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0대 여성 빈혈 방치하면 10년후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 중년 남성·폐경기 여성·노인엔 위암·대장암 등 ‘경고’ 일수도
◇당뇨병 남성·콩팥병 여성 빈혈 3.7배, 2.4배 많아
김 교수팀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12.9%, 남성의 1.2%가 빈혈이었다. 여성 빈혈 환자는 40대가 18.8%로 가장 많았고 30대 11.9%, 50~64세 9.6%, 20대 7.5% 순이었다. 남성은 50~64세가 1.7%로 가장 많았다. 혈액 속 총 단백질량도 빈혈 위험 증가와 큰 관련이 있었다. 혈액 내 총 단백질량이 부족한 남녀는 그렇지 않은 남녀에 비해 빈혈 유병률이 각각 15.2배, 2.6배나 됐다.
빈혈 등 헤모글로빈 농도가 정상 범위(12~14g/㎗)를 벗어난 20~30대 여성은 10년 뒤 급성심근경색·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과 총 사망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경실 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교수팀이 국가건강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20~30대 여성 80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다.
이 교수는 “젊은 여성에서의 빈혈은 90% 이상이 철 결핍성 빈혈인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철분제 복용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여성도 빈혈이 개선되면 심뇌혈관질환과 총 사망위험을 낮출 수 있으므로 철분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헤모글로빈 선별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빈혈은 혈액, 그중에서도 적혈구를 통해 온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부족(12.0g/㎗ 미만)해 생기는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과 노년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생리불순 같은 증상으로 임신을 어렵게 하고 임신 후 태아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인 빈혈은 기억력 감퇴 등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빈혈은 생리·출혈에 따른 혈액 손실, 적혈구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인 철분·비타민B12·엽산의 섭취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원인 질환으로는 위염·식도염·위궤양·십이지장궤양과 위암·대장암 등 위장관질환이 가장 많다. 위궤양 등으로 인해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복용해 위산 분비가 저하됐거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게 원인일 수도 있다.
골수에서 적혈구를 잘 만들지 못하는 범혈구감소증(재생불량 빈혈), 백혈병으로 악화할 수 있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콩팥병으로 조혈인자(EPO)가 잘 분비되지 않아 생기기도 한다.
◇빈혈 심하면 산소부족으로 숨 차고 심장에 무리
빈혈이 심하지 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달리기·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 산소가 많이 필요해져 숨이 차게 된다. 적혈구가 정상의 3분의2 정도로 줄어 빈혈이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찬다. 머리가 아프고 피로감, 어찔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어지럽고 빙빙 도는 증상은 귀 안쪽이나 머리의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
등산·에어로빅 같은 운동을 하는 여성에게 빈혈이 생기면 숨이 차 병원에 오게 된다. 반면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여성은 빈혈이 생겨도 증상이 적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빈혈이 심해져 새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온몸에 산소 부족 사태가 빚어져 심장이 더 자주 펌프질을 하느라 무리하게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도 빈혈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중년 남성, 폐경 후 여성, 노인에게 빈혈이 있다면 위장 등 몸속 어디선가 피가 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중노년층에서 빈혈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했다가 위암·대장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빈혈이라고 철분제만 복용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철분제 복용이 능사가 아니다. 흔히 빈혈약이라고 하면 철분 보충제를 말하는데 철분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폐경 이후 여성은 생리를 하지 않아 철분 부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재생불량 빈혈 등 다른 질환 때문에 혈액·적혈구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사람이 철분제를 먹으면 철분이 너무 많이 축적돼 해로울 수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인 경우 철분제제를 먹고 1주일 정도 지나면 몸 컨디션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지만 6개월 정도 복용해야 한다. 부족했던 적혈구를 만들고 충분한 양을 몸에 저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철분제제와 녹차를 함께 마시면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녹차 안의 탄닌 성분이 철분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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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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