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산업 싹 자르기’ 가 목표, 미국 모든 수단 총동원 중국 압박
▶ ‘중국 리스크’헤징전략 세울때
허윤 서강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무역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월1일 향후 ‘90일간의 휴전’을 공동 선언했다.
내년 2월28일을 협상 마감일로 정한 양측은 3월1일이 되면 확전 혹은 종전이라는 양자택일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주요2개국(G2) 무역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휴전 선언은 8월22~23일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빗 멀패스 미 연방재무부 차관이 워싱턴 DC에서 벌인 실무 협상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당시 미국이 요구한 142개의 롱 리스트(중국 측에서 미국이 요구한 53개 이슈를 142개의 세부 항목으로 재분류) 중 약 3분의2에 해당하는 90여개에 대해 왕 부부장이 “수용하거나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동시에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협상은 결렬됐다. 그리고 100일이 지났다. 11월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나타난 시진핑은 새로운 협상안을 들고 트럼프를 만났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석달 줄 테니 다시 협상을 해보라’며 중국을 협상장으로 떠밀었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142개의 항목에 대해 ‘수용 가능’ ‘협상 가능’ ‘수용 불가’를 표시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수용 가능’ 표시를 한 항목들은 주로 무역수지 불균형의 시정 요구에 관한 것들이다. 미국산 대두·수수·천연가스 등 농산물과 에너지 및 공산품에 대해 중국은 향후 약 1조2,000억달러어치의 구매 의사를 밝혔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대한 수출 금지나 퀄컴-NXP 합병 승인 건도 이 영역에 포함됐다. 반면 ‘협상 가능’ 영역은 기술이전 강제나 사이버 절취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시장 개방 확대 등 중국의 구조적 변화 요구에 관한 것들이다. 중국의 서비스 시장, 통신장비, 자동차, 농산물 및 바이오 시장 등의 개방 확대 요구도 포함됐다.
‘수용 불가’ 영역은 베이징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요구 사항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국유기업(SOE)에 대한 특혜나 보조금의 폐지, 나아가 ‘중국제조 2025’ 같은 산업정책의 중단 요구가 여기에 속한다. 더 강한 중국형 글로벌 재벌 육성과 이들을 핵심 축으로 기술 굴기를 꿈꾸는 시진핑으로서는 미국의 요구가 불쾌하기만 하다.
중국이 말한 ‘협상 가능’ 조항의 최종 타결 여부는 중국 정부의 이행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미국의 많은 요구 사항은 중국에서 명문화 자체가 힘든 내용이다. 명문화가 돼 법과 규정에 쓰인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의 은밀한 지시나 폐쇄적 상관행에 따라 무력화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 정부의 실효적인 이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진행해가면서 동시에 G2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수용 불가’ 요구조건의 관철에 협상력을 쏟을 것이다. 즉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중국 기술산업의 싹을 자르겠다’는 협상 목표가 흔들린다면 미국은 협상을 깨고 나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일단 부과하는 확전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구금에서 보듯이 미국은 이란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반을 포함해 ‘외국인미국투자심사법’이나 ‘수출통제법’ 그리고 ‘무역확대법 232조 안보조항’과 유럽연합(EU), 일본과 연대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 손보기’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보고서는 G2 갈등이 관세전쟁의 확대로 다시 전개된다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4~1.2%포인트, 미국은 0.2~0.4%포인트의 추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수출 감소와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내수 위축이나 투자의 감소 혹은 연기, 글로벌가치사슬(GVC) 조정 비용 증가나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 추정치로 보인다.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중국이라는 ‘리스크 팩터’에 대한 정교한 헤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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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서강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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