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중앙장로교회 다목적 강당에서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WAKS)의 연례 ‘스승의 밤’ 행사가 열렸다. 5백여명의 한국학교 교사와 교육 관계자가 한 해 동안의 수고에 감사하고 서로 격려하며 또 한 해를 다짐하는 뜻있는 행사였다.
이 행사는 해마다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과는 달리 재미동포사회에서는 뿌리교육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지난 20여년 간 한국학교 교육의 주위를 맴돌며 보고 느끼며 아쉬워했던 점을 진솔하게 밝힘으로써 밖으로는 재미한국학교 교육에 대한 동포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 안으로는 한국학교 임원 및 교사들의 자성과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는 동포 단체 중 그 규모가 압도적으로 가장 크고, 장차 재미 한인의 위상과 조국 대한민국에 결정적 기여를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지극히 귀중한 조직이다.
NAKS는 미 전국 48개 주를 14개 지역으로 분할하고 약 6천명의 교사가 약 7백개의 한국학교에서 약 6만명의 한인학생에게 한글과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LA 지역의 200개 학교를 합해보면 미국 전체의 한국학교 교육은 약 900개의 학교에 학생과 교사를 합하여 약 7~8만명이 속해 있는 거대한 상설 전국 조직이라는 귀중하고 긴요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동포 지도자들은 한국학교의 이 조직적 특성과 잠재력에 착안하여 연대 동반 성장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재미 한국교육의 주체는 엄연히 재미 한인 동포사회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한국학교 교육은 교육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교회와 교사 인건비를 무료화한 자원봉사 교사라는 절묘한 조합에 본국 정부의 일부 재정과 교재 지원으로 실로 강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교육의 성과와 질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동안 동포사회에는 재미 한국학교 교육을 보는데 착시 현상이 있었던 것 아닐까 한다. 하나는 명칭상 재미 ‘한인’ 학교라고 하는 것이 더 옳았을 것 같은데 재미 ‘한국’ 학교라고 하다 보니 한국 정부 소관으로 착각하거나, 또 한편으로는 본국의 초등학교와 같은 제도로 착각하다 보니 한국정부 전담 의무교육 과정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본국 정부는 지원 협력기관이지 주관 또는 주체가 아니다.
셋째, NAKS는 이사회의 구성을, 협의회 임원을 자동이사로 편입시키고 같은 숫자의 선출이사를 산하 회원 학교의 임원으로 제한하다 보니 이사회가 학교 종사자로 한정되어 재정부담의 능력을 상실하고 재력 있는 동포 인사나 전문가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여 동포사회와의 교류를 스스로 봉쇄하는 우를 범하였다. 교육 시행은 회장 책임으로 일임하고 이사회는 교육 친화적인 동포 재력가와 전문가를 영입하여 재정 확보에 주력하고 부대 임무로는 있을지도 모를 회장단의 탈법이나 비리를 견제 감독하는데 그쳐야 한다.
넷째, 한국학교 내부의 자정과 발전 지향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지난 10년 한국학교의 급성장에 따라 협의회장이나 임원 간부가 어느새 명예직의 반열에 올라 부질없이 이를 탐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 잘 하라는 도구로 주어진 ‘직권’을 내 마음대로 하는 ‘특권’으로 착각하여 공정성을 잃고 본분에서 벗어나 임기 만료와 함께 초라하게 사라지는 신세를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 한인사회 단체장들의 함정 또한 바로 이것이다.
다섯째, 재미한국교육의 조직적 장점을 이용하여 민족교육의 역사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한국학교는 한글을 배우는 언어학당이 아니다. 유태계처럼 한민족의 운명을 거머질 민족교육 학교가 되어야 한다.
미 전국의 한국학교가 자기 지역에 대선 또는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한시적 계기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 필수 의무인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집에 돌아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의 투표참여를 전달 권고하면 고착상태의 한인 투표율은 유태계의 80~90%를 따라 상승하고 NAKS는 긴요한 기여를 하고 주목받게 될 것이다.
끝으로 재미 한국학교 교육은 한인 정체성의 마지막 못자리 일지도 모른다. 요즘 본국 대한민국은 돈을 앞세운 이웃 강대국들의 금력공세에 학계나 유학생까지도 매수당하여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재미한국학교 교육은 어쩌면 한인 정체성을 지켜나갈 마지막 보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한국교육에는 그들의 금력공세가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재미 한인들은 한국학교의 규모와 조직적 장점에 주목하여 함께 연대 발전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고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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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원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자문이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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