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경 심리 치료사
많은 한인 부모들에게 자녀의 성공은 인생의 중요한 목표가 된다. 그리고 거의 모든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우기는 게 쉽지 않음에 공감한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에게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청소년들은 누구도 서로 같지 않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한인 청소년들은 이민세대인 부모들과 달리 매우 다양한 가치관과 개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 자녀를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성공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능 발달 분야의 석학인 로버트 스턴버그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떻게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의 필수불가결적 요소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장기간 “목적의식을 가지고 전념 하는 것”이었다.
내가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연구소에서 일할 때 보았던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 중 다수가 명문 대학 졸업생이 아니었고 대학 4년 내내 자신의 관심분야를 밑바닥에서부터 열정적으로 키워왔던 청년들이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잠재성을 최대로 발현하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스탠포드대 심리학 교수인 캐롤 드웩은 “믿음이 행동과 성공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성공하는 사람과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실패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의해 구분되는 것 같다.
성공하는 사람의 심리, 즉 ‘성장적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본인의 능력이 노력을 통해 계속 성장한다고 믿기 때문에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외부로부터의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발전시키는 한편 약점은 보완하는 노력을 해나간다.
반대로 ‘고정적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은 개인의 능력은 대부분 정해져 있으며 노력으로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따라서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으며 완벽한 수행과 남으로부터의 인정에 집착하고 도전하기를 두려워한다. 이들은 성장적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 보다 능력이 낮거나 자질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일이 잘 될 때는 그들만큼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지만 실패에 직면하면 본인의 능력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한다.
심리치료와 상담업무를 하는 나는 자녀의 실패로 인한 상실감으로 좌절하는 부모, 불안과 무기력증에 빠진 청소년, 이로 인해 불편해진 가족관계의 사례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내가 만났던 J는 중학교 내내 우등생임을 자부했지만 고교 입학 후 몇 번의 시험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성적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완벽주의자인 J는 매 시험에서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해야만 한다고 믿었기에 시험 준비를 더 많이 하려고 했지만 집중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고등학생 B는 학교 댄스그룹에 들어가지 못하자 거부당했다는 상처로 한동안 힘들어했다. 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우습게 볼 것 같아서 관계를 끊어버렸다. 한참 후에야 B는 객관적인 비평을 받아들이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다음 학년에 학교 댄스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대학에 입학한 A는 다른 학생들이 너무 똑똑하고 사교적이며 매력적으로 보였고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하는 일에 자신감을 잃어버렸으며 소외감을 느꼈고 결국 휴학을 했다.
위의 사례들처럼 고정적 마인드셋을 가진 청소년들은 ‘내가 누구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발전가능성을 포기한다. 실패의 경험에 갇혀있지 않게 하려면 실패를 다르게 볼 수 있는 마인드셋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금 부족하지만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성장적 마인드셋을 채택하는 데는 부모의 이해와 지원이 효과적이며 필수적이다.
많은 한인부모들이 이민자로서 경험했던 어려움들을 자녀들은 피해갈 수 있길 바란다. 따라서 자녀에게 특정 학벌, 전공 또는 직종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명문학교 입학도, 특정 회사 취직도 완벽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힘든 경험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실패를 경험할 때 더욱 그 힘을 발휘한다. 실패로 아픈 청소년들의 마음에 귀기울여주고, 함께 아파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서 한걸음 두걸음 내디딜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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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경 심리 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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