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선거가 내년 11월에 열린다. 수퍼바이저들의 임기는 4년인데, 카운티 전체를 지역구로 선출하는 의장 한 명과 아홉 개 디스트릭트에서 각 한 명씩 모두 열 명의 수퍼바이저들을 선출한다. 페어팩스는 인구 백십오만 정도의 상당히 큰 카운티이다. 연방정부 수도인 워싱톤 디씨와 가까이 위치하여 영향력 있는 주민들도 제법 많이 거주한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내년 선거에서 브래덕 디스트릭트 수퍼바이저 직에 출마한 한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했다. 제리 코널리 연방하원 의원의 비서실장과 캠페인 매니저 역할을 오래했던 30대 중반의 젊은 후보이다. 나와는 이미 10여 년 동안의 친분이 있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난 것은 그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당시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 직에 출마한 코널리 씨의 선거 캠프에서 일 할 때였다. 나도 그 때 카운티 전체를 상대로 득표 활동을 벌이는 광역 교육위원 후보였다. 그래서 코널리 후보와는 러닝 메이트인 셈이었는데 그 때 이 청년을 만나 알게 되었다.
브래덕 디스트릭트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나는 30년 이상 그 디스트릭트에 거주해 오고 있다. 나의 첫 교육위원 당선도 그 디스트릭트 위원으로였다. 물론 뼈 아픈 재선 실패도 같은 곳에서였다. 2009년에는 브래덕 디스트릭트 수퍼바이저 보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샤론 불로바 당시 수퍼바이저가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으로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대한 도전이었다.
당시 나는 민주당 내의 경선에서는 압도적 표 차이로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경선으로 인해 갈라진 당내 분위기를 4주만에 치루어진 본선거 전에서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편이었던 공화당 후보는 당내 경선 없이 추대되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민주당 후보자가 결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막 시작 하면서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의 등장에 대한 반감 분위기가 일어 나기 시작했던 때였다. 결국 3월 초에 치러진 선거에서 나는 89표 차이로 패했다. 개표는 투표기의 결함이 발견된 투표소가 있어 다음 날이 되어서야 끝났다. 주위에서 개표 결과에 대한 재검표 요구나 불복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렇게 안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 수퍼바이저 직 도전의 외도와 1999년 교육위원 재선 실패 후 카운티 기획위원 (Planning Commissioner)으로 4년간 일한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계속 학생들의 공교육에만 집중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 보면 행운이다. 샤론 불로바 카운티 수퍼바이저 의장과 현 브래덕 디스트릭트 수퍼바이저가 내년에 은퇴한다. 그래서 어쩌면 나도 그 두 자리 중 하나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교육 만큼 정열을 기울일 수 있고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없다. 물론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치에서도 교육에 관심을 갖고 예산 배정 권한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처럼 프로그램 하나하나, 학생 개개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수퍼바이저가 통상 해야 하는 지역 개발, 교통, 환경, 세금 등의 일들은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다.
내년 선거 후 페어팩스 카운티 로컬 정부 선출직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이미 3명이 은퇴를 선언했고 리 디스트릭트 수퍼바이저는 의장직에 대한 도전을 선언한 상태이다. 혹시 스프링필드 디스트릭트의 현 수퍼바이저 마저 의장직에 도전한다면 그 자리도 공석이 된다. 그럴 경우 다음 선거 후 수퍼바이저 위원회의 절반이 새로운 인물로 채워질 수 있다.
그리고 교육위원회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현재 4명의 현직 위원들이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두 명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다음 선거가 가져다 줄 변화가 기대되지만 조심스럽기도 하다. 모쪼록 훌륭한 후보들이 출마하길 바란다.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의 깊은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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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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