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북미대화가 다시 정돈상태에 돌입했다. 외교협상이 끝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북미간의 대화가 한 달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언제 다음 대화가 열릴 지도 분명치 않다. 한편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여전히 쌓여 있다.
현재는 북한이 미국과의 만남을 피하는 양상이다. 평양은 11월초 뉴욕에서 열리기로 되어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11월 하순에 다시 열자는 미국 측의 제안을 묵살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점도 불투명해 보인다.
지난 10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설치하기로 합의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회의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반면에 남북관계 진전에서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한미간의 실무그룹은 첫 모임을 갖고 비핵화와 관련된 제재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에 끌려간다고 불만을 토한다.
한편 G-20 회담을 마치고 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연내 답방이 아직도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트럼프와 만나 비핵화 공조 노력을 재차 다짐했지만, 새로운 전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제재는 끝까지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엔의 제 3위원회는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주저하면서 채택에 가담했다. 멀지 않아 인권결의안은 유엔안보리의 지지를 얻어 금년에도 유엔 총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이 대결을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한국과 미국이 지금까지 어렵게 이룩한 대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핵문제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해법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다양한 주장들을 셋으로 구분해본다. 첫 번째 주장은 미국과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완전한 비핵화(최종적이며,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는 현재의 방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끝내 핵 포기를 거부할 것이고, 김정은의 모호한 비핵화 언약만으로는 아무런 진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최소한도 핵무기의 일부를 보유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완전 비핵화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일 수 있다. 차라리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제한된 핵보유국임을 수용하되, 핵확산을 철저하게 저지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북한이 주장하는 군축협상이 되어 버리고, 지금까지 북한이 국제법을 어기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변국들과 미국까지도 위협한 사실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강경노선을 선호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가능한 압력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최대한도의 제재, 군사력, 정보침투 등을 활용하여 북한이 항복할 때까지 압살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 전문가들은 전쟁도 배제하지 않는다. 정권교체나 흡수통일도 비핵화 수단으로 고려한다.
문제는 북한과의 전쟁은 핵전쟁으로 번질 것이고, 상상이 가능한 전쟁의 대가를 고려할 때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는 염원이 생겨난다. 정권교체도 북한내부에서 연착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있다. 즉 외부의 압력이나 공작에 의한 붕괴시도는 북한 지도부가 전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 평화통일은 아직도 실현 가능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말할 뿐 통일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민주 평화 통일은 북한이 평화롭게 자멸할 때, 남한에 의한 평화적 흡수가 가능할 때 이뤄질 수 있다.
비핵화를 위한 세번째 주장은 단계적 상호주의, 검증을 통한 비핵화다. 트럼프는 이미 서두르지 않고 북한을 다루겠다고 했다. 기회의 창문은 아직도 열려있다. 국제사회 모두가 지속적으로 평화적 해법을 지지한다. 비핵화의 과정이 트럼프의 현 임기 안에 완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핵 계획의 불가역적 상태는 달성이 가능하다. 핵문제는 북한의 사활을 결정하는 문제다.
미국이 김정은의 말만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북한도 비핵화를 하면 ‘북한의 밝은 장래’를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말만 믿을 수가 없다. 불신의 교착상태다. 북미 양국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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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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