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확행·워라밸 바람 타고, 거리보다 집에서 ‘따스한 파티’
▶ 벽트리 걸고 알록달록 식기, 홈데코 용품 수요도 20~30%↑
화려한 식기들도 홈파티에서는 과감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까사미아 제공>
요즘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벽트리가 강세다.
올봄 결혼한 주부 김연주(30)씨는 남편과 처음 맞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외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친구들과 그들의 연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기로 했다. 손님이 다 모이면 8명이지만, 집 안을 예쁘게 꾸며야 한다거나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해야 할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 요즘은 ‘천원샵’에서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크리스마스 홈파티 용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도 배를 채울 목적보다 예쁜 사진을 남길 요량으로 카나페, 플래터 등 핑거 푸드 위주로 차리기로 했다.
신혼인 김씨는 왜 남편과 밖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김씨는 “크리스마스날 인파 때문에 고생할 게 뻔하니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며 “집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면 더 편안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소확행’과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다 주52시간 근무제까지 도입되면서 홈파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 크리스마스엔 밖에서보다는 집에서 즐거운 휴일을 보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파티가 번거롭고 거창한 행사가 아닌, 일상에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힐링’의 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결과다.
놀이가 된 홈파티홈파티족의 증가는 용품 판매량으로도 드러난다. CJ ENM 오쇼핑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 11일까지 홈데코레이션(홈데코)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CJ ENM 오쇼핑의 e리빙사업팀 신세현 MD는 “이사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피가 큰 대형 가구의 교체보다는 홈데코 용품을 활용한 셀프 인테리어 욕구가 확산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와 홈파티 욕구가 맞물리면서 최근 홈데코 용품의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홈인테리어 업체 한샘의 전시팀 김진희 대리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최근 홈데코 용품의 수요가 여름보다 20~30% 이상 늘고 있다”며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대거 유입되며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져 테이블 웨어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구매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파티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는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만의 홈파티를 공유하고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며 일종의 놀이로도 활용한다.
그런데 막상 홈파티를 준비하려면 막막하다. 남부럽지 않게 꾸미고 친구들과 인증샷도 남기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집 안은 좁다. 간단한 콘셉트로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즐길 인테리어 팁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소품, 크기는 작게 소재는 가볍게집 안의 색상만 조화롭게 맞춰도 분위기는 산다. 크리스마스의 상징색인 빨강과 녹색은 올해도 역시 주요 색상으로 인기가 좋다. 올해는 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홈퍼니싱 업체 까사미아의 상품부 김예성 부장은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은 이들은 톤 다운된 녹색, 파랑, 보라 등의 묵직한 색을 전반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홈퍼니싱 업체 이케아 코리아의 마리아 헤가티 인테리어 디자인 매니저는 “톤 다운된 메인 색상에 골드와 같은 메탈 장식을 더하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던한 회색에 빨강을 활용해 북유럽 감성을 살리거나, 핑크 색상으로 경쾌한 느낌을 자아내는 등 틀을 깬 시도도 돋보인다.
인테리어 소품은 작아지고 소재도 가벼워졌다. 벽트리(벽에 거는 액자식 트리 장식), LED 트리 전구 등 작은 공간에 효율적인 소형 트리 장식이 강세다. 소형 트리는 반짝이는 느낌의 금속부터 따스한 느낌을 주는 패브릭 등 소재가 다양해져 색다르게 연출하기 쉽다. 꼭 트리가 아니어도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디자인의 오너먼트나 가랜드, 그린 리스를 걸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더 색다른 연출을 하고 싶다면 패브릭 포스터를 활용해본다. 헤가티 매니저는 “올겨울 유행하는 타탄체크나 빈티지 꽃무늬 패브릭에 녹색, 버건디, 골드 색상의 장식을 더하면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가정용 네온사인을 설치하면 평범한 집이 나만의‘홈바’로 변신한다.
‘가성비’높은 식탁 꾸미기손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낼 주방은 파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공간이다. 특히 식탁 꾸미기를 통칭하는 ‘테이블 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 꾸밈바이 대표는 “방의 기능에 관한 고정관념이 바뀌면서 주방도 거실만큼 중요해졌다”며 “과거엔 세트 상품으로 테이블을 연출해야 했으나, 요즘은 저렴한 소품을 낱개로 사 나만의 스타일로 레이어링(겹치기로 꾸미기)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이퍼 냅킨, 테이블 매트 등은 가격도 저렴하고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해 포인트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다.
손님에게 음식을 풍성하게 대접하는 게 미덕이던 과거와 달리, 테이블 웨어 열풍이 불면서 전반적인 테이블 디자인을 살리는 것이 중요해졌다. 음식보다 색상과 디자인이 튀는 그릇도 과감하게 활용한다. 김진희 한샘 대리는 “그린 색상의 식기는 식욕을 떨어트린다 해서 잘 안 썼지만, 최근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는 요소로 많이 활용된다”고 했다. 꼭 비슷한 디자인의 식기로 통일감을 줄 필요는 없다. 패턴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접시를 섞어 배치하면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테이블 중앙을 길게 가로지르는 테이블 러너를 깔고 센터피스(식탁 위 중앙 장식물)를 올려두는 것이다. 유리장식이나 꽃·과일·양초 등 테이블 분위기에 맞게 장식한다.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관계자는 “높이가 서로 다른 캔들홀더 여러 개를 올려두면 식사 시간이 더욱 따뜻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단계 더 전문적으로 꾸미고 싶다면 같은 컬러의 식기를 유리·세라믹·금속 등 소재를 달리해 믹스매치해 본다. 투명한 유리 또는 묵직한 세라믹 식기에 금속으로 된 스푼, 나이프 등 커틀러리(서양식 식사 도구)를 배치하면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감각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와인병이 꽂힌 와인랙 옆에 초를 배치하면 촛불의 은은한 빛이 와인병에 비쳐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자연 소재를 활용하거나, 평소 활용하던 장식품, 자투리 소품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하면 부담이 덜어진다. 솔방울과 아기자기한 오너먼트를 유리 그릇에 담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몇 개는 테이블 위에 놓아 두면 자연스러운 멋이 산다. 조희선 꾸밈바이 대표는 “큰 장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떨치면 빨간 리본 하나만으로 파티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며 “북유럽풍이 강세라지만, 이를 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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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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