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
“내가 이런 생각하는게 정상인가요?” 상담실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뛰쳐나가고 싶고, 멀리 도망가고 싶고, 머리를 벽에 부딪고 싶고, 죽고 싶고, 자해하고 싶고… 또는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하는 내담자들이 묻는다. “하루 종일 우울해서 눈물만 나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다 귀찮고… 이러는 내가 정상인가요?”, “고등학생 아들이 마리화나를 하는거 같아서 잔소리를 했는데, 차라리 갱단에 들어갈테니 간섭 말라며 주먹으로 벽을 쳐서 구멍이 났어요. 아들 정신상태가 정상인가요?”, “남편이 날마다 술을 마시고 유리창으로 물건을 던져서 아파트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이게 도대체 정상인 남자가 하는 짓인가요?” 묻는 사람들은 자기가 먼저 미쳐버릴 것만 같다고 하소연한다.
정상과 비정상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무엇으로 비정상을 구분하는가? 어떤 학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마치 밤과 낮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처럼 모호하다고 본다. 예전에는 질병이 없는 상태가 곧 건강이라고 정의했지만, 지금 그런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없다. 예를 들어 우울증이 있거나 스트레스로 소화가 안 되는데도 회사생활은 그런대로 잘 해나가는 경우는 어떻게 볼 것인가?
정신건강에서는 ‘해당 증상들로 인해 직업적, 사회적 영역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정신질환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WHO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웰빙을 이루는 상태’라고 건강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다.
하버드대 신경정신과 의사인 조던 스몰러 박사는 ‘정상의 이면’(The Other Side of Normal, 2015)이라는 저서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면 무엇이 정상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기술적 장애와 심리적 장애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다. 기술적 장애란 뇌를 촬영하는 CT와 MRI처럼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기에 마땅한 도구가 없다는 것이고, 심리적 장애란 인간의 마음이 너무 자명한 일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흔히들 ‘정상’을 올바름, 표준, 혹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의미로 혼동한다. 그러나 ‘정상’이 ‘올바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비정상 측면은 본질적으로 정상과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은 정상이나 비정상의 경계선을 확연하게 건너뛰지 않고,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 두루두루 이어가며 지나가기 때문이라는게 스몰러 박사의 설명이다.
‘정상’의 개념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은 통계이다. 내담자의 감정, 생각, 행동에 대해서 어떤 척도를 만들어 평균 점수를 내고, 전체 사람들의 분포 곡선을 그리면 보신각 종 같은 모양을 만들어낸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균에 가까운, 종모양의 둥그런 곡선 안에 들어있게 되는데 이같은 표준편차의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평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특정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스몰러 박사는 ‘인간행동은 거의 대부분 처음부터 비정상은 없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기질, 성장기 전체를 통한 경험, 그리고 인생 궤적에 적응하는 과정 모두의 상호작용이, 정상성이 어느 순간 비정상으로 양질 전환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기준으로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만든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 2013)을 사용한다. 여기에 실린 정신질환의 종류는 무려 400가지나 된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동기생들과 함께 우리가 아는 주변 사람들을 이 진단 기준에 넣어 평가해보곤 하였는데 그 400가지 항목의 촘촘한 그물을 빠져나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상, 비정상의 기준은 그래서 가변적이고 변화무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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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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