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성경박물관 개관 1주년, 다시 그곳을 찾다
성경 박물관 천장(왼쪽)과 가상현실관.
성경박물관 입구는 어둡다. 의식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1층 대리석 바닥은 검은색이다. 대형 스크린에서 여러 성화들이 비추는 천장을 마주한 로비까지 와서야 이 검은색 바닥은 흰색 대리석들과 섞이며 조금씩 깨져간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성경박물관 한인 가이드 김정훈 씨는 메시지가 담긴 설계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성경박물관이니 오래된 성경들이 놓여있다는 4층부터 올라간다. 가는 길목에 놓인 대형 스크린에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란 문구가 지나간다. 대리석 바닥은 전부 흰색이다. 조명에 눈이 부실 정도다. 4층 성경역사관, 3층 성경이야기관, 2층 성경이 미친 영향관 모두 흰색 대리석이 놓였다. 성경 박물관 입구는 어두운 세상을 상징하는 튀니지 산 검은색 대리석이 깔렸다. 박물관 각 층 유물 전시관들은 이스라엘 산 흰색 대리석을 사용했다. 성경이 무엇인지 궁금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알든 모르든 적어도 어두운 세상에서 빛으로 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DC에 개관한 성경박물관. 이곳을 2018년 11월 17일 다시 방문했다. 로비에 성경 시편 119편 105절 문구가 그대로 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Thy word is a lamp unto my feet and a light unto my path)”
농수산물 저장하던 창고가
생명의 양식 조명하는 곳으로
첨단기술 가상현실관 덕에
앉아서 이스라엘 현지 탐방
▲ 냉동창고? 이젠 생명의 양식
성경박물관은 지난 5월13일 56만6,000명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6개월이 지난 11월15일에는 99만 5,000여명 이상이 박물관을 찾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1년 새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전 세계 200여개국 사람들이 3,727개 그룹을 지어 역사가 남긴 성경을 보러 찾아 왔다.
국립공원국에 따르면 성경박물관 건물은 1923년 건축됐다. 당시 지상 12층 지하 2층으로 건축된 이 건물은 전체가 냉동창고로 사용됐다. 지난 1966년에는 국가 유적지(America’s historic and archeological resources)로도 선정됐다.
이곳에는 매일 기차가 전국 각지에서 실어나르는 농수산물들이 모여들었다. 먹을 식재료들이 분배되는 보급센터로 사용됐다. 정치인 집결지인 연방의회에서도 3블럭, 내셔널몰은 2블럭 밖에 안 떨어져 있는 중심가에 위치했다.
수도 워싱턴에 먹을 것을 실어 나르던 장소는 95년 뒤 성경이 무엇인지 알리는 장소가 됐다. 생명의 양식을 조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성경박물관을 설립한 그린가문(Green Family)의 스티브 그린 회장은 지난해 11월 개관식에서 “모든 이가 성경을 접하도록 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성경은 세상을 바꾼 책이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곱의 사닥다리를 형상화한 계단(왼쪽).
▲ 가상현실로 방문한 이스라엘
그리스도 예수(JESUS)가 활동한 무대 이스라엘. 신약성경 속 갈릴리, 예루살렘, 베들레헴은 DC에서 5,897마일 떨어져 있다. 이른바 성지 순례길로 불리는 여행은 비행기로 10시간이 넘어야 가능하다.
성경박물관은 지난 8월 1일부터 가상현실관(Virtual Reality Tour)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관 1층 로비 매표소 맞은편에 있다. 가상현실관에는 8명씩 그룹을 지어 총 3개 그룹, 24명이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다. VR 스크린을 얼굴에 쓰는 순간, 부활한 예수가 베드로에게 떡과 물고기를 구워준 갈릴리 바닷가로 내려앉는다. 360도 위, 아래, 고개를 돌리는 모든 곳은 이스라엘 현지.
선한 사마리아인의 여행길, 성지무덤교회(The Church of the Holy Sepulcher), 요단강, 통곡의 벽, 겟세마네 동산, 광야 등 이스라엘 30여 곳을 15분 만에 찾아볼 수 있다.
고대역사를 현대인들에게 간편하게 실어주는 최첨단 IT 기술들. 성경박물관이 이 시설들에 총 4,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발표한 이유, 그 위력이 실감난다.
첨단기술에 몸을 더 담그고 싶다면 2층에 마련된 ‘Washington Revelations’ 4D 체험관을 찾으면 된다. 아이들이 무척 행복해 한다. 이 곳은 5달러를 내면 가상으로 워싱턴 DC 상공을 날아 다닐 수 있다. 기계에 몸을 맡기면 새처럼 날아다니는 착각을 하게 된다.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6분간 DC 명소에 숨겨진 성경문구와 동상을 찾아다닐 수 있다. 단, ‘멀미가 날 수 있으니 불편한 분은 손을 들어 달라’는 주의간판이 붙어 있다.
▲ 예수를 판 은화 30냥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는 말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그는 역사가 왜곡과 아이러니를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성경박물관은 가짜유물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성경박물관 건립을 주도한 그린가문의 하비로비사도 지난해 7월 3,000여개의 유물밀수 혐의로 연방검찰과 300만 달러의 벌금까지 합의했던 바, 이번 사태를 두고 적잖은 파장도 일었다. 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대서특필로 보도했다.
성경박물관은 지난달 22일 공식발표를 통해 전시 중이던 5개의 사해사본 조각이 위조(Fake)품이라고 발표했다. 성경유물 중 가장 볼거리는 사해사본(Dead Sea Scrolls)이었다. 연대로 따지면 기원 후(AD) 100년, 2000년 전 유물들이다. 근데 전부 가짜였다.
현재는 사해사본 원본 조각들은 전부 철거됐다. 대신 예루살렘 박물관에 비치된 사해사본 중 이사야서 복제본이 전시돼있다.
성경 속 마태복음 21장에 나오는 구세주, 그리스도라는 예수도 아이러니한 역사를 이어가는 유대인들을 보고 격분했었다.
성경박물관 5층에는 그의 제자인 가룟 유다가 예수를 팔 때 사용했던 당시 통용 은화가 전시돼있다.
‘두로 세겔(Tyrian Shekel).’ 이 동전 앞면은 페니키아의 신 멜카르트(헤라클레스), 뒷면은 로마의 번영과 영광을 상징하는 독수리가 새겨져 있다. ‘반세겔’이란 명칭과 함께 불리는 이 동전은 20세 이상 유대인 남성들이 성전세로 바치는데 사용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우상’이 새겨진 돈이 예루살렘 성전 한복판에서, 그것도 유대인 유일신이란 ‘여호와’에 올리는 순결한 제물을 사고파는데 쓰였다. ‘하나님 아들’이란 예수가 채찍을 휘두르며 장사꾼들의 판을 뒤집어 엎을만 했다.
이후 ‘은 30’으로 알려진 두로 세겔은 예수가 로마군인들에게 팔려 죽임을 당하는데 다시 사용됐다.
▲ 번역되지 못한 성경 98만장
성경박물관은 번역되지 못하거나 번역 중인 98만171장(Chapter)의 성경을 오는 2033년까지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경박물관에 따르면 성경은 전 세계 677개 언어로만이 성경 전체가 번역됐고, 1,538개 언어로는 신약전서가 번역됐다. 박물관 4층에는 600여개의 고대와 중세시대 성경유물들이 전시돼있다.
동유럽의 아쉬켄나지(Ashkenazic) 두루마리문서부터 구덴베르그 성경 조각, 마틴루터의 구약성경, 킹 제임스 성경 초판(1st Edition)등이 있다. 또 유대인들이 히브리어로 기록한 성경두루마리, 기원후(AD) 225년 경 헬라어로 기록된 시편 파피루스 등 192점이 전시돼 있다.
▲ 땅과 하늘, 야곱의 사닥다리
냉동창고로 쓰이던 건물은 이제 지상 6층, 지하 1층의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이 건물 중앙에는 전 층을 관통하는 계단이 있다. 그 끝은 지붕인데 전부 유리로 설계됐다. 일명 ‘야곱의 사닥다리’로 불리는 이 계단은 창세기에서 잠을 자던 야곱이 천사가 오르내리던 환상을 본 것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야곱의 사닥다리는 올해의 건축 설계상(Award of Excellence, 2018 Museum of the Bible)을 받았다.
한낮에는 박물관 전체에 빛이 드리운다. 예수를 상징하는 포도나무 유리난간이 설치된 야곱의 사닥다리는 정오가 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천상과 땅이 그리스도로 엮어졌다는 메시지가 오늘도 이곳에서는 빛이 난다.
박물관을 나오면 다시 입구 전면이 보인다.
거대한 동판에 헬라어로 새겨진 시편 19편. 인류가 담아낸 성경이 외치는 소리는 믿음으로 가득하다.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다. 사람과 역사를 바꿨다. 영원한 생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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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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