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케네디 주니어는 대통령을 지낸 잭 케네디의 친형이다. 그는 유럽에서 제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하버드 로스쿨 마지막 학년을 남겨놓고 해군에 자원 입대한다. 영국으로 건너가 정찰 폭격기 조종사가 된 그는 25차례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음에도 자진해 임무를 더 수행하다 스물아홉에 전사한다.
그의 동생 잭도 하버드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같은 해 육군에 자원하나 척추 이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자 재활을 거쳐 해군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해군 정보국에 배치되지만 정찰 어뢰정 지휘관 훈련 프로그램에 자원해 태평양 전선 PT 어뢰정 지휘관으로 발령받는다. 1943년 정찰 도중 일본 구축함의 공격으로 배가 두쪽이 나는 응급상황에서 부상당한 부하의 구명 재킷 끈을 이빨로 물고 헤엄쳐 인근 섬에 상륙, 자신과 부하를 살린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 시니어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로 초대 증권거래 위원장과 주영 대사를 지냈으며 민주당의 실력자였다. 그런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가만히만 있어도 갈 수 있는 꽃길을 마다하고 나라를 위해 자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은 미국 상류층의 의식구조와 어떻게 미국이 위대한 나라가 되었는지를 엿보게 한다.
민주당 정치 명문에 케네디 집안이 있다면 공화당에는 부시 가문이 있다. 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부시의 아버지는 월가에서 투자 금융가로 이름을 날리고 코네티컷 출신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프레스콧 부시다. 그 아들 조지도 편한 길을 놔두고 진주만 기습 다음해인 1942년 동부의 명문 필립스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18살 되던 생일날 해군에 자원입대한다.
2년 뒤인 1944년 태평양 전투에서 폭격기를 몰고 출격했다 격추된 후 바다에 추락했다 극적으로 구조된다. 같이 출격했던 동료 중 일부는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사망하거나 사로잡혀 총살 당한 후 간을 일본군에 빼먹히는 참혹한 일을 당했다. 부시는 이때부터 “신은 왜 나를 살렸으며 무슨 일을 시키려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부시가 지난 주말 9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재임기간은 4년으로 짧았지만 그 4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그가 집권한 첫 해인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으며 그 다음해인 1990년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그리고 또 다음해인 1991년에는 소련이 붕괴했다.
베를린 장벽과 소련의 붕괴는 공산주의 자체 모순과 이를 더 악화시킨 전임자 레이건의 군비 증강 등이 원인이었지만 이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침착하게 대응해 평화롭고 안정된 새 국제질서 수립에 기여한 것은 부시다.
그의 신중함과 절제가 돋보인 것은 1991년의 걸프 전쟁이다. 그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무력 점령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35개국 연합군을 편성해 1주일 만에 이라크 군을 궤멸시켰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은 이라크가 무주공산으로 열려 있는데도 국경에서 군대를 멈추고 전쟁을 끝낸 일이다.
당시에도 무자비한 독재자이자 침략자인 후세인을 이참에 제거해 악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부시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부시와 그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브렌트 스코우크래프트는 1998년 ‘바뀐 세상’(A World Transformed)이라는 책에서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축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인적, 정치적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그 때 이라크를 침공했더라면 아직도 미국은 극히 적대적인 나라의 점령군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썼다.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2003년 아들 부시가 이라크를 쳐들어갔다 수 조 달러의 전비를 쏟아 붓고 미군 4,000여명이 사망하고 3만 여명이 부상당하는 수모를 겪고도 욕은 욕대로 먹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를 보면 아버지 부시의 혜안이 새삼 놀랍다.
아버지 부시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Read My Lips. No New Taxes”라는 공약을 깨 공화당 보수파의 버림을 받았고 때마침 닥친 불황으로 1992년 재선에 실패했지만 그의 업적은 과실을 압도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그가 보여준 자기희생 정신과 온화함, 진중함은 자기자랑과 거짓말밖에 할 줄 모르는 누군가와 너무 대조된다. 대공황과 제2차 대전을 이겨낸 ‘위대한 세대’ 마지막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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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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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보존했든 나리인 미국이 요즘 아들이 트럽프가 잘못해 몹시 어지럽다해도 뭔일이야 있겠습니까? 뒤 돌아보지말고 가시는길 편안하게 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