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흔히 쓰는 말이 ‘다사다난’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일텐데 연말이 되어 되돌이켜 보면 그렇지 못했음을 느끼는 것이 절대로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새해에는 꼭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연말에는 예년에 비해 특히 더 착잡한 마음이다. 연방정부는 셧다운 상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세우려고 하는 장벽 때문이란다.
연방정부 공무원들, 정부용역업체 직원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한인들이 많은 워싱턴 디씨 지역이 셧다운으로 받는 타격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현저하게 크다. 대통령이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싶으면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충당하지 말고,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약속했던 대로 멕시코에서 돈을 받아 하길 바란다.
주식 시장도 지난 몇 주 동안 곤두박질 쳐 왔다. 그 이유로 경제 둔화 예상부터 시작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전쟁,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 과평가된 주식 가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나처럼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듯 보인다. 무역전쟁이나 통화정책이 근본 이유라면 연방의원들에게 호소문이라도 써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을 못하는 상황이니 이 또한 답답하다. 대신 주식에 투자했던 작은 규모의 투자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인내하고 기다리라는 조언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떠나온 고국 소식도 별로 좋지 않다. 일자리와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률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입시 위주의 지옥 같은 공교육 과정과 대학까지 마친 후에도 뜻을 펼칠 수 있는 직장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하니 걱정이다.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고국은 마음의 고향이고 그 곳에 친지들도 제법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평화 구축, 통일 등에 대한 대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우리 서로간에 북한을 보는 시각이나 통일에 대한 견해는 달라도 남북이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대화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화가 없을 때 찾아 드는 것이 오해이고, 오해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남북 뿐 아니라 북미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꿈이 있다. 실향민인 아버지를 모시고 아버지의 고향을 다녀 오는 것이다. 혹시 살아 계실지 모르는 삼촌들과 존재할지 모르는 사촌들과 조카들을 찾아 보고 싶다. 이념이나 경제적 득실이 인간의 존엄성 보다 우선 할 수 없다.
워싱턴지역 한인사회도 한인회장 선거를 놓고 법정 소송까지 치루는 아픔을 겪고 있다. 이미 지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니 앞만 보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책을 한인회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전체 한인들의 극히 일부만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한인회가 이번 사태로 그 극소수 일부의 작은 관심마저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한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인정 받는 대표 단체로 다시 서기를 바란다.
한 해를 돌아 보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후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 하나를 먼저 다른 세상으로 떠나 보냈다. 그런데 그의 의식이 아직 깨어 있을 때 불러 주고 싶었던 찬송가를 끝내 못 불러 주었다. 연습도 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주 후에는 한국의 같은 동네에서부터 알던 어머니 같던 분이 돌아가셨다.
작년 이 맘 때 그 분이 사시는 지역에 갔었을 때 전화로만 인사를 드렸다. 직접 찾아가서 뵈었어야 했다. “나 안 보고 그냥 가느냐”는 말씀에 “또 다시 올께요” 했던 대답이 장례식장에서나 이루어 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새해에는 이런 후회 없이 주위에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한다. 미룬다고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한 해 동안도 부족한 글을 실어 준 한국일보 임직원분들과 칼럼을 사랑해 주시는 독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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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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