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인종주의가 세계의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큰 희망이 되어주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전에서 마크롱은 개혁과 다자주의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프랑스를 하나로 결속시키며 유럽연합(EU)과 기타 국제연합체 및 국제기구들과의 굳건한 결합을 유지했다.
그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에 열린 주요 모임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 65명을 초청했다. (글로벌 거버넌스란 국제적 차원의 문제에 개별 국가가 충분히 대응하지 않을 때,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는 ‘세계적 규모의 협동관리 또는 공동통치’를 뜻한다.)
지금 마크롱은 “노란 조끼” 가두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부 개혁조치를 뒤집어야 했고, 엄청난 예산적자를 초래할 새로운 정부 보조금 지급안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탈리아는 예산우려에 시달리고 있으며, 헝가리와 폴란드는 비자유 민주주의를 수용했다. 이들을 하나로 합치면 유럽과 서구의 우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유럽과 서구의 현실이 정말 그렇게 암울하기만 할까?
폴리티코의 매튜 카르니트슈니히는 EU에 대한 지지가 지난 수십 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지적한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일부 지역으로 대중주의 세력이 계속 물밀 듯 밀려들고는 있지만 지난 수개월간의 스토리는 대부분 이에 대한 반발이었다.
여러 면에서 대중주의-민족주의 움직임의 대표주자인 폴란드와 헝가리의 예를 살펴보자.
폴란드의 사법개혁 노력은 전국차원의 대대적인 시위를 불러왔고, 유럽연합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폴란드에 대법관의 퇴직 연령을 낮추는 새 법규의 적용을 즉시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바르샤바는 유럽최고법원의 명령에 따랐다.
노동법 개정과 사법부 개혁을 골자로 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독재적인 조치도 광범위한 시위를 불러일으키면서 야권의 유례없는 대동단결을 가져왔다.
가두시위는 집권당을 향한 일반적인 집회와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준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 거의 어김없이 평화로운 시위자들에게 최루탄이 발사되고, 시위군중은 적그리스도 세력으로 매도되며, 조지 소로스가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몰락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것은 사실이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극우주의자인 마린 루 펜보다 그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그의 임기는 5년이고, 그가 속한 정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분석가들은 프랑스가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려면 그가 추구하는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재임기간 내내 한 세대 만에 나온 가장 중요한 변화를 선도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새로운 연정은 전국민 기본소득과 조기 은퇴를 약속하는 대중주의 예산안을 발의했으나 유럽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기 싸움에서 먼저 눈을 깜빡인 것은 대중주의자들이었다.
이번 주 로마는 그 같은 대중주의적 조치를 거둬들이고 브뤼셀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그리스 대중주의자들이 당초 반대했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을 연상시키는 일화다.
영국의 경우는 조금 까다롭지만 기본적인 이야기는 실질적인 브렉시트에 다가설 때마다 관련 비용에 놀라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친다는 것이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는 탈퇴하지만 단일시장 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EU 분담금을 부담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조롱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총리를 축출할 수는 없다. 메이 총리를 끌어내릴 경우 그녀에게 맡겨진 불가능한 미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영국민에게 EU의 룰을 준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유럽시장 접근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환상을 팔았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많은 영국인들이 그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중주의와 민족주의를 자랑스레 포용한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을 보라.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워터게이트 격랑이 일었던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하원의석 증가를 기록했고, 도널드 트럼프는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거나 내부 혼란에 식상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추가 사퇴에 직면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트럼프와 그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17건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그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기소됐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의 핵심 위원회들을 차지하게 된 민주당의 의회조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난 2년간 공화당은 워싱턴을 통째로 지배했다. 정부 소식통의 모든 정보 통제권과 소환장 발부권한 및 감독권이 모조리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의회가 개원하는 2019년 1월이면 그들의 권력독점도 끝이 난다. 아직도 서구와 세계의 다른 지역을 내닫고 있는 대중주의 물결의 의미를 최소화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우려가 실망에게 길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
세계 어느 곳에건 분노와 정체성의 정치에 반대하는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빨리 달려야 할 필요는 있지만,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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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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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populism 은 그냥 포퓰리즘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을듯. '대중주의'? 애매한 용어이다.
대중, 민족주의를 거론하면서 쿠바나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은 무시하고 신자유주의자들의 방종과 무질서에 대한 당연한 반발로 절제와 개선이라는 틀 안에서 변혁을 시도하는 미국이나 서방세계 예를 드는 인도계 미국인 파리드는 CNN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는 데마고그의 대표적인 인물. 차라리 도가 넘는 민족 주의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슬람권 나라들과 중국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스트 제도와 여성 탄압 및 극심한 부의 격차로 인해 고통 받는 14억 민중들의 절규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