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페어팩스 카운티의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와 인근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의 프리덤 고등학교 사이의 버지니아 주 클래스 6 풋볼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클래스 6는 학생수가 가장 많은 학교들이 속해 있는 그룹이다.
웨스트필드 풋볼팀은 지난 3년간 연속해서 주 챔피온이었다. 세 번 모두 같은 팀과 결승전에서 마주쳤는데 두 번은 연장전까지 갔다. 한 번 우승하기도 쉽지 않은데 3년을 계속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올해에도 주 챔피온이 되어 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이 있었다. 팀 쿼터백의 아버지가 한인이라서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친할아버지도 내가 오래 전부터 아는 분이다.
둘째 쿼터를 8분 정도 남겨 놓고 7대 7 동점에서 웨스트필드 공격이었다. 쿼터백이 옵션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지 좌측으로 뛰었다. 그 뒤를 상대팀 선수 한 명이 쫓고 있었다. 쿼터백은 패스를 받을 만한 선수를 찾는데 여의치 않아 보였다. 그 때 공을 던져 포기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 결국 뒤에서 쫓아 오던 선수 뿐만 아니라 앞에서도 5-6명의 상대방 선수들에게 집단으로 태클을 당했다. 쿼터백은 그 선수들 맨 아래에 묻혔다.
심판이 호각을 불고 선수들이 한 명씩 일어났다. 그러나 쿼터백은 그러지 못했다. 경기장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트레이너가 달려 나갔다. 쿼터백 몸 전체를 찬찬히 점검하기 시작했다. 양 팀 상당 수 선수들이 한쪽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기도하는 듯 했다. 그렇게 한참 후 쿼터백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중들과 선수들은 조금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쿼터백은 부상을 입었다. 결국 들것에 옮겨져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이를 바라보는 쿼터백의 아버지는 표정을 애써 관리하는 듯 했다. 어머니의 두 눈에는 눈물이 흠뻑 고여 있었다.
게임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스타 쿼터백이 빠진 후 웨스트필드의 공격은 맥을 못추었다. 공격이 제대로 안되니 필드 포지션이 계속 불리했다. 결국 전반전을 21대 7로 뒤진 채 마쳤다. 후반에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점수는 35대 14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웨스트필드 팀은 포기하지 않고 점수차를 14점, 즉 터치다운 두 개 차이로 좁혔다. 그러나 4분 여를 남기고 추가 득점을 못한 채 공격권을 넘겨 주었다. 나는 경기장을 뒤로 하고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보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걸어 나오는데 등 뒤 웨스트필드 쪽 스탠드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순간 머리를 돌렸다. 웨스트필드 선수 한 명이 상대팀 엔드존으로 뛰는게 보였다. 바로 전 상대팀 리시버가 패스를 받아 뛰다가 놓친 공을 웨스트필드 선수가 집어들고 뛰어가 터치다운을 한 것이다. 이제 점수차가 터치다운 하나 차이로 좁혀졌다. 나도 경기장으로 빨리 되돌아갔다. 시간은 3분 정도 남았다. 상대팀 공격을 잘 막으면 작전타임이 세 번 남아 있는 웨스트필드에게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수비를 잘 해 상대팀이 펀트를 해야 했다.
나는 이 때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쓰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2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펀트 블럭을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대로 되었다. 이제 웨스트필드의 공격이었다. 시간은 1분 45초 남았다. 충분하다. 터치다운을 한 번만 하면 연장전에 들어간다. 그러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웨스트필드가 이길 수 있다. 그렇게 이긴 후 웨스트필드 선수들 모두 쿼터백이 실려간 병원으로 이 기쁜 소식을 전하러 달려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주 토요일 결승전에서 부상 당한 쿼터백 없이도 우승한다. 우승 트로피는 목발을 한 쿼터백이 팀을 대표해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선 이런 나의 시나리오대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웨스트필드의 공격이 상대팀 엔드존 코 앞인 6야드 지점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렇게 웨스트필드 고등학교 풋볼팀의 37게임 연승 신화가 막을 내렸다. 아쉬웠다. 그러나 쿼터백 없이도 분전한 선수들과 코칭 스탭, 매 게임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수고 많이 했다고 감사 인사 드린다. 쿼터백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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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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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더 많은 학생들이 축구와 태권도에서 시야를 넓힐수 있을터인데? 손주 노아는 태권도 2단을 미식축구에 접목했다고 할수있다. 내년에 다시 챔피언이다 "화이팅" 노아'.
한국인을 빛냈으면 한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것이지 할아버지 인 나의 강요에 의해서 하는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VA 교포사회 언론도 학생들에 관심과 격려가 -계속~
오른쪽 다리 부상으로 3일만에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서 요양중이다.한인학생들의 불모지인 미식축구를 하니 늘 위험이 따르지만,훗날 NFL 선수로 SuperBowl에서 한국과 -계속~
문일룡 변호사, 교육위원에게 감사를 드린다. 거의매주 게임을 봐주시고 수시로 나의 손주인 쿼터백 노아 김,을 격려해주시어 사기앙양에 크게 도움이 되였다. 기사데로 지난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