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말미가 되면 어느 때보다도 좋은 뜻을 담은 사자성어가 성행한다. 한해 잘못된 것을 버리고 다가오는 새해를 잘 살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다.
한국의 어느 한 기관에서는 다가오는 해에 대한 바람으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내놓았다. 요즘 세상이 어딜 가나 너무 탁해졌다며 이제는 더러운 것을 좀 제거하고 새롭고 참신한 것을 널리 퍼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와 밀접한 미국만 보아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 부자와 백인들만 위한 정책으로 온 나라가 점점 어렵고 혼란스러워지고 한국은 한국대로 적폐청산과 한반도 문제해결에만 매달리다 보니 나라꼴이 말이 아닌데다, 세대와 이념이 철저하게 갈라진 사회 분위기로 인해 앞으로 어찌 될지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제구포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우리 소시민의 힘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고 우리가 푸념만 하고 좌절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내년에도 또 올해와 같은 절망과 좌절만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새롭게 바꾸어질 수 있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정신 차려 세상 돌아가는 흐름, 나라 돌아가는 정세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 각자 각자도 잘못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마음을 다잡는다면 그나마 좀 희망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교훈이 있다. 율법의 시대가 가고 복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 즉 구태에 연연하지 말고 흐름에 맞춰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예수 그리스도가 강조한 말이다.
2018년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고 2019년 기해년 새해가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새해를 앞두고 가졌던 계획과 다짐, 각오와 희망은 온데 간 데 없고 다시 후회와 아쉬움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느 해보다 잘해보겠다고 다짐하고 발버둥치며 지내온 게 또 1년, 한해를 다 보내고 나니 버리고 갈 일만 잔뜩 남았다.
우선 우리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저분하고 더러운 생각부터 털고 가야 새해를 희망으로 밝게 맞을 수 있지 않을까. 미움과 시기, 분노, 그리고 억울함 같은 것을 다 털어내고 가야 한다. 필요이상의 고민도 다 털어내야 새 것이 들어올 수 있다.
미국 최고의 재무설계사 스테판 M. 폴란은 8가지만 버리면 큰 축복이라고 하였다. 1.나이 걱정-나이드는 것을 슬퍼하지 말라. 2.과거에 대한 후회-지난 일을 대할 때는 쿨해져라. 3.비교함정-남이 아닌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 4.자격지심-스스로를 평가절하 하지 말라. 5.개인주의-도움을 청할 줄 알라. 6.미루기-망설이면 두려움만 커진다. 7.강박증-최고보다 최선을 택하라. 8.막연한 기대감-미래를 만드는 것은 현재다.
이제 기쁨도 슬픔도, 미움도 분노도 다 저물어 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희망의 새해가 곧 떠오를 것이다.
이런 때 동트는 바다라도 한 번 찾아가 수면위로 힘차고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한해의 묵은 때를 벗고 또 다시 새롭게 다가오는 2019년 한 해를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맞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의 물 수심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드넓은 바다를 응시하며 김남조 시인의 송년시 ‘겨울바다’라도 한편 음미하면 한 해를 붙들고 있던 쓸데없는 걱정거리와 상념, 남아있는 앙금들을 모두 다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낡은 것은 더 생각 말고 새 것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회한 속에 묻어버리고 새 마음, 새 희망으로 2019년 새해를 힘차게 맞자. 낡은 것이 고이면 썩는다. 마지막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 것을 향한 새 각오가 필요하다. 2018년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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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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