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공교육의 지방자치가 일반적으로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공립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법을 제정하는 곳은 주 의회이다. 물론 특수교육법이나 학사기록 보호법은 연방의회에서 제정한 법이다. 성폭행이나 차별 금지법도 연방법과 연방헌법의 적용을 받으니 연방 차원의 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학생들의 교과 과정을 비롯해 교직원들의 인사 문제, 예산 등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각종 교육 법령은 주 차원의 법률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법률 제정에 있어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나름대로 주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전개한다.
이번 주 월요일 저녁에 열렸던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는 오는 1월 초에 시작되는 주 의회 회기에 맞춰 주 의원들에게 제시할 입법 프로그램(Legislative Program)을 통과시켰다. 그 프로그램에는 거의 이백개 정도의 사안에 대한 교육위원회의 입장이 담겨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 갱 방지, 차터스쿨, 대학 입학 준비, 유아 교육, 교육 테크놀러지, 정보공개법 등이 그 일부이다. 그리고 개학 날짜에 관한 것도 있고 학생 징계, 학생의 안전, 사립학교 학비 세금 크레딧에 관한 입장도 정리 되어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카운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주의원들을 만나 이렇게 통과시킨 입법 프로그램 내용을 전달한다. 그 만남은 다음 주 목요일 저녁에 있을 예정이다. 페어팩스 카운티는 주민수가 많아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많은 주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주의회에서 어떤 법안이 통과되려면 페어팩스 카운티 출신 주의원들만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지역 의원들에게도 우리의 입장이 전해져야 하는데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교육청의 주의회 담당 로비스트를 통해 하기도 한다.
또 다른 로비 방법으로는 버지니아 주 교육위원회연합회를 통한 것이 있다. 버지니아 주 내의 모든 교육위원회들이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 연합회는 사무총장과 담당 로비스트를 통해 주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연합회가 추구하는 입법안들이 모두 페어팩스 카운티의 입장과 같지는 않다. 버지니아 주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연합회의 성격 상, 주 내의 여러 교육위원회들이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사항에 따라 입장이 상반될 수 있다. 특히 예산 배정에 있어서는 ‘제로 섬’인 경우가 많아 한 지역에서 좀 더 많이 배정을 받으면 다른 지역에는 그 만큼 덜 배정 될 수 있기에 연합회가 특정 입장을 취하기 힘들기도 하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입법 프로그램을 통과시키면서 추가로 논의했던 사항들 중에는 온라인 쇼핑회사 아마존에 관련된 것도 있었다. 발표에 따르면 인근의 알링톤 지역으로 오게 되는 제2본사가 약 2만5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인해 학생 수 증가도 쉽게 예상된다. 인구 유입은 알링톤 뿐 아니라 페어팩스 카운티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로 인해 공립학교 학생 수 증가는 불가피 할 것이다. 그래서 추가될 학생들을 위한 교육비와 시설 확충 비용에 대해 주지사나 주의회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다른 논의 사안으로는 학생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학생이 사망하거나 가정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을 경우 경찰 당국이 학교에 그러한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현재 부모의 허락 없이는 경찰이 그러한 통보를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학생 사망의 경우 해당 학교를 다니는 다른 학생들의 정신 건강 보호 조치, 그리고 가정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은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그 학생을 추가로 돕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라도 경찰 당국이 학교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학생이나 그 가족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부모의 동의 없이 경찰이 일방적으로 학교에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측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에 대해 교육위원들 사이의 열띤 토론 끝에 현재의 법대로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데에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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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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