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5일, 8개 지역 아파트 돌며 노인들 픽업 서비스
▶ 저소득층을 위한 KACS 건강과 영양 관리 프로그램 도입
이른 아침 정부아파트를 찾은 ‘찾아가는 밴 서비스’ 차량에 시니어들이 탑승하고 있다.
새벽녘까지 자욱했던 안개가 걷힌 아침, 하얀색 밴 차량이 정부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벤치에 앉아 차를 기다리던 70~90대 시니어들이 하나 둘씩 조심스런 걸음으로 차에 올랐다.
이들이 밴을 타고 이동한 곳은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강의실로 이동하자 체조 봉사자가 직접 개발한 간단하면서도 쉬운 동작들로 이루어진 체조와 노래에 맞춘 율동이 진행됐다.
이 체조는 몸이 불편한 이들도 자리에 앉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손과 발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개발된 스트레칭 율동이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대중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울려퍼지자 시니어들은 이를 개사한 곡을 부르며 흥겹게 율동을 따라했다.
2016년 발표된 국제인구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께 전세계 노령인구 비중은 현재 8.5%에서 16.7%로 높아진다. 인구 고령화는 연령과 지역을 막론하고 동시대, 동커뮤니티를 살아가는 모두가 직면하게 될 부분이다.
다양한 시니어 대상 봉사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를 찾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과 향후 계획, 그리고 이곳을 찾는 시니어들과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니어들이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의 다양한 건강 사회복지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한미봉사회 운영 프로그램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관장 유니스 전)는 1979년 시작돼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사우스베이 지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봉사단체다. 주요 봉사 프로그램으로 ▲KACS 케어 프로그램 ▲치매가족 도움 프로그램(Caregiver Support Program) ▲시니어 웰빙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이 중 KACS 케어 프로그램은 주 4회 밴 차량을 운행해 지역 정부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니어들을 픽업해 분기별로 치매예방, 영양관리, 정신건강, 낙상방지 등의 교육과 스트레칭 및 댄스 등을 진행한다.
치매 가족 도움 프로그램(Caregiver Support Program)은 치매 가족이나 간병인 등 알츠하이머 및 유사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치매 환자를 돌보며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며 전문가를 초빙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주 5일 실시되는 시니어 웰빙 프로그램은 생활영어, 탁구, 장구, 합창 및 봉사회 케어 등이 있으며,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는 영문서류 번역, 푸드 시스템, 저소득 메디칼, 메디케어, 저소득층 개스 및 전기세 할인 프로그램 신청, 난청인 무료 전화기 신청 등 20여 가지가 있다.
시니어들이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의 다양한 건강 사회복지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 밴 차량 최초 운영... 외로움, 고립감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 찾아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찾아가는 밴 서비스’가 특히 고령의 독거노인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외출이 어려운 고령 독거노인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간 실리콘밸리 인근 8개 지역 정부아파트를 찾아가는 서비스이다. 이는 대형 커뮤니티 단체를 제외한 소규모 한인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으로, 현재 60여명의 정부아파트 거주 시니어들을 위해 밴 2대가 운영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 프로그램은 고령 시니어들이 커뮤니티와 연계해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20년째 참여하고 있다는 한인희 할머니(85)는 “나오고 싶어도 혼자 거동이 힘들거나 차량이 없어 못 나올 경우가 많은데 밴을 운영해 주어 고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1년 남짓인 김숙자 할머니(85)는 “홀로 있게 되면서 우울증 증세가 심했는데 한미봉사회에 나오며 우울증 증세가 사라져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봉사회 측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유니스 전 관장은 “비영리단체에서 밴을 구입해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현재 중고 밴 차량도 교회 및 주변의 기부금으로 구입 운영하고 있다”며, “여분의 중고 밴 기부 및 차량 봉사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고 전했다.
한미봉사회는 현재 산호세 시 소유의 학교부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주변 시세 상승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건물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에서 봉사자와 직원들이 식사배식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필요
이렇듯 단순 생활 지원을 넘어 고령의 독거노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고 커뮤니티와의 소통으로 삶의 질을 높여 갈 수 있도록 돕는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 프로그램에는 지방정부의 도움 이외에도 커뮤니티의 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매주 화요일 한미봉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윤진(22)씨는 간호학을 전공한 예비 간호사다. 김씨는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는 도움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받고 있다”며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느껴질 때 마음이 아프다”며 “정말 거동이 힘드신 분은 차량을 운행해도 나오실 수 없는 경우도 많아 향후 댁으로 직접 찾아가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움 필요한 사각지대 찾아가 새해 홈 케어 방문 서비스 계획
이에 실리콘밸리 한미봉사회는 새해 ‘찾아가는 홈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 시행할 예정이다. 거동이 힘들거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독거 노인들을 위해 봉사회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2인 1조를 이뤄 각 가정을 방문,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KACS의 이러한 케어 프로그램은 저소득 고령 시니어를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프로그램 지원 대상이 아닌 이들 가운데는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바로 연락하지 않거나 혼자서 감당하려 하는 경우가 많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유니스 전 관장은 이러한 분들에게도 더 많이 다가가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내년에는 정원을 25명으로 정부거주 아파트 거주민을 우선으로 신청받은 후 정원 초과시 예산과 인력 자원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미봉사회가 관여하고 있는 지역은 캠벨, 산호세, 사라토가, 산타클라라 등 4곳이며 향후 서니베일, 밀피타스 등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문의: (408)920-9733
<
김소형 인턴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