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물결- ‘융복합시대’ 교실혁명이 시작됐다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6차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꺼내놓은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단어는 지난 3년간 세계 전체 모든 분야를 흔들었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물리, 디지털, 생물학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진 융복합(融複合)으로 정의했다. 또 다시 도래하는 산업혁명 물결. 증기기관부터 디지털까지 1-3차 산업혁명과는 전혀 다른 융복합 개념은 전 세계 기업들뿐만 아니라 개인에까지 ‘도태’와 ‘고용불안’이란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
융복합을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확신하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 그리고 학계는 벌써부터 4차 혁명에 맞는 인재수요와 교육을 강조하는 연구들을 내놓으면서 아이들이 배움을 접하는 교실의 모습도 전혀 다른 차원의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들이 갖출 10대 핵심역량을 발표했는데 이중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Collaboration),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능력 등이 학계 주목을 받으면서 미래형 인재양성,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주요 이슈로 주목 받고 있다.
융복합 시대가 가져올 우리 아이들의 교실모습. 또 21세기형 인재로 자라는 우리 자녀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교육의 변화를 예측한 연구들, 그리고 미래 학자이자 교육전문가인 류태호 교수(UVA)와 함께 융복합이 진행 중인 학생들의 교실 속을 들여다보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발달
의사 등 인기직종 사라지는 등
도태·고용불안 두려움 확산
VR 기술 도입 교실실험 시작
미래엔 개인 맞춤형 교육 대세
비판적 사고·창의력 중요해져
▲ 종이 없는 교실, 디지털 레슨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메디필드 고등학교.
미국 이민역사 수업시간이 한창 진행 중인데 학생들이 매우 진지하다. 이들은 108년 전 대륙 반대편인 샌프란시스코, 엔젤 아일랜드의 수용소에 수감됐던 아시아계 이민자들과 만나고 있다.
현재 이 학교는 3년 전부터 이미 가상현실(VR)기술을 수업시간에 도입해 운용해왔다.
역사 교사인 멜린다 로한씨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까운 뉴욕에 위치한 앨리스 아일랜드는 방문해 이민역사관련 과제를 제출했지만, 엔젤 아일랜드는 방문 힘들어 VR을 사용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이 두 장소가 현재 미 정치사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룹 보고서를 작성중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다음 역사 수업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된 해변과, DC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방문한다.
‘AR과 VR 기기 판매 성장예측보고서(Bolkan, 2017, The Journal)’에 따르면 VR 산업은 향후 5년 내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VR 스크린 등 관련 기자재 비용이 점차 낮아지면서 공립학교들도 신기술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VR 도입으로 메디필드 고등학교의 수업현장은 큰 변혁을 맞았다. 수업시간에 앉아서 획일적으로 교사의 말을 듣는 학생은 없다. 교사가 빼곡히 칠판에 써 내려간 글씨들도 사라졌다.
VR 장비 운용, 학습주제 관련 정보취득, 보고서 작성 등은 모두 학생들의 몫. 이 과정에서 모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잠을 자거나 관심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다. 자신에게 맞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VR 수업으로 인한 몰입형, 주도적인 학습형태가 확대됨에 따라, VR 사용 수준 등 미래 표준화된 수업방식과 교사의 역할을 찾는데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고심하고 있다.
▲ 줄어드는 지식 반감기, 침식당한 강의실
2016년 조지아 공대 컴퓨터 공학과에서는 실제 인공지능(AI)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조교역할을 했다. 이 실험은 학생 모두 ‘질 왓슨’ 이라는 조교가 수업 스케줄을 조정하고 온라인 질문에 답변한 AI 인지 꿈에도 몰랐다는 점에서 성공을 거뒀다.
류태호 교수는 “결국 대학교수나 학교 선생님들이 강단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은 점점 의미를 잃게 된다”며 “지식의 반감기는 갈수록 줄어들어 어제 배운 내용이 오늘 틀리게 되는 일도 잦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 습득, 학습 방법도 큰 변혁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현재도 학생들은 유튜브나 MOOC(Massive Open OnlineCourse)등을 통해 필요한 순간, 원하는 내용을 바로 쉽게 배울 수 있다”며 “이런 변화의 추이는 교육현장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교사의 등장을 앞당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 허물어지는 대학 전공, 맞춤형 교육 시대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의 카아네기 멜론 대학은 현재 학부 프로그랜인 ‘BXA 인터칼리지(BXA Intercollege Degree Programs)’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 이과대학, 컴퓨터 공학 등 분야를 통합한 형태. 학생들은 졸업까지 원하는 학위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매사추세츠의 MIT 대학도 학부와 대학원을 연계한 프로그램인 미디어 랩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생명과학, 나노기술, 가상현실 등을 바탕으로 영역별 제한 없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4차 혁명이 추구하는 ‘인간중심’, 학생 역량에 기반 한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을 통한 이른바 맞춤형 교육 방식도 가능해 졌다.
류태호 교수는 “1세대 학습 분석은 누가 가장 빨리 학생들의 최종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쟁이었다면, 제 2세대 학습 분석은 교육용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류 교수는 “서로 다른 개성과 장점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지양, 학습 분석을 이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목표 설정과 학습현황을 파악해 학업성취를 할 수 있도록 지원돼는 형태”라고 말했다.
빅 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학습관리시스템(BrightSpace, Blackboard etc.)들은 일부 대학에서도 운용중이다.
최근에는 미네르바 대학은 학습관리시스템을 도입, 개인 맞춤형 학습뿐만 아니라 개별 학생들의 역량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역량기반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 로봇과 함께 걷는 인재들, 무엇을 준비하나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65%는 현존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환경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는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분석.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만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기술 발달로 소위 인기 직종으로 알려진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다양한 직종들도 위기를 맞는다.
그렇다면 4차 혁명이 요구하는 인재는 근본적으로 무엇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류태호 교수는 융복합 시대 학습하는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토론교육, 인성교육, 인문학 교육임을 강조했다.
류 교수는 “토론 교육은 미래 로봇과 공존하는 생활에서 논리적 사고가 중요한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복합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력, 의사결정, 인지적 유연성 등이 논리적 사고를 기반한다”며 “인성교육과 인문학 교육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함께 하며 자신의 정체성 형성과 삶의 방향 등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줘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자녀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구글, 애플, IBM 등 미국 내 거대 IT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며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대학 학위가 아닌 비학위 과정이든 독학이든, 직업교육 과정이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개인 인성과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반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류태호 교수
-교육공학전문가, 미래학자.
-UVA 평생교육대학 조교수.
-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 -저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 ‘성적 없는 성적표’
<
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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