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인생의 날줄과 씨줄에 어김없이 끼어드는 단골 무늬이다. “인생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아니라도,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상처와 찢김, 전쟁과 싸움, 가난과 멸시, 억울함, 자연재해, 심신의 질병과 장애 등 각종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다. 70년 이상을 사는 동안 갖은 슬픔을 경험했건만, 찬바람 불고 나목만 서 있는 황량한 벌판을 연상시키는 겨울에는 그러한 감정에 더 민감해진다. 우리 모두 예외없이 떠나야 하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기 때문일까?
최근 캘리포니아의 산불로 인해 88명이 목숨을 잃고, 하루 아침에 집을 잃고 상가의 주차장에 텐트를 치며 살게 된 이재민들, 요사이 특히 자주 거론되는 난민들의 참담한 현실, 남미에서 출발하여 미국을 향해 돌진하는 캐러반의 군상들, 이들을 막는 미국의 국경 경비원이 쏜 최류탄에 어린아이가 맨발로 어머니 손에 이끌려 황급히 도망하는 사진들은 나의 가슴에 오랜 잔영을 남긴다.
또한 얼마전 방문한 독일의 모슬렘 난민 수용소, 지상에 보도된 남수단의 굶주리는 수 많은 사람들, 반동강이 난 한반도의 북쪽 인민들의 40% 이상이 영양실조이고, 소위 지도자는 너무 잘 먹어서 온몸이 터질듯 한데, 오직 살기위해 먹을 것을 찾아 떠나는 배고픈 양민들을 학살하는 북한의 실정은 슬픔을 넘어 분노케 한다. 요새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아직은 평화를 이야기 할 때가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이 참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모든 슬픔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기독교인으로서 늘 하는 질문은 “하나님이 그분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만일 피조물 인간이 굶어 죽도록 방치 하신다면 얼마나 무책임한 분인가?”하는 것이다. 결코 그럴 수 없기에, 창조주는 모든 사람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었지만, 자기 배만 불리는 기득권자의 욕심으로 굶주리는 자들이 생긴다는 결론밖에 지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인생에는 한 개인이나 단체, 또는 사회나 국가의 이성 없는 짐승 같은 탐욕으로 야기되는 슬픔도 많은 것 같다. 우리의 모든 소유는 하나님의 선물이니 가난한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최근에 읽은 미국계 한인 작가 이민진의 “Pachinko(파칭코)”는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슬픔을 다루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내국인이면서도 끝내 이방인 취급을 받는 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다룬 내용인데, 그들이 2류시민 취급의 냉대와 조소를 견디며 살아 온 모습이 나에게 분노가 섞인 짙은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슬픔에는 또한 아름다운 슬픔도 있다. 진한 역경 가운데서도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 배려, 감싸줌으로 그 역경을 이긴, 슬프지만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이는 그런 이야기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에 소셜 미디어에서 읽은 한 소년의 이야기… 집 근처 꽃 가게에 찾아와 주인에게 돈 몇푼을 내밀며 앞으로 60년동안 매해 9월 22일이 되면 카네이션 한 다발을 자기 어머니에게 배달해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매일 꽃가게에 찾아와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하던 소년이 발길을 끊자, 궁금해진 꽃가게 주인이 소년이 준 주소로 찾아가서 백혈병을 앓고 죽어가던 그 소년은 얼마전 세상을 떠났고, 9월 22일은 소년의 어머니의 생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실화인지는 모르지만 그 소년의 엄마에 대한 이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 내 마음을 아름다운 슬픔으로 녹여 내렸다. 잘 알려진 일본 단편소설 ‘북해정에 얽힌 우동 한그릇 이야기’는 읽을때마다, 고난 가운데에서도 그 가족들을 하나로 묶은 사랑의 끈이 너무 귀하고 아름다와 매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슬픔의 최고봉은 죄 없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나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피조물들에게 처참한 저주의 죽음을 당한 사실이다. 그 아들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가 당한 이러한 죽음, 그 후 부활이 있기에 나는 소망을 가지고 이 역겹고 추한 죄 많은 세상을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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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약물학 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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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한 인생보다 값진것이 어디에 있을까
인생은 수고와 슬픔뿐 아니고 환희와 희락도 주셔서 천국생활하도록 하셨어요. 영생의 기쁨 날마다 예수님 알아가면 천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