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줄이면 음식 퍽퍽하고, 레시피 의도와 달라져
▶ 장류 양념 쓰는 한식에선, 텁텁하고 짠맛 상쇄 역할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된 설탕을 무조건 적게 넣으면 의도한 요리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요리 동영상‘푸드 위시즈’에 등장하는‘벌집 토피’. 유튜브 캡처.
설탕을 프렌치토스트 위에 톡톡 뿌려주기만 해도 맛과 식감이 색다르다.
요즘 ‘푸드 위시즈 (Food Wishes)’라는 유튜브 채널을 다시 즐겨 본다. 드라마 없이 정보와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음식에 관한 콘텐츠, 특히 영상이라면 다큐멘터리보다 요리 시연을 선호한다. 초기의 열악한 장비 탓에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요리하는 손만 보여주며, 음악도 일절 없이 요리법만 더빙으로 담아 10분 안쪽의 짧은 영상을 만든다. 단순함 속에 배어 있는 희망(맛있고도 쉬워요, 한번 해보세요) 혹은 낙관 등을 캘리포니아 억양과 중국어의 성조를 합친 듯한 독특한 말투에 담아, 셰프 존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26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푸드 위시즈에서 한 달 전쯤에 보았던 ‘벌집 토피’의 조리 영상 이야기를 해보자. ‘토피(toffee)’는 녹여 캐러멜화한 설탕에 당밀과 버터 등을 넣어 만든 사탕인데, 이 경우는 베이킹소다를 쓴다. 냄비에 백설탕, 물엿, 꿀과 물 약간을 담고 끓여 설탕이 완전히 녹아 걸쭉해지면 베이킹소다를 섞어 유산지를 깐 틀에 담아 30분 정도 굳힌 뒤 쪼갠다. 베이킹소다의 팽창 효과 덕분에 단면에 벌집 같은 기포의 흔적이 남는다.
음,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달고나가 떠올랐다. 일단 원리가 똑같다. 녹인 설탕에 베이킹소다를 더하면 열에 반응해 부풀어 오른다. 갈색의 뜨거운 반죽은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동시에 한가운데에 틀로 모양을 낸다. 허리가 잘록한 열쇠 구멍 같은 모양을 깨끗하게 떼어내면 보너스를 받는다.
요리의 핵심 재료, 설탕설탕의 물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사설이 유난히 길었다. 물에 더하거나 가열하면 설탕은 녹아 걸쭉한 액체로 변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설탕은 가루지만 축축한 재료로 분류되어 마른 재료인 밀가루의 대척점에 선다. 체중 증가나 지방 축적을 통한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자리를 굳힌 현실에서 설탕의 물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몸에 나쁘니 안 먹으면 가장 좋고, 아니더라도 가능한 적게 먹어야 한다. 그렇게 강박에 사로 잡히다 보니 엉뚱하게 단맛이 핵심인 빵과 과자류가 희생양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레시피에서 설탕의 양을 무조건 깎으면 건강한 과자와 빵이 된다는 오해 말이다. ‘절반으로 줄였는데 전혀 문제 없이 맛있어요’라는 요리 후기를 볼 때마다 좌절한다. 개인이 임의로 만든 레시피라면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리책 등 유료 콘텐츠에서 제시하는 레시피는 원칙적으로 실험과 조리를 수없이 되풀이해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핵심 재료의 양을 극적으로 줄여 버리면 레시피를 짜면서 의도한 음식과 전혀 다른 결과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설탕을 줄이면 그만큼 수분도 줄어 드는 탓에 덜 단 대신 푸석푸석해진다.
한식의 짠맛 상쇄해주는 설탕이는 설탕을 둘러싼 많은 오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설탕은 한국의 식문화에서 좋든 나쁘든 중요한 역할을 맡아 상시 쓰이는 식재료이고 낯설지도 않다. 앞서 언급했듯 설탕은 가루이지만 마른 재료가 아니다. 녹이면 걸쭉해지므로 음식의 수분 혹은 촉촉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탕으로 설탕의 세계를 둘로 나눠야 한다. 바로 짠 음식과 단 음식이다. 짠 음식이라면 말 그대로 짠맛 위주일 텐데 왜 단맛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까? 그게 바로 한식의 세계에서 설탕이 안고 있는 모순 혹은 아이러니이다. 끼니 음식은 짠맛 위주여야 물리지 않는데 현재 우리의 음식에는 단맛이 일상적으로 그것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런 반찬을 탄수화물이라 기본적으로 단맛을 지닌 밥과 함께 먹는다. 말하자면 짠맛보다 단맛으로 간을 맞추고, 좀 더 정확하게는 단맛에 단맛을 겹쳐 먹는 셈이다.
결국 단맛 자체가 문제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가느다란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메시지를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잠깐 맡자면 설탕의 자리는 한식에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양념과 그 핵심인 고추장, 된장, 간장의 텁텁한 끝맛을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강렬한 냄새와 자극, 감칠맛이 맞물려 일정 수준 재료의 단점도 가려준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한식이 현재와 같은 장류 바탕의 양념을 고수하는 한 설탕의 적극적인 개입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설탕의 자리를 인정하고 다음 단계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설탕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오해 말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모든 설탕이 같지 않아서 설탕 같은 설탕은 백설탕뿐이다. 설탕이 ‘위험한’ 식재료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해가려는 시도가 많다. 불고기에는 양파나 배를 갈아 쓰고, 다른 요리에는 ‘더 건강하다’는 올리고당이나 심지어는 매실청 등을 쓴다. 단맛을 둘러싸고 모두가 애를 쓰는 현실이지만 가장 중립적이고도 정확한 맛을 주는 감미료는 좋든 싫든 백설탕이다.
요리에 맛을 더해주는 설탕
이런 오해를 일단 풀어야 단맛의 세계 전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끼니의 단맛은 줄이되 건강보다는 맛의 개선을 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설탕, 특히 정제한 백설탕은 맛의 세계에서 대체재가 아님을 숙지 및 인정하고 ‘적절히 쓰기=잘 쓰기’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체 끼니 음식에서 설탕은 물론 단맛의 덩치를 줄여 식후의 음식에 재투자를 해야 한다. ‘재투자’라니 말이 거창하지만 설탕처럼 유일하고도 전지전능한 식재료의 쓰임새가 굳이 어려울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는 지면에서 서양의 식재료와 조리 방식 혹은 결과를 한식에 응용하는 법을 소개함으로써 마무리를 지었지만, 세계적인 식재료이자 한식에서도 너무나 확실해서 지나칠 정도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설탕이라면 반대로 가보자. 서양 음식에서 설탕을 적지만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식을 소개한다는 말이다.
첫 번째는 가장 쉬운, 즉 설탕을 그대로 쓰는 경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요리 칼럼 ‘완벽한 프렌치 토스트 굽기’의 예를 소개해보자. 커스터드(계란물)에 담갔다가 팬에 굽는 프렌치 토스트는 대체로 메이플시럽을 끼얹어 단맛과 향, 촉촉함을 더한다. 하지만 칼럼에서는 계란물 만으로 빵을 촉촉히 구웠다고 전제한 뒤 약간의 설탕, 즉 한 자밤 쯤을 솔솔 뿌려 마무리한다. 빵 위에 올라 앉은 설탕 알갱이가 부담스럽지 않은 단맛의 액센트를 주는 한편, 특유의 아삭거림으로 질감의 대조까지 준다는 일석이조의 발상이다.
다음 난이도로는 설탕 시럽이 있다. 조리가 매우 간단하다. 설탕과 물을 무게 대비 1:1로 냄비에 담아 중불에 끓인다. 설탕이 완전히 녹고 시럽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린다. 완전히 식힌 뒤 기름병 등에 담아 보관한다. 단맛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니 아이스티나 커피 같은 차가운 음료, 집에서 모히토 같은 칵테일에 도전할 때 단맛을 가감하기가 훨씬 편하다.
마지막으로는 약간 난이도가 높은 캐러멜 소스이다. 시럽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고 설탕을 펄펄 끓여야 하니 약간 위험하다. 따라서 조리용 장갑을 챙기고 만약을 대비해 소매가 긴 옷을 입는다. 중심이 잘 잡힌 우묵한 냄비에 설탕(350g), 물(120ml), 물엿(60ml)을 담아 중불에서 젓지 않고 끓인다. 6~8분 뒤 완전히 녹아 밀짚색을 띄면 약불로 줄이고 가끔 휘저어 주다가 2~5분 뒤 호박색으로 변하면 불에서 내린 뒤 생크림(240ml), 바닐라 약간, 소금 한 자밤을 더하고 곧바로 매끈하게 섞일 때까지 휘젓는다. 완전히 식힌 뒤 병에 담는다. 입맛대로 끼얹어 주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산 평범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레스토랑 디저트처럼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냉장고에서 2주간 두고 먹을 수 있고, 굳었을 경우 전자레인지에서 돌려 녹인 뒤 잘 휘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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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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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단맞에익숙한경우고 어려서부터 단맞을조정한사람은 그렇치않아요 그러니 습관 습관을 잘컨트롤하면 당신도 이상한맞 짠맞을 덮느니 이런소리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