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미중 갈등을 시작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되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불협화음이 노출됐듯이 다자협력기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올해 한국 경제가 처한 대외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와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 등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이 저성장과 수출 지역·품목의 편중구조를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우리는 미중 갈등 아래 초격차 전략 추진과 미래 기술동맹 구축 가능성, 한반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강점을 살려 큰 틀에서 대외전략의 새판을 짜고 위기를 활용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재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선 미중 통상갈등으로 중국의 기술추격 속도가 둔화하고 불공정행위가 시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의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정보통신의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한 미국 등 선진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이 주축이 돼 새로운 글로벌 신기술 협력체제 구성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의 재편에도 버틸 수 있는 안정적인 수출시장 구조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남방 및 신북방 정책의 내실화로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남방 벨트 지역과 다차원의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셋째, 중소·중견기업의 국제화 또는 세계화를 지원함으로써 수출 제품과 주체를 다원화해야 한다. 우리 수출이 지나칠 정도로 특정 품목에 집중돼 있다. 한국의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1.2%에 달하고 석유화학 제품이 8.3%, 자동차가 6.7%를 차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고용창출 능력이 크고 세계 경기 변화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중소·중견 히든 챔피언을 육성함으로써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다자협력기구 내의 갈등을 개방형 중견 통상국가로 한국의 위치와 역할을 제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개혁 논의, G20 등의 다자협력체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글로벌 보호주의 기조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사슬 약화와 국제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지역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비핵화의 진전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실현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통상마찰의 전개 방향은 물론 과거 두 차례의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올해는 구조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가 대내적으로는 혁신성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고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해빙과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에 부합하는 새로운 대외전략 패러다임을 실현함으로써 새롭게 도약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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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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