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장애의 마지막 파트인 ‘조울증’이라고 불렸던 ‘양극성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 라는 기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기분이라는 말은 ‘좋다’ 혹은 ‘나쁘다’와 같은 형용사와 주로 짝을 이뤄 내 자신의 현재 상태가 긍정적인지 혹은 부정적인지를 나타내준다. 당연히 기분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분은 성격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왜냐하면 성격이란 어떤 사람의 ‘평소’에 관한 측면을 이야기 해 주는 반면, ‘기분’은 그 평소 측면보다는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으로부터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P씨는 근래 동호회에서 알게 되어 급속도로 친근해진 A가 있는데 거의 한달 간 P씨에게 A의 이미지는 항상 즐겁고 활기찬 모습의 멋진 친구였다. 그런데 그 이후 3주동안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신경질적으로 말하고 이유없이 만남을 취소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해와 P씨는 A씨에 대해 어이없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나 장애와 관련된 정신의학의 경우를 양극성(bipolar) 장애 혹은 양극성 기분장애라고 부르며 기존에 이러한 장애는 조울증, 조울병 등 다양한 명칭을 통해 지칭되어 왔다.
이는 기분이 들뜨고 신나는 것이 지나쳐 흥분된 상태와 마음이 너무나 가라앉아 우울한 상태 중 어느 하나씩을 주기적으로, 결국 모두 경험하는 것으로 조증 상태에는 지나친 행복감이나 낙천적 사고, 그리고 과도하게 상승된 자기 존중감으로 인한 과잉활동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일시적으로 현실감각이 상실되어 자아도취에 따른 생각이나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과대망상적 행동을 표출하기도 한다. 쉬지 않고 말을 빠르게 하며 주제도 너무나 다양해 듣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러움을 유발시키기도 하며 육체적 활동량도 급증하여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증가한 활동에 비해 인지적 판단 능력이 뒤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과소비, 충동적 도박, 문란한 생활 등으로 이어져 당사자가 나중에 크게 후회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급작스럽게 증가한 에너지로 인해 가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면에서 우울 단계로 들어가면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와 임상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비슷한 상태로 빠져든다. 즉 한 사람이 일정 기간의 조증 단계에 있다가 이후 정반대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는 양극성 장애를 지닌 환자로 하여금 정신분열 증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받도록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와 같은 대상들에 대한 미술치료의 접근은 일률적인 방향으로 진행하기보다 상대의 기분상태 조절을 위해 조증상태에 맞게 우울상태에 맞게 면밀히 적용되어져야 한다.
조증과 울증의 경계와 폭차를 위험한 수준이 되지 않도록 줄이도록 돕는 치료의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 생리주기를 알아보는 바이오리듬 그래프처럼 양극성장애를 지닌 이들의 조증과 울증의 주기를 세심히 관찰하게 하여 그래프를 작성해보는 것이 좋다.
미술치료사는 조울증에 대한 원인과 표현과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함께, 투사 억압 저항 등 방어기제에 대한 이해와 그리고 치료사에 대한 환자의 전이감정과 방어기제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조울증의 미술치료는 우선 건강한 자아기능을 회복하도록 하고, 자신의 내적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표출하여, 억압되어 있는 무의식적 우울과 분노나 두려움 등을 의식표면 위로 끌어내고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석 심리학에서는 내면세계의 풍경을 그리거나 만다라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확인하고, 상징 이미지를 내면화하여 통찰의 힘을 얻도록 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현상학적 접근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신체를 활용하거나 (신체본뜨기 그림), 사물에 자신을 직접적으로 투영하여 자각하고 통합하는 (Self box) 프로그램을 적용하기도 한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조증 상태의 그림에서는 색채 사용이 화려해지고 창작 의욕이 고양되며 과장된 동작 표현과 완성도가 특징적인데, 조증에서 울증으로 변화될 때에는 그림에서 자살충동을 예고할 수도 있으므로, 이 때 치료사는 환자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치료적 대처와 활동에 대한 개인적 배려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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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미술치료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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