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산차 내부제보로 비리 수사, 르노에 통합될 위기에 처하자
▶ 일 정부가 검찰 동원 분석, 프랑스 정부 르노차 최대주주
보수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19일 일본 검찰에 체포된 카를로스 곤 회장. [AP]
세계 1위 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갑자기 일본 검찰에 체포되자, 일본 정부와 프랑스 정부 간 주도권 다툼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르노자동차에 흡수될 위기에 처한 닛산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르노차 최대 주주인 프랑스도 이례적으로 우려성 경고를 표했다. 양국 정부 간 갈등으로 얼라이언스의 와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 “일본, 프랑스에 경고한 것”
일본 언론들은 20일 닛산 차가 회사 내부 제보를 바탕으로 곤 회장의 비리를 조사한 후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점에서, 닛산 임원들이 르노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실제 곤 회장과 적대적 관계로 알려진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은 19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절대로 용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곤 회장을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해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권력이 곤 회장에게 집중되면서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일본 검찰이 곤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인 △보수축소 기재 △사적 투자 △경비유용 등이 석연치 않다는 점도 닛산의 선제 공격설을 뒷받침한다. 회사 최고경영자 보수 지급은 회계팀 등이 맡기 때문에 그 책임이 곤 회장에게 있는지 다퉈볼 만하고, 이런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체포는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WSJ)은 “닛산 감사팀이나 회계팀이 아닌 곤 회장의 책임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일본의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곤 회장, 과감한 구조조정 일본서 반감 커곤 회장은 닛산을 맡은 후 1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한 ‘닛산 부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적도 많은 인물이다.
1933년 창업된 닛산은 사명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체로, 일본 최초로 양산 차를 제작했고,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만들며 시장을 선도한 회사다.
한 때는 23만명의 직원을 둔 일본 노동운동의 상징이었지만 1980년대 사내 분규가 극에 치달았다.
이어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가 미국 시장에서 실패하고 일본 내 장기불황과 맞물려 존폐 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결국 르노차에 구원을 요청해 1999년 르노ㆍ닛산얼라이언스가 탄생했고, 르노가 닛산 경영을 위해 파견한 인물이 당시 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곤 사장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만들어 2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삭감했다. △2만1,000명 감원 △5개 조립공장 폐쇄 △1,145개 부품 외주업체 600개로 감축 등이 그가 단행한 구조조정 결과물이다. 일본인들은 충격을 받고 그를 ‘코스트 커터’라고 불렀으나 2001년 3월 결산에서 닛산은 순익 3,310억엔을 기록하게 됐다.
곤은 2001년 최고경영자에 이어 2005년 르노ㆍ닛산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가 됐고, 2016년에는 미쓰비시 차와 제휴를 주도하면서 미쓰비시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르노ㆍ닛산ㆍ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1,061만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동차 판매 기업이 됐다.
■ 프랑스, 기술 앞선 닛산 원해이런 곤 회장이 일본 측의 견제를 받게 된 이유는 프랑스 정부에 있다. 르노가 닛산과 동맹을 넘어 통합에 나섰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장관 시절부터 르노, 닛산 통합을 희망했던 인물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곤 회장이 프랑스 정부의 의향대로 르노와 닛산의 경영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일본 측이 강하게 경계했다”고 전했다.
곤 회장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회사경영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해임 소식이 알려진 이 날 일본 증시에서 닛산 주가는 5.45% 떨어졌으며, 미쓰비시 차 주가도 6.85% 폭락했다.
■ 르노삼성차 영향은르노삼성차도 곤 회장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1, 12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2년 한국을 방문한 곤 회장이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ㆍ수출할 수 있도록 1,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르노삼성은 이를 회생의 기반으로 삼았고, 로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수출 물량이 증가했으며 역대 최고 수출 기록(17만6,271대)을 세웠다.
그러나 로그 수출 계약은 내년 9월 만료돼 부산공장은 새로운 위탁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할 처지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르노 본사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어서 곤 회장 사태와 무관하다”면서 “스페인 공장 물량인 전기차 트위지를 생산하는 등 로그 물량을 대신할 신규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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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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