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형 성의 웅장한 모습(위). 트라니 항구.
-산위의 성
여행 둘째 날이다. 오늘의 첫 방문지는 산위의 성(Castel del Monte)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고 이태리 리라 화폐 1전 짜리는 이 성의 모습이다.
이 성을 지은 이름조차 복잡한 프데리코 2세(La Puglia e Frederico II)는 신성로마제국에서는 호엔슈타우펜 왕으로 불리고 시실리에서는 프리데릭 1세 그리고 때로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예루살렘 왕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태리에서는 풀리아의 프데리코 2세(La Puglia e Frederico 2)라고 불린다.
그의 역사적 기록을 보니 그는 호엔슈타우펜 왕가로 왕의 자리를 물려받았고 4살 때에 시실리 왕국의 주인인 어머니가 죽자 시실리 왕이 되었고 그리고 첫 번째 부인이 죽자 예루살렘 왕국의 공주와 결혼을 해서 예루살렘 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후 이곳 이태리 남부 풀리아 지역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가 어떻게 해서 이곳에 와서 통치를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나의 생각으로는 예루살렘을 십자군이 회복 후 예루살렘에 기독교 왕국이 세워졌지만 12세기 초 이슬람의 그 유명한 술탄 살라딘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그리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기독교의 예루살렘 왕국이 잠시 존재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밀려나서 십자군 기사들이 지중해 로데스 섬으로 더 밀려나서 말타 섬으로 옮겨 갈 즈음에 그가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그의 인생여정이 말해 주듯이 그는 이슬람 문화권과도 친숙해질 수 있었고, 또 건축과 과학에서도 꽤나 많은 지식을 쌓은 듯하다. 또 그는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고, 초기 나폴리 대학의 재정 지원자이자 이태리어의 정리에 많은 공을 들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단테의 신곡을 들먹이며 단테를 이태리어의 통일의 효시로 말하는데 요즈음은 프데리코 2 세를 꼽는다.
마롤라 궁. 순교자 성 니콜라 성당(윗줄 왼쪽부터). 소작농들이 살던 돌집(아랫줄).
-8각형 성과 교황
바리에서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나무 숲을 지나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산 정상에 우뚝 솟은 성이 보인다. 말 그대로 산 정상에 성이다. 건물양식이 특이하다. 팔각형 건물이다. 성 안에 박물관에 모형을 보니 그 팔각형의 건물의 뜻을 알겠다. 당시 서구인들은 하늘은 원 그리고 땅은 4각형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원과 4각형을 겹쳐놓으면 8각형이 된다. 다시 말해서 이 건물은 우주를 상징하는 8각형을 표현한 것이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 건물에는 살림살이 방이 없다. 그저 달랑 벽난로만 있다. 프데리코 2 세는 이곳을 단지 이곳 지방 영주들을 모아서 자기의 위세와 단합을 위해서 만나는 장소로 그리고 때로는 사냥할 때에 잠시 머무르는 장소로만 이용했던 것 같다.
성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경치이다. 하지만 이 성의 역사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프데리코 2 세와 로마 교황과는 좋은 관계가 아니었고 그래서 교황이 프랑스지역 영주들에게 명하여 프데리코 2세를 제거하라 명령을 했다. 그래서 그들의 침공을 받고 전쟁에 패하여 그의 아들은 포로가 되어 바로 이 성에 14년을 지냈다 한다. 그 후 이 성이 별로 쓸모도 없어서 아무도 보살피는 사람이 없어 폐허로 있다가 근대에 와서 복원되었다 한다. 인생무상을 되새기며 바로 바닷가에 항구도시 트라니(Trani)를 찾았다.
전통 파스타 요리를 시연해 제공하는 장원의 여인과 함께(위). 아랫줄 왼쪽부터 두오모 성당안 내부 조각, 산타 클로세 성당의 내부 천정, 바로크 풍의 성당 기둥 조각.
-항구도시 트라니
아름다운 해안이다 개인용 요트가 꽤나 많다. 이곳이 아드리아 바다로 나가는 항구이다. 프데리코 2세 때에 꽤나 번성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ABC 하며 혼자 미소를 지어본다. Another Beautiful Church. 사실 유럽은 어디를 가나 또 다른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이곳에는 순교자 성 니콜라 성당이 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기 전에 별로 알려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롤라궁(Marola Palace) 그리고 스코라노바 성당(Scolanova Church) 또한 뜻밖에 볼만하였고 바닷가를 낀 스와비안 성(Swabian Castle) 성도 볼만하였고, 그리고 성 니콜라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이라고 하는데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좌우간 내 눈 높이, 내 수준에는 역시 ABC, Another Beautiful Church이었다.
바리에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본다. 그러다가 길가에 오픈 카페에서 한가로이 맥주를 마시는 사람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낮에 이곳 길가 카페에서 오징어 튀김(calamari)과 샌드위치 그리고 맥주를 둘이서 먹었다. 20유로쯤 된 것 같다. 그 후 상가를 구경한다고 뒷골목에 들어서니 길가 카페가 보였고 메뉴에 가격표를 보니 이곳에서 먹었으면 약 2 유로정도 더 싸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지주의 집 마세리아
바리에서 3일을 보낸 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레체(Lecce) 라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점심을 아주 흥미로운 곳에서 했다. 마세리아(Masseria) 라는 곳에서 이었다. 마세리아는 옛날에 큰 지주의 집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소위 맨션(장원)같은 집을 이제 정부의 관광지원처이나 지방자치 단체에서 어떤 특혜를 주면서 이태리 음식을 보여주고 먹게 해주는 사업을 권장 장려하는 것 같았다. 이 장원을 물려받은 여주인이 길가에 집 입구까지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 집까지 가는 길은 이곳 지질에 특징인 퇴적암으로 담장을 쌓았고, 꽃밭도 이루어 놓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기르는 당나귀, 염소, 소, 염소 등을 기르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정원에 도착하니 집 문에 기사 조각상이 보인다. 이집 문패쯤인 것 같다. 영주를 호위하는 기사이었나? 돈키호테와 산초를 연상케 한다. 장원 집주인집으로 들어서니 우리를 위하여 준비 해 놓은 음식 시연이 시작되었다. 우선 파스타 요리 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또 참여시켜주었다. 하지만 나는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나 할까? 만들어진 음식과 무한 리필의 로칼 와인을 마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와인 맛이 아주 좋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장원에 들어올 때 가끔 본 둥그런 돌 지붕의 오두막집이었다. 이 집을 Trulli 라고 부른다. 옛날 봉건시대에 지주에게는 5 가구의 소작인만 허용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이 아니었고 더 많은 소작농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작농이 얼마인가 검사가 나오면 5 가구 이외에는 금방 그 오두막집을 허물었다 한다. 이 집도 가축을 넣는 방을 보니 5 가구 소작농보다 훨씬 더 많은 소작인들을 거느리고 있었을 것이다.
2세기 경에 지은 콜로세움이 최근 지하에서 발굴됐다(왼쪽).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통로. 죽음을 앞둔 검투사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레체
깜박 졸았나, 버스가 어느 듯 레체에 도착했다. 첫눈에 남쪽의 플로렌스(Florence of South)라는 별명이 그냥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니 그보다 더한 역사적인 곳이 많았다. 우선 여지껏 몰랐다가 최근에 지하에서 발굴된 2세기경에 세워진 콜로세움과 극장도 매우 흥미로웠다. 당시 인구가 2만이었다 하니 꽤나 큰 도시였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이곳 성당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ABC이었다. 정말 많은 성당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크 형식의 진수라고 하는 싼타 크로세 성당(Basillica of Santa Crece)의 화려한 내부 그리고 나폴리 출신의 주셉시노의 Papa Cova 라는 이름의 조각이 있는 두오모 광장의 성당(Piazza del Duomo) 의 화려한 내부는 정말 대단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고 피곤했지만 그루지아 출신의 피아니스트가 여자 패션 옷 세일 하는곳이 있다며 유행의 이태리에서 세일을 놓칠 수 없다며 하면서 나만 빼 놓고 두 커플을 데리고 갔다. 사실 은근히 그러기를 바라던 참이었다. 나는 이곳에 진출해 있는 어쩌면 어렵게 사는 터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의 식당에서 터키 음식 케밥에다가 맥주를 즐겼다. 물론 축구중계도 보면서 말이다. 음식과 맥주 값이 무척 쌌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족해 사는 그 속에 내가 하나가 됨이 나 또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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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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