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커뮤니티 존재감,영향력 높이는 ‘방향성’ 제시
▶ 운영능력 강화,주류사회 연계,정치력신장 논의...이민 1세기 넘은 한인사회가 열어가야 할 미래
운영’을 주제로 한 엘리자베스 김 검사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2019년은 미주한인이민 115주년의 해다. 이민 1세기가 넘는 동안 한인커뮤니티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주류사회에 드러낸 우리는 수많은 이정표를 세우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독단적인 재정운영에 터지는 단체 분규, 주류사회와의 소통부재로 한국바리기형에 고착되는 단절화, 한인정치인 배출이라는 높은 벽에 기대면서 정작 보팅파워를 과시할 투표율 저조로 불균형적인 정치력신장만을 외쳐온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 17일 SF총영사관, 한인검사협회 북가주지회, 북가주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한인단체 역량강화 컨퍼런스’는 뼈아픈 성찰과 선명한 방향성을 제시한 의미깊은 행사였다.
이날 논의된 한인단체의 ‘적법한 운영’과 ‘로컬정부·카운티 그랜트(보조금) 확보방법’, 선거참여로 커지는 보팅파워, 2020년 인구센서스 참여의미 등 ‘정치력신장’의 주제들을 세세하게 되새기면서 한인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앞으로 한인사회가 열어가야 할 미래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김 검사
‘적법하게’ 규정대로 운영
엘리자베스 김 검사(주검찰청 SF지부 검찰차장)
비영리단체로 등록된 한인단체들은 비영리기관을 감독하는 주검찰청의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비영리단체를 친목회나 사익추구 집단으로 여기는 주먹구구식 운영, 허술한 인수인계로 몇년씩 체납된 세금과 연례보고서 누락 등으로 면세지위권 박탈 위기에 처하는 위태로운 존립, 주법이 정한 권한과 책무도 모르는 임원진들로 인해 단체 자산이 손실되거나 법정싸움까지 비화되는 볼썽사나운 다툼 등 한인단체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려면 적법한 운영 규정부터 조직원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날 엘리자베스 김 검사는 비영리단체 등록부터 연례보고서 누락시 벌금(1일당 20달러, 최대 1만달러 미만 또는 기관 연수입의 5%, 연수입 102만달러가 넘는 기관의 경우는 1일당 100달러, 최대 5만1,000달러) 부과와 상응조치(합법적 기부 요청행위 불가, 등록효력 정지, 면세지위권 박탈) 등을 설명했다.
또한 김 검사는 “캘리포니아 모든 비영리단체는 임원들을 감독하고 정책을 결정하며 관리하는 이사회를 두어야 한다”면서 “이사의 51%는 비영리단체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며(이사 본인 및 그의 가족 구성원은 비영리단체로부터 수익을 취할 수 없다), 타 이사의 횡령이나 배임이 발생하더라도 이사들에게 단체 손실의 책임(변상)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 미팅을 포함한 비영리단체 기록을 10년간 보관해야 하며, 단체기금을 개인 계좌에 일시 보관하는 경우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영리단체가 주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사기, 부실경영, 목적에서 벗어난 기부자산 우회 사용 ▲부적절한 내부거래 ▲각종 신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때 ▲단체 내부 감사 등 통제를 소홀히 했을 때 ▲이사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지 않을 때 ▲이사장 등 특정 이사에게 권한이 집중될 때 ▲이사회 회의록 미작성 및 보관 소홀 등이다.
비영리단체 부정행위 및 횡령, 편취, 모금기금 착복 등 신고는 가주검찰 사이트(http://oag.ca.gov/charities)에서 양식(Form CT-9)을 다운받아 접수하면 된다(익명 제출 가능). 이메일이나 전화로는 신고할 수 없으며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또한 김 검사는 “한인 정치력 신장이라는 명목으로 단체가 특정 후보를 후원하거나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명백한 위반사항”이라면서 “비영리단체 명의로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거나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단체 등록자료 및 운영안 등 상세 정보는 https://oag.ca.gov/sites/all/files/agweb/pdfs/charities/publications/guide_for_charities.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김 검사는 가주 검찰차장으로 자선단체 재정 사기 및 유용, 경영부실 등의 조사, 기소 업무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캐런 박 산호세시 문화국 예술프로그램 선임조정관
로컬정부기관 그랜트 확보
캐런 박(산호세시 문화국 예술프로그램 선임조정관)
로컬정부나 카운티에서 단체들을 지원해주는 그랜트는 찾아보면 널려 있다. 그러나 한인단체들은 ‘우리가 신청해도 되겠어?’라며 셀프 검열로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지레 ‘영어장벽’에 겁먹어서 처음부터 정부기관 그랜트 신청을 외면해온 부분도 있다.
주류사회에 한인커뮤니티와 단체를 홍보하고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그랜트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한인커뮤니티에 점차 비한인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다른 커뮤니티와 협업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때에 한인사회 역량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정부기관의 그랜트를 받는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정부의 지원만 바라는 태도로는 주류사회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없으며, 한인단체들의 활동영역도 제한적,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다.
캐런 박 선임조정관은 “20년간 공공보조금 행정업무를 담당했지만 한인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은 것은 단 1건이었다”면서 “한인커뮤니티의 보조금 신청률은 극히 저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청보조금을 평가하는 역점 포인트는 ▲사업 우수성(Project Quality)=사업 수요 및 효과성/ 해당 보조금 프로그램 목적 부합성/ 신청단체 관계자의 경험 및 자격요건 검토 ▲공공혜택성(Community Impact)=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자원봉사자, 기부금 등 지역사회의 후원 정도 ▲단체의 능력(Strength of Organization)=해당사업의 마케팅 홍보 아웃리치 능력/ 협력파트너십 구축 능력/ 대상공략계획 수립 ▲예산타당성(Budget Analysis)=예산과 지출의 현실성/ 신청보조금액 합리성/ 매칭프로그램 합당성/ 사업성공 평가방법 등이라고 밝혔다.
박 선임조정관은 “보조금 지원정부가 제공하는 사전 신청 워크샵 등에 참석해 보조금 신청 프로세스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면서 “타단체와의 협력(협업), 해당프로그램 참여자의 경험담, 보조금 수혜 이력 공개도 신청서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보조금 신청이 거절되는 10가지 이유는 ▲수행계획 불명확 ▲목적에 부합하지 않음 ▲구비서류 부실 ▲예산계획이 불명확하거나 기재내용을 증명하지 못함 ▲신청보조금액이 큰 반면 지역사회 재정지원은 부실 ▲지역사회 니즈 설명 불충분 ▲프로젝트가 홍보되지 않거나 일반 공개되지 않음 ▲오타 오류가 많음 ▲단체활동사례 불충분 ▲신청자수 대비 정부 가용 보조금 부족 등이다.
그는 “신청보조금이 거절됐을 경우에는 해당 보조금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신청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면담을 요청해서 부족한 부분의 조언을 받아야 차후 보완할 수 있다”면서 “포기하지 말고 재차 신청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운티나 시별로 저소득층 대상 사회복지단체, 문화예술단체, 교육, 환경, 취업, 여권신장, 유적지 관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공공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UC버클리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대학서 공공정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박 선임조정관은 산호세시 비영리예술단체의 공공보조금 300만달러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유니스 전 실리콘밸리한미봉사회 관장
재정보고는 커뮤니티와의 약속
유니스 전(실리콘밸리한미봉사회 관장)
투명한 재정보고는 한인단체장마다 내세우는 공약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단체장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재정보고가 시스템화되지 않으면, 그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단체 주요 임원진들의 합의된 투철한 의지가 없다면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날 유니스 전 관장이 재정투명성 모범사례로 실리콘밸리한미봉사회의 회계운영관리 시스템을 설명했다.
전 관장은 “우리는 산호세시, 산타클라라카운티, 공인회계사 세 기관의 외부감사를 매년 받고 있다”면서 “재정투명성 실천은 비영리기관의 공약 입증이자 커뮤니티와의 약속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기관의 신뢰와 명성은 바로 재정의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면서 “후원금을 기관장 이름이 아닌 기관이름으로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관장은 매달 회계서를 이사회, 사무실 열람실, 뉴스레터에 공개하며 이사회와 직원들에게 꾸준한 재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명한 재정보고로 산호세시로부터 그랜트를 추가로 더 받게 됐다는 전 관장은 “단체 미션(사명) 수행을 증명하기는 어려워도 재정 리포트는 100% 증명해낼 수 있다”면서 “투명한 재정 리포트는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로컬정부나 기부자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한미봉사회는 지금의 외부감사 시스템을 10년째 시행해오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A+로 평가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보완해왔다”고 밝혔다. 전 관장은 “정부기관이나 기부자가 내가 기부한 돈이 정확히 사용했다는 신뢰를 높여갈 때 도네이션도 더 늘어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부유한 한인들이 한인기관의 재정 투명성을 신뢰하지 못해 주류사회 병원이나 학교, 도서관에 거액을 도네이션하고 있다”면서 “한인커뮤니티 역량강화에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전 관장은 “한인단체 각 기관마다 사명과 업무, 역량이 다르지만 한인권익을 옹호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면서 “한인단체들이 연합해서 한인커뮤니티의 건강성을 높이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왼쪽부터 에린 최 위원, 레이첼 장 위원
주종찬 변호사
투표,센서스 참여로 권익신장
에린 최,레이첼 장(SC카운티 선거사무소 위원)
주종찬 변호사(SF RMKB 로펌)
에린 최와 레이첼 장 산타클라라카운티 선거관리사무소 전문위원은 “산타클라라카운티 총등록유권자수는 88만5,764명이나 한인 등록유권자수는 9,768명”이라면서 “산타클라라카운티 한인 시민권 취득자수 추산은 어렵지만 산타클라라카운티 한인 거주자인 2만8,571명 중 등록유권자수는 1/3 수준”이라고 말했다(2010년 인구센서스 통계).
이들은 “각 언어별 이중언어 선거요원수는 해당인종의 등록유권자수가 아니라 유권자 등록시 preference(언어 우선순위) 부분에 Korean(한국어)을 선택한 유권자수로 정해진다”면서 “그 결과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849개 산타클라라카운티 투표소 중 한국어지원이 된 투표소는 63개(중국 364개, 베트남 342개)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팅파워는 한인커뮤니티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드러내는 정치력신장의 토대”라면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투표”라고 강조했다.
6년간 SF 및 보스턴에 있는 주거차별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했으며 북가주변호사협회(KABANC)의 무료법률클리닉을 10년째 진행해온 주종찬(영어영 스테판 주) 변호사는 “정부에서 중요 결정을 하거나 의료, 하우징, 시니어복지, 한국어 언어지원 등 각종 베니핏을 할당할 때 인구센서스 데이터를 참고자료로 사용한다”면서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력 및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2020년 인구센서스에 참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전문인력 부족, 불명확한 정관규정, 잦은 임원진 교체, 내부갈등 등으로 부침을 겪는 한인단체들이 많지만 새롭게 단체 미션과 활동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운영능력 강화, 주류사회와 연계, 정치력신장 등 3축으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방향성과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인단체 역량강화 컨퍼런스의 상세한 강연내용과 비영리단체 관련 양식 및 베이지역 카운티별 그랜트 신청 열람표 등 유용한 자료는 SF총영사관(415-921-2251)에 문의하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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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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