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써야 한다’는 교훈이 더욱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물을 아껴 써야 한다. 물고기도 아껴 써야 인류의 식량문제가 계속 순조롭게 된다. 자연자원도 낭비하지 말고, 문화재도 아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인물을 아껴야 한다.
‘시간을 아껴 쓰라’는 가르침은 초등학생 때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다. 그 때에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물은 꼭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써야 된다. 돈을 아무데나 펑펑 낭비하지 말아야 모범학생이 된다. 옷과 신발도 그렇고, 쌀 한 톨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시간을 아껴 쓰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가. 시간을 안 쓰고 가만 두면 되는 건가. 시간을 어디에 저장해 두어야 하는가. 시계를 아껴야 한다면 그건 쉽게 이해가 되었다. 값비싼 물건이니까 소매치기 당하지 않도록 잘 간수해야 한다. 허지만 시간을 아끼라는 게 무슨 뜻일까.
그러다가 어떤 신문사 발행인의 일화를 듣고 그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그분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도 무엇인가를 메모하고, 전화를 받으면서도 결재서류나 신문을 읽고, 주판알을 열심히 굴려 통계를 내면서도 사업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건강을 위하여 걸으면서도 인생의 갈 길을 다시 생각하고…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해냄으로 시간을 아껴 쓴다는 뜻이다. 그 분이 나중에 군사정권 시절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내면서 한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 시간을 아껴 쓴다는 것은 시간을 지혜롭게 극대화시키고, 되도록 생산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게으르면 필연적으로 시간낭비자가 된다. 그 때부터 창조주께서 선물로 주신 시간을 부지런히 활용하기에 힘썼다. 무언가 득도했다는 희열을 맛보았다. 세월 부대인(歲月 不待人), 시간은 결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한자숙어도 그 무렵에 배웠다. 게다가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영국명문 ‘이튼스쿨’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개발보다 학생들의 돈 관리, 시간관리, 인간관리, 자기관리의 능력을 철저히 함양시킨다는 것도 교육학에서 배웠다.
미국도 시간사용의 모범국가이다. 링컨이 가난한 청년시절 상점 점원으로 고용되었을 때였다. 고객이 물건 하나를 들고 값을 물었다. 정가대로 말했더니 좀 깎아달라고 했다. 그런데 링컨은 오히려 값을 조금 더 높여 불렀다. 고객은 농담 말고 더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허지만 링컨은 더 올려 불렀다. 그 고객이 미친 놈 만났다며 화를 버럭 냈다. 그랬더니 링컨이 점잖게 타일렀다. ‘Time is money. 시간은 바로 돈입니다.’ 웬만한 미국사람은 다 아는 일화이다. 이처럼 시간 아껴 쓰기가 미국문명의 위대한 힘 아닌가.
그런데 실상 시간은 돈보다도 훨씬 귀중하다. 시간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는 만큼 생명이 죽음을 향하여 달려간다는 뜻이다. 삶과 죽음. 영원한 삶과 영원한 죽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성경에는 시간을 말하는 두 낱말이 있다. 희랍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이다. 크로노스는 시계가 보여주는 기계적 시간이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어떤 일을 이루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뜻한다. 때가 차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 좋은 사례이다. 때가 차지 않았는데 아기가 나와도 큰 문제이고 때가 찼는데도 아기가 나올 생각도 안하면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이 같은 ‘카이로스 시간관’이 바로 서양문명이 세계문명의 선두주자가 된 열쇠라고 간파한 학자도 있다. 다른 문명권에서는 봄이 가면 여름이 오는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서양문명권에서는 봄은 봄대로 어떤 큰일을 이루고 여름은 또 여름대로 어떤 큰일을 성취하는 기회로 본다는 뜻이다.
한가지 더 있다. 출산은 산모에게는 목숨을 걸고 목숨을 탄생시키는 사건이다. 따라서 ‘위태한 기회’를 ‘위대한 기회’로 바꾸겠다는 인생관을 잉태시킨다. 2018년에 재기하기 어려운 실패의 참사를 겪었다면 바로 그 쓰라린 참패경험 때문에 2019년을 더욱 큰일을 성취해낼 기회 혹은 발판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고, 성경에도 ‘기회를 잘 살려 쓰시오’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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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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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r thought,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