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필부문 장려상
▶ 제24회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한국의 케이팝이 지구촌을 누비며 세계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팝이란 음악 장르는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케이팝은 오히려 동양에서 서구로 향해 그 인기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앳된 한국의 어린 가수들을 보고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모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면 이런 폭발적 반응이 잘 이해되지 않아 한편으론 당혹스럽기도 하다. 유행을 주도하는 파격적 옷차림에 만화 캐릭터 같은 조각 같은 얼굴로 절제함 없이 마구 흔들어 대는 춤사위와 그 여린 몸에서 뿜어내는 가냘픈 목소리가 세계인들을 감동하게 하고 때론 눈물까지 흘리게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러나 한 영국의 동아시아 역사학자는 케이팝의 성공을 두 단어로 요약하였다. 그는 케이팝에 담겨있는 ‘다채로움과 강렬함’ 이 세계적 대중화의 이유라 주장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지구상에서 다채롭고 강렬한 음악이 오직 K-pop 뿐이었던가 그 영국 학자가 말하고자 했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K-pop은 그 다채로움을 위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하는 수많은 음악 장르를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서 적절히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런 K-pop을 분석해 보면, 음악의 초반부에는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분위기 전환에 쉬운 Hip-hop을 채용한다. 그러다 어느덧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무난한 일반 Pop으로 변환을 꾀하다가, 결국 청취자에 뇌리에 각인될 만한 강력한 음률의 정점을 찍기 위해 감성 폭발에 탁월한 Rock으로의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한 곡의 노래 속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곡 중간중간에 들려오는 EDM의 인공적인 기계음은 오히려 음악이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유치하며 때론 거추장스럽다. 물론 요즘엔 전자음을 사용하지 않는 음악은 거의 없다. 하지만 K-pop에서 사용되는 EDM의 표현 방식은 일부러 고전적 기계음을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여기에 한국인에게 친숙한 Ballad와 Folk는 물론이고,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군악 같으면서도 빠른 비트의 중저음이 특징인 Trap의 요소까지 과감히 한 곡의 노래 속에 집어넣어 마구 섞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다채로움으로 강렬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은 K-pop에 세계는 지금 환호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의 주인공은 플랫폼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자이다. 다양한 지역으로부터 기차를 타고 역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사람이 예외 없이 밟아야 하는 플랫폼....... 이것은 온라인이 보여주는 다채로움의 정확한 현실이다. 다채로운 음악장르가 녹아 있는 K-pop이 온라인을 통해 지구촌에 울려 퍼질 때, 많은 이들은 자국에서 흔히 들었던 귀에 익은 음색을 어디에선가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다양한 종류의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K-pop의 첫인상이다. 그리고 그 찰나적 친숙함에 감춰져 있던 중독성 있는 강렬함은 성공적으로 그 찰나를 뇌리 속에 장기간 묶어 둔다.
음식에서도 또한 다채로움과 강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원래는 궁중 음식이었다가 수라간 상궁들에 의해 궁중에서 반가로 전해지고 다시 반가의 음식을 모방했던 민중들에 의해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은 비빕밥 역시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 음식은 한 종류의 음식이지만 그 안에 여러가지 재료들이 뒤섞여야 되는 그야말로 갖은 식재료의 혼합형 음식이다. 바로 다채로움을 향한 민족적 특성이 식생활에서도 나타난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 비빔밥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독보적인 존재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고추장이다. 이 고추장 덕분에 서로 성질이 동일하지 않은 모든 식재료들은 동일한 한가지의 방향성을 소유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매운맛이며 동시에 맛의 강렬함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 한국 음식 비빔밥은 그 다채로움과 강렬함을 그 미각의 바탕에 이미 깔아 놓고 있었다.
삶의 영역이 만주에서 한반도로 자꾸 축소되어 살아왔던 한민족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주로 대륙 아니면 섬나라였었다. 성격이 다른 외세에 대항하여 살다 보니 우리와 다른 '남'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배타성은 생존의 요구였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철학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외세의 수용없이 독자 생존이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그 외래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도 동시에 요구되어 왔다. 이렇듯 배척과 수용이라는 모순된 문화를 꾸려야 했던 한민족에게 그 배척과 수용은 강렬함과 다채로움으로 그 이름만 바뀐 채 우리 골수에 녹아 들어가, 결국 민족 생존의 아픔과 극복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게 된, 한민족 문화의 정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한민족의 정서는 다가오는 미래에 있어, 다채로움의 극치를 이룬 빅데이터의 방대한 정보를 이해하기에 용이하며, 그 수 많은 가능성들을 하나의 강렬한 확실성으로 채택하여 그 선택을 독려하는 인공지능의 운영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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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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