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가 방인숙의 동유럽 여행기 ③ 뮌헨(Munchen)
인형쇼 하는 시청사
뮌헨 광장에서 본 성당
성당 안의 악마의 발자국
세계적 문호 배출 걸맞게 250여개 출판사가 세계서 두 번째로 책을 많이 출판
르네상스.바로크 등 문화유산 풍부...미술관.박물관이 30여 곳이나
20세기 초에 완공된 신시청사 1층 문화공간 개방 임대료수입 시운영비 충당
녹색 쌍둥이 탑 유명한 랜드 마크 ‘푸라우엔 성당' 20년 동안 지어
세계 최대규모 뮌헨 맥주축제, 브라질 리우축제^ 사뽀로 눈 축제 함께 세계3대축제
일명 낭만의 길이란 로맨틱가도를 달려 알프스북부 뮌헨으로 향한다. 16세기엔 이자르 강의 아테네라 불릴 정도로 건축문화가 융성했던 곳이다. 가장 화려한 궁중 문화를 꽃피웠던 독일의 제일 큰 주 바이에른의 수도다.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세 번째 큰 도시로 인구가 142만 명이다. 도시명은 ‘수도승들의 공간’이란 뜻의 뮤니헨(Munichen)에서 유래됐다.
독일고등교육기관의 본산으로 독일에서 1위로 쳐주는 뮌헨공과대학이 있다. 출판업이 강세로 250여개 출판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책을 많이 출판한다. 막스 할베, 라이너마리아 릴케, 토마스 만 등 문학계의 거물들을 배출했다. 또 뮌헨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본고장이다. 16세기 후 번성했던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문화유산도 많아, 미술관 박물관이 자그마치 30여개다. 또한 IT산업과 생명공학이 강세고, 항공 산업업체 지멘스, BMW, 벤츠의 탄생지다.
그런가하면 범죄율이 낮고 안정 된데다 삶의 질 또한 높아 최고의 이민희망지역이란다. 고로 땅값이 독일에선 1위, 세계에선 39위로 쎄다. 뮌헨에 들어서니 큰 도시인데도 예쁜 전차가 다녀 부럽다. 도시적분위기와 전원적서정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유럽의 경제적 문화적 거점도시의 하나답게, 중세의 모습과 현대적 건축물이 잘 조화된 매력적인 도시란 느낌이 척 왔다. 어제 봤던 하이델베르크나 로텐부르크의 고적하고 아기자기한 시골과는 확연히 다르다. 땅값이 비쌀만하다.
가이드의 깃발 따라, 서울로 치면 명동이라는 구시가지의 핵심 상업지구로 갔다. 보행자전용도로인데 다양한 관광객들의 군상이 활기차고 자유분방했다. 양쪽 길가엔 각종 명품매장이고, 가운데는 관광객들의 쉼터로 눈요기를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들이 즐비했다. 중심인 마리엔 광장을 성모교회(푸라우엔 성당), 시립박물관, 신,구시청사가 둘러싸고 있다. 구시청사는 옛날 그림이나 영화에서 보던 ‘유럽의 성’이미지다. 2차 대전 후 복구를 시작해 최근에 보수완료 돼 외관상 아주 말끔하다.
20세기 초에 완공된 신시청사는 높이 85m로 고딕건축예술의 극치다. 규모나 위용 면에선 비교불가지만 첨탑들이 밀라노성당을 연상시킨다. 1867년부터 1909년까지 지었는데 종루의 독일 최대특수인형시계가 인기 높다. 태엽장치로 된 청동인형들이, 빌헬름5세의 결혼식 때 거행됐던 기마전과, 1517년 유럽에 페스트가 사라진 걸 기뻐하는 사람들처럼 종소리에 맞춰 춤추니까. 1층은 문화공간으로 개방, 임대료수입으로 시운영비를 충당한다니 실리적인 독일인 발상답다. 내가 한국을 떠났던 83년 까진, 근엄한 관공서들이 정부와 관공서실적전시에만 열 올리는 경향이 다분했기에 잠시 비교됐다. 앞에 분수는 기단이 높아 탑을 하늘 보듯 해야 한다. 시의 수호신인 황금색마리아상이 천사가 하강한 듯 신화적인 느낌이다.
광장 서쪽엔 뮌헨의 랜드 마크로 20년 동안 지었다는 푸라우엔 성당의 위용이 눈에 착 들어온다. 우뚝 솟은 기둥 같은 두 개의 탑 지붕이 녹색 모자를 쓴 듯 예뻐서다. 녹색 탑 혹은 쌍둥이 탑으로도 불리는데, 실은 남쪽 탑은 100m고 북쪽 탑은 99m라 키가 다르다. 충분히 뮌헨의 아이콘 값을 할만치 특색 있다. 양파 같다고 하고 식탁용 양념 통 같다고들 하는데, 내 눈엔 후추통과 소금 통이다. 99m 후추통의 시계탑에 오르면 구시가지 전체가 다 보인다지만 우린 패스다. 뮌헨 최대의 정통 가톨릭성당이라 엄격한 교리로 명성이 자자했고, 베네딕토 16세교황이 봉직했던 성당 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니까.
14세기말 바이에른지진에 무너진 후 개축당시의 얘기가 또 있다. 교황의 꿈에 악마가 성당을 창문 없이 지으라고 했단다. 그래서 어느 한 지점에선 창문이 안보이게 지었단다. 악마가 자기 주문이행여부를 확인 차 왔을 때 찍혔다는 ‘악마의 발자국’이 있다. 정말 엄청 큰 발자국이 바닥에 움푹 새겨졌는데, 거기에 발을 대면 액운이 안 온다나. 입구 쪽이라 모두들처럼 나도 얼른 발을 슬쩍 대봤다.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선 창문이 안 보이긴 했다. 여하튼 멀리 있는 알프스를 어디서든, 누구든, 쉽게 조망하라고 건물높이를 제한했다니 착한 성당이다. 그러고 보니 구시가 지역주변엔 소수의 전망타워 외엔 고층빌딩이 전무상태다. 시계탑보다 결코 높게 짓지 못하게 해서, 고층건물들은 쫒기 듯 시 북부에 몰려있단다.
그 외에 뮌헨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맥주축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리우축제와 일본 사뽀로 눈 축제와 함께 세계3대축제란다. 그만큼 세계최대규모의 뮌헨 맥주축제를 온 세계인이 알아준다. 1870년 바이에른 주의 루투비히 황태자와 작센의 공주가 결혼축하경마대회서, 시민들에게 맥주와 고기를 공짜로 줬던 게 시발점이란다. 그나저나 한국은 왜 그런 유명축제가 없지? 김치가 좀 더 알려져서 김장축제를 키우면 안 될까? 전 한국인들이 고민해보면 세계적인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많이 아쉬워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왜 하필 맥주였을까? 독일인들의 맥주사랑엔 피치 못할 연유가 있다. 지질학적으로 강물이나 지하수에 석회질, 철분이 많고 자연수도 절대부족이다. 궁여지책 끝에 탄생된 묘수는 알코홀 농도가 약해 물대신 마셔도 부담 없는 맥주였던 것. 그런 고로 맥주가격이 특제품 제외하곤 물과 기타 음료수수준이다. 게다가 16세기부터 발효된 맥주 순수령(호프, 보리, 물, 자연원료 외엔 어떤 첨가물이나 화학처리 불가)으로, 그야말로 완전 믿고 마시는 맥주인데 뭘 망설이랴.
그중에 뮌헨 인근의 테레지아 구릉지에서 생산된 맥주 맛이 일품이라, 뮌헨이 맥주축제도시로 선택된 것이다. 그래서 October Festival이라고 매년 9월 마지막 주에서 10월 첫 주까지 전국적인 맥주축제가 열린단다. 예전에 TV여행프로그램에서 뮌헨 옥터버 페스트를 취재한 걸 봤다. 거의 800만 명의 방문객들이 인종, 나이, 성별구별 없이 독일전통의상을 입고 흥겹게 행진하는 것도 구경거리였다. 커다란 천막에 설치된 간이주점에서 큰 맥주잔으로 건배하고 민속밴드에 맞춰 춤도 추는 성대한 잔치였다. 역사를 자랑하는 6개의 맥주회사가 참여주관 한다니 맥주회사들의 사은행사 일종이겠다. 5월말에 유난히 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좀 전에 길가 카페마다 사람들이 마시는 게 전부 맥주이긴 했다.
점심은 구시청사옆길로 가서 뮌헨의 특식이라는 슈니첼을 먹었다. 딱 돈가스라 낯설지 않다. 감자와 양배추절임이 곁들일 거는 예상했지만 소스가 이색적이다. 크렌베리 소스인지 빨갛고 달아 결국 소스 없이 먹었는데, 고기는 부드럽지만 짭짤하다. 한국관광객단골식당이라 신경 써서 싱겁게 한 거라지만 우리 입엔 확실히 짜다.
대체적으로 유럽음식이 짠 까닭이 있다. 로마시대 적엔 군인들 월급을 소금으로 지불했을 만큼 소금이 고가였다. 샐러리맨의 어원도 소금이다. 서민들은 비싸서 마음 놓고 못 먹고 신흥부자들은 부의 척도인 소금과시욕으로 강소금의 음식자랑을 했다는 거였다. 그런데 독일이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더 짜게 먹는 이유는, 해가 잘 안나 저혈압환자가 많아서라나.
나중에 나온 아이스크림 맛은 월등했다. 바쁘게들 일어나 공짜화장실이용으로 북새통인데, 웨이터가 밖까지 쫓아 나와 후식이라며 사과 한 개씩을 안겼다. 주방장의 따뜻한 가슴과 친절에 뮌헨의 점수가 올라간 건 당연지사. 이래서 어느 국가의 이미지구축엔 민초들의 힘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다. 이민자인 나도 재차 다짐했다. 미국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자세로 살겠다는 초심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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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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